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29-08.01
눈부실 시간
7/29,30,31,8/1
여름휴가를 엄마와 함께 보냈다
엄마랑 언제또 이런 시간을 보낼수 있을까
마지막이 될까 두렵다
엄마의 건강한 웃음, 행복한 미소
오래보고 싶다
너무 무섭다
시한폭탄을 들고 있는거 같다
엄마의 재발, 죽음, 엄마의 우울, 나의 슬픔
그 늪의 공포를 알기에
너무 무섭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재발의 치료는
첫 치료보다 더 힘들어지는걸 알기에
그 늪의 공포가 어쩌면 더 깊은 것 같다
나도 언젠가 죽을텐데..
나의 해방일지에서
사람은 이전에도 존재했고 앞으로도 존재했던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대사가 떠오른다
그저 이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살아가는게
삶에 대한 최선이라 생각이 들지만서도
엄마라는 존재가
너무나 유일무이하고
내가 살아있는한, 오래오래 보고싶은게 엄마이기에..
엄마가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공포가
생각보다도 훨씬 깊다는 걸
이번에 엄마랑 3일간 휴가를 보내면서 깨달았다
엄마에게 생각의 흐름대로 직장과 내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가,
어느순간 자리잡은
“내가 병원을 그만둘 생각을 하면 꼭 계속 다닐 이유가 생기더라. 그중에 하나가 엄마의 암발병이였다”는 인과관계 딜레마가 떠올라,
엄마에게 반복적으로 뜬금없이 “엄마 나 병원계속 열심히 다닐거야.”라고 계속 말했다
엄마가 “그래 근데 니뜬금없이 왜자꾸 말하는데?”하고 물을 정도로
뭔가 내가 병원을 그만두려고 하면 엄마가 재발할거 같았다
항상 그만두려할때마다 나를 붙잡는 일이 생겼고
현재 우리 집 상황에서 나의 경제적 행위가 엄청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 떠날지 모르는 엄마랑의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갑작스레 세상을 뜨는 많은 사람들에 비하면
이렇게 준비를 할수 있는것도 일종의 감사한 행위지만
한편으론 내주변 엄마들은 아직 팔팔한데
왜 나는 벌써 엄마랑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어야할까 싶다
모든 사람의 건강이 그렇긴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엄마의 건강상태는
그야말로 시한폭탄같다
그 폭탄이 터지기 전에
엄마하고 싶은거 최대한 다해~ 하는거처럼..
근데 이번 휴가를 보내면서
그것도 나름 부작용이 있는걸 알았다
엘시티에서 엄마가
“너무 좋다. 이렇게 오래오래 즐기고 싶다.”
라는 말 한마디가
뇌리에 박혔다
행복한 시간이 엄마를 더 살고 싶게 한다
그리고 재발과 죽음의 두려움을 더 크게 만든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엄마의 모습을 오래오래보고싶고
기억력 안좋은 내 머리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엄마와의 시간을 몇년이 지나면 까먹을까 그것도 너무 무섭다
8월 검진이 너무 무섭다
올해겨울 언니와 베트남 여행을 계획했다고 했는데..
하늘이 엄마에게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시면 좋겠다
솔직히말하면
나는 엄마가 너무 좋은데
가까워질수록,
추억이 많아질수록
내 슬픔이 감당이 안될까봐 너무 무섭다
그래서 어느정도 회피하는것도 있는거같다.
엄마랑의 통화를 이전보다 적게한다던가,
이번 여름휴가를 같이 보내기로했을때도
조금 두려웠다
여름휴가를 다녀오기 전보다 다녀오고나서의 우울감이 심해질거 같았기 때문이다
역시나 나는 엄마와 빠이빠이하고 나서 기차역에서부터 뭔가 계속 눈물이 났다
그럼에도 이런 슬픔의 감정과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회피하면 결국 까먹더라.
잊혀지는게 더 무섭다
나를 위해 과일을 종류별로 넘치도록 사온 엄마
이것도 먹이고 싶고 저것도 먹이고 싶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내다주는..
된장찌개를 끓일때도 팽이버섯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도 기억해주고 듬뿍 넣어주는..
누가 나를 이렇게 사랑해줄까
엄마가 유일하다
엄마의 사랑을 계속 먹고싶다
난 아직 엄마가 필요하다
엄마가 외할머니를 내가 직장을 다닌 후에 보내드린거처럼
나도 태어나지도 않은 내 손주가 성인이 됏을때
엄마를 보내드리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그 슬픔을 좀 받아들일수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