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xto Rodriguez - Crucify Your Mind
일상을 잘 보내는 것이 무진장 중요하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없는지 생각해 보는 일이 많아졌다. 어디서 말실수는 하고 다니진 않았는지 내가 건넨 농담이 남에겐 상처가 되진 않았는지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다. 내가 무엇을 하든지 하루를 잘 보내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을 출근하는 동시에 잊어버릴 뻔한 적도 있는가 하면 하루에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릿속에 잘 담아놓고 출근하자마자 다른 일이 터지는 그런 상황도 종종 경험했다. 지나고 보면 사실 크게 문제 될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갈 때는 그 누구보다도 큰 목소리로 "좋은 아침입니다!" 하며 외치는 지나친 일반화로 시작한다. 일단 내가 힘을 내야 부대가 즐겁다는 생각은 언제나 변함없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 자체가 밝아야 함이 내게는 더 중요하다.
일과 시작 전의 흡연장은 다양한 계급이 모여서 짧지만 반가운 인사를 한 후에 담소를 나누며 시작을 알린다. 아무 말 대잔치를 하다 보면 슬금슬금 누군가가 또 나오고 그 뒤로 또 누군가가 나온다. 밤을 새운 당직근무자라도 보이면 수고했다는 말은 빼먹지 않는다. 정말로 그 사람은 수고를 한 사람이니까.
나는 점심시간이 제일 기다려진다. 매월 바뀌는 식단표를 최신화하는 사람도 나고 점심메뉴를 출근하면서 가장 먼저 쳐다보는 사람도 나일 정도로 점심식사 시간은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이다. 일종의 대휴식 시간인 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다. 군대에서의 식사시간은 절대 지켜져야 하는 시간, 특히 나는 더욱 그렇다. 요즘은 식권을 결제해서 먹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 데 조금만 시기를 놓쳐도 식권을 못 살 거 같아서 한 달 치를 미리 결제해 버릴 정도로 철저하게 지킨다. 그만큼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이 일상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약간의 휴식을 거치고 흔히 말하는 오후일과(혹은 업무)를 겪고 나면 체력단련의 시간이 온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지켜지는 곳이 과연 몇 군데나 있을까? 내 업무가 끝나서 운동을 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날이 더 많았다. 내가 새벽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출근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하루를 그냥 날리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오후 4시의 체력단련 시간에 일을 해도 크게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그러다가 퇴근을 하면 힘이 다 빠진다. 휴대폰의 배터리도 나의 체력도 비슷한 수준이 되면 쉬기 바빠야 하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 나는 글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루틴을 잡기 위함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간 피곤하다는 핑계로 글을 쓰지 않았음은 반성하며 다시 쓰기 시작한 것도 바로 지금 이 글부터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의 체력은 무한적이지 않다. 누구나 지치기에 쉼은 필요한 법, 살아있기에 쉬면서 회복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어떤 것에 느끼는 흥미조차도 무한하지 않음에 쉽지 않음을 느낀다. 흥미가 떨어지면 더욱 쉽게 지치지 않던가? 지치는 것에 생각을 조금 더해보니 특별한 상황에 지치는 것이 아니라 별 시답지 않은 것임을 느끼게 되는 것 같은 요즘이다.
그러나 지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치는 것은 괜찮다. 대신 지는 것은 조금 뒤로 미루자. 다시 시작하기 위해 휴식이 있는 것이니 지지는 말자. 설령 졌다고 생각해도 괜찮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은 진 게 아니고 잠시 쉬어가는 것이라 생각했으면 좋겠다.
일상을 보내는 것이 무진장 중요하다. 일상을 무진장 중요하게 보내기 위해 우리는 쉴 수 있을 때 꼭! 잘 쉬자!
한때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음악예능 중 <슈가맨>이라는 프로그램의 유래가 바로 이 사람이다. 미국에서는 형편없는 판매량으로 음악계에서 사라졌는데 소문에는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있는 반면 어딘가에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단서로 그를 찾게 된다.
그의 이름은 식스토 로드리게스(Sixto Rodriguez), 그의 음악은 미국에서는 아주 적은 수량으로 판매되었지만 그의 음반 1장이 남아공으로 건너가서 초대박을 터트렸는데 그것을 그는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를 찾고 있다는 사람을 기다렸다는 듯 살아있었다.
몇 년 전, 나의 오래된 친구가 남아공에 가야 할 일이 있다고 해서 선물을 사가고 싶다고 연락을 했는데 때 마침 내가 로드리게스를 찾아 나서는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을 봤던 시기와 딱 겹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나라에 식스토 로드리게스는 우리나라의 조용필 급일 테니 음반 하나만 사다주라."라고 했는데 그의 1집을 떡하니 선물로 사 왔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 중 유일하게 남아공에서 생산한 음반이기도 하다.
'Cos I was born for the purpose. That crucifies your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