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상 속 철학이야기
서울대 출신의 아빠를 둔 우리 집 아이들은 불행히도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 첫째는 입으로만 “열심히 할게요~”를 반복하는 타입이고, 둘째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버티다가 마지못해 벼락치기로 숙제를 마무리하곤 한다.
공부를 잘하면 누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아빠는 아이들의 부진한 학습능력과 태도를 보며 답답해한다. 그럼에도 내가 아이들에게 학습을 강요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지식의 양보다는 삶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부모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공부에 익숙해지면, 주어진 과업을 어떻게 하면 요령껏 빠르게 해서 놀 시간을 확보하느냐에 몰두하게 된다. 나의 학창 시절이 꼭 그랬다. 혼나지 않을 정도로만 노력하는.. 공부에는 전혀 진심이 아닌 아이.
문제는 요령을 피우는 삶의 습관이 인생 전반에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모님의 기대에 맞춰 공부를 했던 아이가 부모님의 눈높이에 맞는 적당한 회사에 취업을 했다고 해보자. 아이의 회사생활은 즐거울까?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신입사원으로 인정받으며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대게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하물며 우리 아이들은 인공지능(AI)과 함께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세대이다. 적당한 지식을 바탕으로 효율을 추구하다가는 도태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그냥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것도 통하지 않는다. 잠도 자지 않는 기계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더욱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 무엇을 개선하면 좋을까?’ 공부도 일도 이런 질문들을 던지며 스스로 해낼 줄 알아야 한다.
간혹 ‘저 사람은 뭘 해도 성공할 거야..’라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공부 성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대게는 삶을 대하는 그 사람의 태도가 남달라서 그런 느낌을 받곤 한다.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후회가 되는 순간들도 그렇다.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나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나의 태도가 바람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이나 ‘회사생활 잘하는 A-Z’ 같은 것들은 책이나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가 후회하는 이유는 그것들을 실행하는 태도, 마음자세가 덜 되었었기 때문이다.
이런 엄마의 태도가 아이를 조금 느리게 걷게 만들지도 모른다. 남들보다 학습능력이 부족해 속이 상하는 날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은 ‘공부’가 아니라, ‘공부를 대하는 태도’ 나아가 ‘삶을 대하는 태도’이기 때문에 ‘친구들의 잘난 아들, 딸’ 이야기에는 눈과 귀를 닫고, 그냥 묵묵히.. 내가 선택한 길을 걸어가 보려고 한다.
승자의 조건은 타고난 재능이나 높은 지능이 아니다. 승자의 조건은 소질이 아니라 태도다. 태도야 말로 성공의 잣대다.(미국작가 데니스 웨이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