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지나치게 친절하거나 과하게 무례하거나

<연재소설> 땡감이 영그는 시간

by 헤모아

샴페인 투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에디는 게임에 몰두 중이었고, 오드리는 내 그림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린다.


“시작한다며? 말뿐인 거야?”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물을 한 컵 따라 마셨다.


“난 네가 집까지 뛰쳐나와 다시 시작하고 싶다기에 진짜 절박한 줄 알았지.”


할 말이 없다. 나 역시 그런 줄 알았으니까.


“쉬어도 적당히 쉬어야지 너무 쉬었나 봐. 도무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도 안 서. 갈수록 마음은 급해지고, 시간은 없고. 앉아서 고민할 시간, 계획하고 실행할 시간이 안 나.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을 처리하다 보면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고.”


변명을 주절주절 늘어놓았지만, 그래 봐야 다 핑계일 뿐이다. 오드리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다른 변명도 읊어보라는 듯.


“심리적인 문제도 큰 것 같아. 윗집 사람들이 이사 온 후로 집중이 더 안 돼. 소음 문제도 있지만, 아들 데리고 혼자 사는 아시안이라고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서 더 화나.”


“부부랑 아들이 산다고 했나?


“응. 근데 아들이 맞을까? 부모라면 어떻게 저렇게 늘 파티하도록 내버려 둘 수가 있지?”


“아들이 아니면?”


“전대(轉貸)일 수도 있잖아. 몰래 깔세 준 거라 통제를 못 하는 거지. 사실 엄마 아빠라는 사람들은 집에 거의 없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애들이 항상 댓 명씩 집에 있어. 그렇게 모여서 종일 음악 틀고, 수다 떨고, 새벽까지 시끄럽고, 주말마다 파티하고. 부모가 같이 살면 그게 가능하겠어?”


“그럴 수도 있겠네.”


“걔들이 수시로 건물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고, 그 연기가 우리 집 창으로 들어와. 점심때는 우르르 몰려나가서 햄버거 봉투 들고 다시 들어왔다가 오후 되면 또 우르르 몰려나가. 햄버거 먹고 남은 쓰레기를 들고.”


“그걸 왜 들고나가? 밖에 버리게?”


“응. 건물 앞 휴지통에 대충 버리더라. 쟤들 때문에 휴지통 주변이 늘 지저분해. 거기에 꼬인 파리가 우리 창 안으로 들어오고.”


위층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나의 모든 감각 기관은 경계령을 발동하고 비상 체제에 돌입한다. 건물 출입문이 열리는 순간 온 신경이 곤두서게 되는데, 점점 노이로제가 되어가는 걸 스스로 느끼면서도 날뛰는 신경을 제어할 수가 없다. 이렇게 예민해지니 작업에 집중할 수가 없다.


“렁보 씨가 찾아가서 말했었다는데 별 소용없네.”


며칠 전 렁보 씨가 집으로 찾아와 아마두 씨 아들을 만났던 일을 말해 줬었다. 소음이 심하니 조심해 달라고 했지만, 개선의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했다.


나는 고마운 마음에 준비해 두었던 샴페인을 렁보 씨에게 내밀었다. 샴페인 하우스에 갔을 때 그에게 줄 선물로 사 온 것이었다. 그는 무척 당황하며 한사코 사양했다. 나 역시 밀리지 않고 끝까지 받아달라고 강권했다.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는데 예상치 못한 도움을 받았고, 덕분에 마음이 든든해서 예전보다 덜 힘들다고 말했다. 난처해하던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샴페인을 받아 들었다. 얼떨떨해하며 잘 마시겠노라 대답한 후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가 너무 억지로 선물을 떠 안겼나 살짝 후회되었다.


그가 나에게 베푼 건 분명한 호의였는데, 내가 돌려준 건 감사한 마음이 아니라 부담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건 며칠 후, 렁보 씨가 다시 우리 집에 내려왔을 때였다.


똑똑똑.


현관문을 여니 렁보 씨가 밝은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우리 건물 주차장 차량 출입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던데 안 시끄러우세요?”


“네, 요새 소리가 좀 크게 들리긴 해요.”


“걱정 마세요. 제가 부동산에 연락해서 점검해 달라고 할게요.”


그다음 날도. 똑똑똑.


“건물 입구 문이 안 잠기죠? 1층이라 불안하실 것 같아요. 부동산에 연락해 드릴게요.”


그다음 날도...


“이번 주 금요일에 각 세대 현관문을 전부 교체한다는데 아시죠? 이제 외시경이 있는 현관문이 생길 거예요.”


그 며칠 후에도...


“겨울 되기 전에 꼭 라디에이터 점검 신청하세요. 지금 신청해야 추워지기 전에 점검하러 올 거예요.”


나는 그냥 내 편이 되어 준 것이 고마워서 선물한 거였는데, 그는 뇌물 받은 사람처럼 책임감을 느끼고 아주 사소한 일도 나에게 알려주고, 도와주려고 애썼다.


하루는 창고 깊숙이 보관하고 있던 눈썰매를 찾아서 가져왔는데, 올겨울에 눈이 오면 에디랑 눈썰매를 타라며 썰매 타기 좋은 장소를 표시한 지도도 두어 장 프린트해 왔다. 이쯤 되니 그의 과도한 호의에 나는 어떻게 보답해야 하나 고민되기 시작했다. 렁보 씨의 고민이 이젠 나의 몫이 된 것이다.


“기욤도 한 번 안 한 일을 윗집 아저씨가 할 줄 누가 알았겠어?”


“은근히 멕인다?”


“그런 거 아니야. 진짜 당혹스러워서 그래. 이 과한 호의에 난 어떻게 보답해야 해? 샴페인 한 박스 선물하면 되나?”


오드리가 갑자기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보며,


“그 남자 혹시 너한테 관심 있는 거 아냐?”


라는 헛소리를 했고, 나는 이혼을 세 번이나 했음에도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착각을 일삼는 그녀에게 강한 한마디를 던졌다.


“미쳤지?”


“내 예상이 맞을걸?”


“부인 있다니까.”


“부인이 있으니까 딴 맘을 품지!”


“기욤이 카밀 만난 것처럼?”


“말을 말자.”


“......”


“그나저나 이 동네 별로야. K라는 여자도 이상했고, 네 주변 이웃도 다 이상해.”


“확 이사 갈까?”


내 말에 오드리와 나는 웃음이 팡 터졌다. 이사라…. 구더기 무서워서 초가삼간 태울 판이다.



*



오드리의 질타에 오랜만에 맘 잡고 작업하다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한참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에디가 배고프다며 날 깨웠다. 일요일 아침이니 그냥 알아서 시리얼 먹으라고 했는데 굳이 오믈렛을 해달라고 앙탈이다. 결국, 일어나 아침을 해주고 밀린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싱크대 물소리 사이로 벨 소리가 들렸다. 일요일 아침이고 올 사람도 없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또 렁보 씨가 온 건가 싶어 불편한 마음이 스쳤지만, 좋은 맘으로 그러는 거니 감사하자, 마음을 다스리며 문으로 향했다.


문을 열었을 때, 아마두 씨가 서 있었다. 구릿빛 피부에 검고 짧은 곱슬머리를 한 그가 미간에 힘을 주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입으로는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넸지만, 눈빛이 위협적이다. 그는 양손에 든 장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을 시작했다.


“실례합니다. 얘기를 좀 나눠야 할 것 같아서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로 왔을까.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무슨 얘기...”


발음을 조롱당한 적이 있으니 그와는 불어로 대화하고 싶지 않아 영어로 대꾸하자, 그는 두 팔을 허공에 X자로 만들며 ‘노 잉글리시’하고 내 말을 잘라먹었다.


“자꾸 우리 집 벨을 누르고 도망가시는데, 도대체 뭐 하자는 겁니까? 할 말 있으면 똑바로 하지 그렇게 무례하게 벨만 누르고 가는 건 무슨 경우인지, 뭘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군요.”


“네?”


전혀 모르는 내용을 너무 빨리 말하기도 했고, 남부지방 엑센트가 강해서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얼핏 이해는 했지만, 내용이 하도 황당해서 멍하게 서 있자 그가 공격을 이어갔다.


“어젯밤에도 두 번이나 벨을 누르고 도망치셨는데, 한 번만 더 그러면 저희도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누군가 벨튀를 했나 본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날 범인으로 단정하는 건지, 확인 과정도 거치지 않고 단박에 사람을 매도하는 저런 무례한 사람하고는 한순간도 같이 있고 싶지 않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요. 저라는 증거가 있으십니까?”


“부동산에 투서 쓴 것도 당신이지요?”


“네, 맞아요. 한 달 전에 내가 썼어요.”


“이웃끼리 할 말 있으면 얼굴 보고 얘기하면 되지, 왜 그런 걸 부동산에 쓰는 겁니까?”


“왜겠어요? 당신 아들에게 얘기했는데 전혀 안 들으니까 한 거죠. 한 달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세요?”


“네, 들었습니다. 당신이 내 아들을 모욕했다더군요.”


“뭐라고요?”


“애랑 얘기가 잘 안 됐으면 부모인 저랑 얘기하면 되지 왜 부동산에 투서를 씁니까? 그게 이웃 간에 할 일입니까?”


“그렇게 시끄러운 집에 부모가 함께 살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저희가 바캉스를 간 2주 동안, 집에 아들만 있어서 그랬습니다.”


“2주가 될지 몇 주가 될지 제가 알게 뭡니까? 댁이 올 때까지 제가 참고 기다려야 했다는 말입니까?”


그가 또 비열한 웃음을 툭 흘렸다. 처음 본 날 내게 흘렸던 바로 그 조소였다.


“현관문을 열어 놓은 채 음악을 광광 틀고 수십 명이 계단을 쉴 새 없이 오르내리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 공용 앞뜰에서 레슬링 하고, 실내에서는 춤추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도 미안한 줄 모르더군요. 주말인데 좀 어떠냐고, 별로 시끄럽지도 않은데 왜 그러냐는 무례한 사람에게 뭘 더 기대하고 기다려야 하죠?”


“어쨌든, 이웃끼리 이런 식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건 서로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 찾아왔습니다. 벨을 누르고 도망가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할 말이 있으면 올라와서 똑바로 얘기하세요.”


“말씀드렸잖아요. 이메일로 항의한 건 맞지만, 벨을 누르고 도망간 일은 없다고.”


그는 내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워낙 시끄러우니 옆 건물에 사는 사람이 했을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앞으로 할 말 있으면 이상한 방법 쓰지 말고 직접 올라와서 대화로 해결하세요.”


“어떤 방식을 쓰던 그건 내 맘입니다!”


자기 할 말이 끝나자마자 뒤돌아 가버리는 그에게 나도 한마디 더 쏘아붙이고 문을 닫아버렸다.


그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뻥 뚫린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억울했다. 자기는 할 말 다 정리해서 다다다 쏘아붙이고, 나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정리도 안 된 생각을 모국어도 아닌 언어로 대응하느라 하고 싶은 말의 반도 못 했다. 반도 못 한 와중에 그 반이라도 그가 이해했을까 싶다. 너무 당황해서 두서없이 내뱉는 바람에 알아듣도록 똑바로 말하지 못했다.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멍청한 여자가 흥분해서 어버버 한 걸로 기억될 것 같아 분하다. 나는 외국인이라 불어가 능숙지 않을 뿐 멍청한 사람이 아니다, 얕보지 마라, 하는 분위기를 연출해야 할 때면 영어를 쓰곤 하는데, 오늘은 그럴 수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방어는 하나도 못 하고 공격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더 억울하다.


요동치는 심장을 달래며 돌아섰을 때, 에디가 어깨를 한껏 움츠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 윗집 아저씨랑 싸웠어?”


나는 다가가 경직된 아들의 어깨를 꼭 안아주었다.


“그냥 얘기한 거야.”


“얘기를 그렇게 화내면서 해?”


“놀랐어? 미안해.”


에디는 내 말을 알아들었을까?


“근데 엄마가 무슨 말했는지 들었어?”


“응.”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있었어?”


“응. 시끄러워서 편지 썼다는 거랑 벨 누르고 도망간 적 없다고 했잖아.”


“아저씨도 알아들었을까?”


“알아들었겠지.”


다행이었다. 내가 하지 않은 일을 뒤집어쓰지는 않게 되었다. 안 믿는 눈치긴 했지만.


“엄마 엄청 용감하다. 난 무서워서 혼났어.”


나도 무서워서 미치는 줄 알았는데 겉으로 보기엔 용감해 보였다니 그것도 다행이다.


“무서워할 거 없어. 엄마가 있잖아.”


“엄마보다 몸이 두 배는 큰 아저씨잖아.”


“키는 작아도 엄마한테는 숨겨진 힘이 있어.”


“그게 뭐야?”


“그런 게 있어. 아기 낳을 때 받은 힘.”


에디는 콧방귀를 팅 뀌며 뒤돌아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방에서 에디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힘 때문에 아빠한테도 항상 이기는 거야?”


에디의 질문에 잠시 멈칫했다. 나는 에디를 보러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들이 보는 나는 괴리가 큰 것 같다.


“엄마가 늘 이겼어?”


방문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한 에디가 입을 다물었다. 내 시선을 피하려는 듯 괜스레 책을 뒤적인다. 그러더니,


“모두한테 늘 이기지.”


“내가?”


아들 눈에 내가 그렇게 보였다니…. 충격받은 표정을 애써 감추며 다시 물었다.


“그래도 너한테는 지잖아.”


에디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난 이 집으로 이사 오는 거 분명히 싫다고 했는데 지금 여기 살고 있잖아. 그럼 엄마가 또 이긴 거지.”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에디의 눈을 보니 할 말이 없어졌다.


남들은 이혼할 때 아이들을 어떻게 설득할까? 자녀들의 허락을 받고 하나, 아니면 일단 한 후, 살면서 계속 설명이든 변명이든 하는 걸까?


큰 상처가 될 건 알았지만 알기만 했을 뿐 에디를 위해 준비한 게 없다. 충분히 설명했고, 에디가 알아들었다고 하기에 잘 받아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해한다고 원망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란 걸 요즘 절감하고 있다. 이미 했던 변명을 늘어놓는 건 에디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는 않을 테니까.


“미안해. 이렇게밖에 할 수 없어서.”


나는 그냥 낮은 목소리로 최대한 나의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지극히 미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뀔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걸 전달해야 했다.


에디에게 잠시 시간을 주기 위해 조용히 방을 나왔다.


에디 말이 맞다. 나는 늘 이긴다. 많이 참는 듯하지만 종국에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타협 없이 밀고 나가니까.


집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에디는 정서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 아니라 물질적으로도 많은 걸 잃었다는 것, 그래서 이 상황이 나보다 훨씬 더 힘들 거란 걸 또다시 깨달았다.


나의 결정으로 얻은 건 무엇이고 잃은 건 무엇일까. 나는 얻은 것이 있지만, 에디는 잃기만 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것이 사실이다.


밤새 생각이 꼬리를 물어 자는 내내 뒤척였다. 요즘은 자는 법을 까먹은 사람처럼 잠을 거의 못 자고 있다.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데, 잘되지 않는다. 원래도 예민한 편인데 가슴 한가득 분노를 품게 되면서 매사에 예민해졌다.


테라스로 나가는 통창을 열었다. 차가운 아침 기운이 몸에 닿는다. 해가 뜨려는 지 하늘이 붉어지고 있다. 밝아오는 해가 이렇게 낯선 건 새로운 해를 맞을 준비가 덜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에디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와 청소를 시작했다.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육체노동만큼 좋은 건 없다. 마음먹고 테라스까지 정리하는데 빈 화분에 고인 빗물 위로 담배꽁초가 둥둥 떠 있는 걸 발견했다.


담배라니 이게 대체 어디서 떨어진 걸까. 훑어보니 테라스 곳곳이 담배꽁초투성이다. 나는 흡연하지 않고, 모에카도 금연 중이고, 오드리는 전자 담배만 피우니 이건 우리 집에서 나온 담배가 아니다.


나무젓가락으로 보기만 해도 역겨운 담배꽁초를 주워 담았다. 시간이 지나 누렇게 쪼그라든 꽁초도 있었고, 필터의 볼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꽁초도 있다. 이 많은 꽁초를 지나가던 행인이 굳이 담장 안으로 던졌을 리는 없으니, 범인은 위층 아마두 씨 가족 중에 있을 것이다.


위층을 올려다보았다. 굳게 닫힌 창 안에서 평화롭게 자고 있을 범인을 생각하니 참을 수 없는 화가 끓어오른다. 마음을 다스리려 시작한 청소였는데 분노만 가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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