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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밀 Dec 29. 2021

간단한 질문으로 알아보는 내 아이의 성공 확률

육아 일상 속 철학이야기

엄마 마트갈건데.. 먹을    올까?


A: “불고기랑 돈가스랑 소시지랑 떡볶이요~”

B: “엄마가 알아서 사 오세요~”

얼핏 보면 뭐라고 대답한들 무슨 차이인가 싶을 정도로 단순한 질문이지만, 아마도 A와 B 두 아이는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대답이 구체적이고 명확한 아이일수록 타인의 눈치를 덜 보고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나는 B라고 대답하는 아이였다. 어릴 적부터 결정장애가 있었는지 외식을 나가면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르지 못했고, 옷을 사러 가도 한참을 고민하고서야 겨우 고르거나, 빈손으로 돌아오곤 했다.


생각해보면 취향이 불명확했다기보다는 눈치를 봤던 것 같다. ‘엄마가 비싸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맛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언니는 뭘 골랐지?’ 같은 생각을 했다. 나에게 던져진 질문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고민하느라 혹은 일어나지 않은 일을 고민하느라 내 속마음을 먼저 돌아보지 못했다.


좀 더 커서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를 탐구하기보다는 ‘유망한 대학/전공은 무엇인지, 어떤 회사가 만족도가 높은 회사인지’와 같은 외부적인 무언가에 집중했다. 대다수가 좋다고 하는 것이 나에게도 좋은 것일 거라 믿었다. 순진하게도.


딸아이도 어릴 적 나를 닮았는지, 뭔가를 사러 가면 한참을 고민하고도 고르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처음에는 대신 골라주곤 했는데, 아이가 자라면서부터는 약간의 시간을 주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한다. 선택을 훈련시키는 셈이다.


2년 정도 트레이닝을 시켰더니 결정하는 속도가 제법 빨라졌다. 예전에는 한 시간도 넘게 고민하던 걸 요즘은 10~20분 정도면 결정한다. 물론, 아이의 결정이 내 맘에 쏙 드는 건 아니지만 큰 문제가 없는 한 그 결정대로 따라주려고 노력한다. 결정 과정에서 내 눈치를 보면 안 되니까…



원하는 바가 구체적이고 명확하면 그것을 이루어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예를 들어 ‘반드시 서울대에 합격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이 ‘그냥 성적에 맞춰서 진학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간혹 타고나는 경우도 있겠지만, 자신의 취향을 잘 알고 스스로 책임 있는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우리는 중대한 결정에 앞서 나 자신을 믿고 선택해도 되는지, 과연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인지 무수한 고민을 한다. 이런 고민들을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가려면 작은 선택부터 스스로 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이가 작은 것부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자. 그런 연습들이 모이면 인생의 중대한 결정 앞에서도 소신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페터 비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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