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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가게 음식이 아주 약간 짜다면

발길을 끊을텐가요?

by 올망 Mar 09. 2025

어제까지 오랜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사람이

오늘 내게 상처를 주었다면,

그건 그 관계를 단절하기에 충분한 이유일까요?


물론 어떤 상처인지에 따라 다를 수 있어요.

하지만 어떤 종류의 상처는 아주 아주 작지만,

반복적으로 누적될 때 그 상처가 아물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하지요.


최근에 그런 일이 제게도 있었어요.

이미 여러 차례 한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상처를 받아왔고,

작더라도 한번만 더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그 오랜 관계를 포기하고 싶어질 것 같았어요.

상대가 최근에 바빠서 여유가 없음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작은 상처들을 그저 이해해주려고 애쓰고 있었어요.

저의 호의를 상대가 인지하지 못했던 모양이었죠.


상대의 무례함이 저의 임계치를 넘어서기 일보 직전이었달까요.

그의 무례함은 더이상 상대를 상황을 이해해주려는 저의 노력을 넘어서고 있었죠.

 


그리고 아주 예전에 겪었던 비슷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저에게 반복적으로 작은 일로 상처를 주었던 상대에게

저는 상대에게 제가 힘들다는 표시를 했다고 생각했으나

상대는 인지하지 못했던 모양이었죠.

제가 관계를 끊어내고 나서야, 상대는 힘들면 말을 하지 그랬냐고 했습니다.

물론 그는 그의 자기 방어로 했던 말인 것을 압니다만,

우리네의 관계에서 나의 의중을 명시적으로 정확한 단어를 골라 전달하지 않으면

서로 다른 해석을 한다는 사실을 깨우친 계기가 되었지요.


좋아하는 음식을

편안한 분위기에서 제공해주는 식당이 있어서

즐겨 가고 있다고 가정해볼까요?


음식이 짜거나,

음악이 지나치게 크거나,

식당에서 느끼는 온도가 편안하지 않은 어느 날이 있을 수도 있죠.


그런 일들이

그 식당을 계속 가고 싶지 않은 정도의 불편함은 아닐 수 있어요.

그런데 반복된다면,

그 식당을 안 가게 될 것 같은 불편함이예요.

그럴 때 어떻게 하시겠어요?

약간의 불편함을 안고 그 식당을 계속 갈까요?

그 불편함이 임계점을 넘는 그 순간부터 그 식당을 가지 않는다면,

저 또한 그 식당이 주는 나머지의 편안함을 포기하기도 하겠지요.



그래서 이번엔  제가 배려를 통해 참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나는 당신의 이런 행동에 상처 받고 있다.

 당신이 조심해주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의향이 없다"라는 말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저의 고민을 들은

제 주변의 누군가는 "극단적이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멀어지면 된다"라고 저를 위안했어요.

하지만 저의 의사와 상관없이 계속 만나야 하는 상황이기에

자연스럽게 그저 멀어지는 것은 조금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상대가 바빠 지금 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는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상대에게

"나는 당신의 행동에 상처 받는 중이다.

  당신이 바빠 여유가 없는듯 하여 왜 상처받고 있는지에 대하여 지금 전달하지는 않겠다.

  여유가 생긴다면, 이 주제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달라"고 말했어요.


당신과 내가 쌓아온 시간이 소중하니.

당신도 그것을 소중히 여겨주길 바라며, 상대가 바꿀 기회라도 주어야 겠다는 뜻이었어요.


단골가게가 손님을 잃는 것 만큼이나

손님도 단골가게를 잃는 것은 아픈 일이라고 믿으며,

더 깊은 관계로 가는 중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골가게에서의 노력이 와닿지 않는다면

오늘도 관계를 하나 더 잃게 되겠네요.


상처받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지는 것만큼이나

앞으로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잘 넘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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