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일상 속 철학이야기
연말이면 아이들은 곧 한 살을 더 먹게 된다는 사실에 참 많이도 설레어한다. 반면, 나는 한 해가 저물어 간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하다.
지난 1년 동안…
목표한 바를 이룬 게 있기는 한 건지,
작년의 나보다 나아진 건 도대체 무엇인지…
계획은 많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늘 미루기만 했던 것은 아닌지…
적어도 아이들은 키라도 크고, 뭐라도 하나 더 알게 된 것이 확연히 눈에 보이는데 엄마인 나는 대체 뭘 한 건가 싶기만 하다. 남편이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넨다. “그래도 아이들 저만큼 잘 키웠잖아~”
작년까지는 그 말이 그리 듣기 싫지 않았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듣기 거북하다. 한두 해도 아니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 자라는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끼며 ‘올 한 해 잘 보냈다.’고 얘기하는 건 너무 비겁한 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음… 아니지…
나도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이 있기는 하지ㅋ 늘어난 주름과 흰머리, 나잇살… 뭐 이런 것들?
(아… 눈물이 앞을 가리.. 는.. 구. 나..)
하루 24시간, 1년이면 8,760시간, 10년이면 87,600시간이나 되는데 그중에 나에게 투자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부끄러워졌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드러누웠고, TV나 핸드폰을 쳐다보았고, 스트레스를 핑계로 야식도 즐겼다.
(지나친 반성은 정신건강에 별로 좋지 않다고 하니,) 잘한 일도 조금 있긴 하다. 이제 겨우 10편이지만…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했고, 지난 9월부터 약 4개월 동안 70권 남짓한 책을 읽었다. 나름 뚜렷한 인생의 목표를 설정했고, 아직은 의지도 실천력도 부족하지만 새로운 일들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지난 10년을 놓고 봤을 때, 정말 보잘것없는 변화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걸음이라도 떼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속도가 빨라진다고들 한다. 10대는 시속 10km, 20대는 시속 20km, 30대는 시속 30km, 40대는 시속 40km… 하지만, 나이와 함께 빨라진 속도를 탓하며 시간이 없다는 핑계만 댈 수는 없지 않은가.
사람은 무언가에 집중하고 오래도록 기억할만한 의미 있는 경험을 많이 할 때, 시간을 평소보다 길게 인식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른보다 시간을 느리게 받아들이는 것도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있기 때문인 셈이다.
그러니,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만 탓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그 무엇이라도…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더 많이 선물해야만 한다.
꿈을 품고 뭔가 할 수 있다면 그것을 시작하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 속에 당신의 천재성과 능력과 기적이 모두 숨어있다. (괴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