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음악수집가 Nov 19. 2024

인사가 주는 작은 선물

Ex - 잘 부탁드립니다 (2005)

 매일 아침 타인의 마음은 전혀 헤아리지 않은 나의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 시작하는 인사는 이제는 누구나 그려려니 하며 받아준다. 항상 아침에 보이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나의 인사, 많은 이들의 돌아오는 인사는 돈 들지 않는 선물인 셈이다.


군대의 인사는 모든 사람이 알다시피 거수경례다. 부대마다 다양한 경례구호가 있겠지만 나는 10년째, "단결!"을 외치고 있다. 누군가에게 경례를 받기도 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경례를 하기도 한다. 물론 경례구호를 붙인 후 뒤에 따라붙는 말들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수고하십니다, 편히 쉬셨습니까? 등의 말들이 따라 들어오기도 한다.


뒤에 뭔가가 따라붙어도 되고 붙지 않아도 무방하다. 단, 내가 정한 나의 규칙이 있다. 경례는 힘차게 할 것. 나의 에너지를 상대에게 불어넣어 준다는 느낌으로 경례를 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힘찬 경례소리가 분명히 에너지를 발산하리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출근을 하기 전, 출근을 해내는 과정을 다스리는 것이 나의 에너지를 잘 지켜내는 방법임을 깨달은 지는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출근을 하면 사람이 있다는 대명제 아래 나는 사람이 좋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은 나로서는 출근만큼 설레고 행복한 시간이 없다. 이렇게 말하면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줄 알지만 나는 진심이다. 그만큼 사람이 좋은 것!


나의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을 거쳐서 통신과 사무실에서 인사를 하고 지휘통제실까지 거친 후 나는 흡연장으로 향한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냐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눈에 담고 짧은 인사를 하면서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어제의 일, 그저께의 일, 휴가 중에 있었던 일 등등 모든 이야기가 풀어지는 곳이 바로 흡연장이다. 결코 흡연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흡연장은 아마도 육, 해, 공 모든 부대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인사!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인사가 제일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도 흡연장이다.




모든 일이 끝이날 때가 되면 누군가는 벌써부터 슬금슬글 퇴근 준비를 할 것이고 누군가는 당직 근무를 투입했을 터 나도 퇴근 준비를 하노라면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입고 있었던 전투복을 사뿐히 벗어 나의 캐비닛에 조심스레 넣어둔 후 출근할 때의 복장으로 갈아입게 된다. 


정말 퇴근 시간이 되면 시간에 딱딱 맞추어서 부대를 떠나기 바쁘다. "내일 뵙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등의 인사는 하루의 고단함을 그대로 밖에 나가서 버리거나 집에 가서 분리수거할 수 있을 것이다.


아! 끝을 알 수 없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계속 걷는 것이 마냥 쉽지 않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내가 이 일을 10년째 해내가고 있다는 것이다.




2005년 대학가요제 마지막 참가팀 Ex


나의 2005년은 중학교 2학년 시절이었다. 당시 대학가요제 1위 팀이 내가 살던 곳에 있던 대구대학교와 영남대학교, 경북대학교의 연합으로 이루어진 팀이라 했고 "안녕하세요?!" 한 번에 이들은 1위를 점찍었다는 말도 들렸다.


대학가요제에는 많은 징크스가 있다. 맨 처음 나오는 팀 혹은 개인이 입상을 하는 것이 어렵다던가 맨 뒤에 나오는 팀이나 개인이 대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영상에 나오는 Ex도 맨 마지막에 무대에 올라 당당히 대상을 차지한 팀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 곡은 여전히 젊은 청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곡으로 자리하고 있다. Ex가 남긴 곡 자체가 지금도 사랑받는 이유는 당시 가요와는 상반되는 대학생들의 풋풋함을 제대로 녹여냈기 때문이고 현생을 살아가는 대학생들이기 때문에 더욱 솔직한 가사가 한몫했다고 본다. 정말 안타까운 건 이들이 대학가요제 음반과 정규음반도 1장 냈지만 이 곡이 아닌 다른 곡까지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말 메가 원 히트 원더의 교과서인 셈. 


그들의 유일한 히트작.

그나마 라이브 버전에 비해 이 곡은 잘 정돈된 느낌이다. 이상미의 보컬은 정말 일품인 것은 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