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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밀 Feb 15. 2022

엄마는 잔소리쟁이

육아 일상 속 철학이야기

어린 시절 나는 엄마의 잔소리가 너무 싫었다. 나를 위하는 엄마의 마음을 몰라서가 아니라, 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데 간섭받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나였는데… 어쩌다가 아이들에게 ‘잔소리쟁이’라고 불리는 엄마가 되어버린 걸까?

아이와 함께 하루를 보내다 보면, 소소한 생활습관부터 학업에 이르기까지 바로잡아야 주어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냥 내버려 둘까 싶다가도, ‘세 살 버릇은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나 ‘공부 습관은 저학년 때 잡아야만 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면 잔소리 폭격을 할 수밖에 없다.  


부모 된 입장에서 변명을 덧붙이자면, 그게 다 아이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진심 어린 조언이지, 듣기 싫으라고 하는 잔소리는 절대 아니다. 아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비롯된 착한 잔소리, 하지만 의도가 선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말 괜찮은 걸까?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자기 합리화하기 전에, 아이를 위한다는 말의 의미를 되짚어보자. 정말 아이를 위하는 일인지, 나를 위한 일인지 말이다.


부모라면 이런 경험 한 번쯤은 다들 있을 테다. 놀이(모래놀이든 물감놀이든 단순 소꿉놀이든)에 집중해 엉망이 되어 있는 아이에게 꼴이 이게 뭐냐며 타박해본 적, 학습지 문제를 풀기 싫다고 미루고 미루는 아이를 혼내본 적, 밤이 늦었는데도 자기 싫다며 계속 놀겠다는 아이에게 화내 본 적..

혹시 지저분해진 아이를 씻기고, 더러워진 옷을 빨아야 하는 게 싫었던 건 아닌지. 아이가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내 바람이 지나쳤던 건 아닌지. 밤늦게까지 아이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게 피곤해서 화가 났던 건 아닌지… 사실은 내 이기심도 한 몫했던 건데, 이 모든 게 아이를 위한 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닌지 말이다.


부모의 다정한 걱정과 조언이 ‘잔소리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  필요하다. 듣기 좋은 말만 하라는 뜻이 아니다. 아이가 나의 이야기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인지, 간섭으로 생각하지는 않는지 살피면서 소통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 나의 욕심을 강요하는것은 아닌지도 수시로 체크해봐야 한다.


잔소리와 조언의 차이는 의외로 간단하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감정이나 마음 상태, 입장 등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된다. 내가 아무리 조언이라고 우겨도, 아이가 잔소리로 받아들이면 잔소리일 뿐이다. 상대의 감정을 배려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대화하는 소통의 기본 원칙을 아이와의 대화에도 적용해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품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딱 그 품의 넓이만큼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며 자란다. 부모가 많은 것을 포용해줄수록 더 많은 것들을 모험하며 체득할 수 있다. 안전, 위생, 생활습관 등등 잔소리가 많아지면, 아이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만일 잔소리를 하지 않는 것이 정 불안하다면, 차라리 알람이라도 활용해보자. “엇, 알람 울렸네? 뭐 할 시간이지?”라고 물으며, 아이 스스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상기하도록 하는 편이 낫다.


원래 부모들은 자식 걱정이 많은 법이고, 부모이기 때문에 잔소리를 안 할 수 없다는 핑계는 그만하자. 조금 더 넓은 품으로 아이를 품어주고, 나의 편협한 잣대와 욕심이 아이의 소중한 경험들을 갉아먹지 않도록 노력하자. 노래 가사도 있지 않은가.


잔소리는 Stop it 알아서 할게
(WANNABE by IT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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