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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밀 Dec 23. 2021

직장맘, 전업맘 둘 다 해본 언니의 진심 어린 조언

육아 일상 속 철학이야기

직장맘으로 아이를 키우다 보면 누구나 ‘일을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반대로 전업맘이 되면 포기했던 나의 커리어가 아쉬운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둘 중 어떤 선택이 더 나은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직장맘으로 5년, 전업맘으로 5년 정도를 보냈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 쪽에도 얽매이지 않기 위해서 제3의 커리어를 준비 중이다.


[처음 직장맘 3년]

첫 아이를 낳고 9개월 만에 복직을 했다. 사실 아이에게 엄마가 필요하다 생각은 했지만, 집에서 아이만 보살피는 내 모습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그래서 일과 육아의 병행을 선택했지만, 헤어질 때마다 우는 아이를 보는 일은 좀처럼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어설픈 직장맘으로 하루하루를 버겁게 견뎠다. 퇴근시간이 다가올 때면, 어린이집에서 종일 엄마가 오기만 기다렸을 아이에게 1분이라도 빨리 가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빨리 나갈 수 없으면 불안하고 초조했다.

부족한 엄마이기에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싶은 마음에 서점을 찾아 육아서를 읽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읽을수록 막막함만 커졌다. 엄마가 해야 할 일은 무척 많았고, 방법도 다양했고, 그 영향력은 너무 컸기 때문에 나의 커리어를 핑계 삼아 이렇게 아이를 방치해도 괜찮은 건지 걱정스러웠다.


가사노동, 직장 스트레스, 저질 체력이 발목을 잡았고, 늘 잠이 부족했다. 한마디로 좋은 엄마는 불가능이었다. 오늘도 결국 아이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억울했다. 분명 나는 노력하고 있는데, 왜 나아지는 것이 없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육아책들은 쳐다보지도 않게 되었다. 알면서도 해줄 수가 없으니, 덜 미안하려면 외면하는 편이 차라리 나았다. 전업맘도 완벽할 수는 없고,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아이에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버텼다.


[전업맘 이야기]

그러다 둘째를 낳으면서 전업으로 돌아섰다. 처음에는 1년만 휴직을  생각이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5 넘게 쉬게 됐다. 전업맘이 되면 완벽하게  해낼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우선 일과 육아를 병행할 때는 바빠서 그냥 지나쳤던 일들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집안은 왜 이렇게 더러우며, 아이의 생활습관은 엉망이고, 손은 또 왜 이렇게 많이 가는지… 아이가 둘이나 있으니, 해달라는 건 많은데 몸은 하나뿐이라 버거웠다. 가사와 육아는 ‘시작도 끝도 없는 무한반복이다’는 말이 새삼 와닿았다.  


남편은 내가 집에서 쉬고 있으니, 이제 맘 놓고 야근과 회식을 일삼았다. 가사를 도와주는 빈도도 줄어들었다. 직장생활 또한 녹록지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조금 서운해도 그냥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넘어간다.

아이들과 몸을 부대끼는 시간이 늘어나니 트러블도 잦아졌다. 어느새 나는 폭풍 잔소리꾼이 되어 있었다. 내가 꿈꿨던 다정하고 상냥한 전업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직장에 다녔던 때보다 나아진 것이 무엇인지 진심 의심스러웠다.


[다시 직장으로…]

그렇게 5년을 보내고 복직하던 날, 너무나 설레었다. 꿈만 같았다. 출근할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내가 퇴근하고 올 때까지 학원을 돌아야 할 아이들이 조금 안쓰러웠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저녁이 되면 또다시 집으로 ‘출근’을 하는 나날이 시작됐다. 그동안 아이들이 많이 자랐고 나도 요령이 늘어서 예전만큼 힘들지는 않았지만, 일과 육아를 모두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었다. 아이들 준비물은 놓치기 일쑤였고, 장을 제 때 못 봐서 냉장고가 텅텅 비거나 반대로 냉장고 속에서 음식이 썩어가는 일도 자주 생겼다.


[다 해본 언니의 조언]

직장맘도 전업맘도 어차피 완벽할 수 없다. 자신과 반대의 위치에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지금의 자신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고 해도, 막상 그 자리에 닿아보면 생각만큼 근사하지는 못하다.


상황은 늘 변화무쌍하다. 지금, 찰나의 순간에 처한 상황은 불변이 아니다.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변한다. 변하는 상황마다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려고 하면, 본인의 진심이나 의도와는 달리 자꾸만 상황에 끌려다니게 되고 만다.

직장맘이든, 전업맘이든 자신을 의심하지 말라. 순간의 상황에 흔들려, 완벽할 수 없는 가치를 쫓느라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라. 지금, 그 자리에서 이미 충분히 잘 해내고 있는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애초에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그렇기에 당신의 모든 선택은 옳고, 나는 당신의 모든 순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영원한 진리는 없다(헤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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