2024.01.04
엄마가 2차 항암을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신 날.
서울역에 미리 마중을 나갔다.
추운 겨울날이다.
기차를 빠져나오는 사람들 무리 속
작은 체구의 여인이 보였다.
탈모가 시작된 머리를 가리기 위해 비니를 쓰고
분홍색 패딩을 입고 있었다.
사람들 속에 섞여있는 엄마는 무거운 표정이었으나,
이내 나를 발견하곤 환하게 웃으셨다.
저 멀리서 바라본 우리 엄마.
저렇게 왜소했던가.
며칠 새 더 말라진 거 같다.
"엄마, 먼 길 오느라 고생했어"
꼭 끌어안아주었다.
그 순간,
확실히 체구가 작아진 게 맞구나. 체감이 됐다.
엄마는 1차 항암을 하고 난 뒤,
부산에 내려가있는 동안
머리카락이 절반정도 빠졌다고 말했다.
머리를 감는데, 머리카락을 잡을 때마다 한 움큼씩 빠졌다고 했다.
무서운 마음에 머리를 감다가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고 했다.
머리가 빠지는 걸 지켜보는 게,
작정하고 바리캉으로 미는 행위만큼이나 슬플 거라며 엄마는 말했다.
차라리 쉐이빙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날,
엄마와 함께 가발집에 방문했다.
여러 가지 가발을 써보는 엄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발을 고른 뒤, 쉐이빙을 시작했다.
내가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거라곤,
"우와~ 엄마!! 두상이 너무 예뻐. 어쩜 엄마는 머리카락이 없어도 이렇게 예뻐?"등의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이었다.
딸의 노력이 엄마에게도 전해 졌던 걸까.
우려와 다르게,
엄마는 환하게 웃으셨다.
그런 엄마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