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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밀 Dec 17. 2021

‘엄마’라는 직업 = 1인 기업가

육아 일상 속 철학이야기

엄마들은 무급으로 ‘가치(가사, 육아 등)’를 창출해내는 1인 기업가로 24시간을 살아간다. 워킹맘들은 회사에서 퇴근하면 집으로 출근하고, 전업맘들은 출퇴근도 없는 삶을 살아간다.

물론, 모든 일을 혼자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집집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편이나 부모님, 아이돌보미, 가사도우미, 보육기관 등등 많은 부분을 아웃소싱 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와주는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 책임감을 가지고 1부터 100까지 챙기는 사람은 엄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외출을 해보면, 왜 ‘엄마’가 1인 기업가인지 알 수 있다.

집을 나서기 전, 남편에게 시간별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줬다.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도 설명해줬다.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전화가 걸려온다.
“여보, 00이가 XXX장난감 찾는데.. 그거 어디에 있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전화가 온다. “여보, 기저귀 함에 기저귀가 몇 개 안 남았는데 새 거는 어디에 있지?” 그리고 또 잠시 후, “여보, 00이가 이유식을 반 밖에 안 먹는데, 어떻게 해? 그냥 그만 먹여도 되나?”

이쯤 되면 ‘빨리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경력이 짧은 아르바이트생에게 가게를 맡기고 장시간 가게를 비워야 하는 사장님의 마음이 딱 이렇지 않을까?

모든 남편들이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 남편의 경우는 부탁하는 일은 잘 도와주지만 스스로 찾아서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마저도 본인의 본업(직장일)이 바쁘면 나 몰라라 한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나만큼 집안일이나 육아를 잘 도와주는 남편이 어디 있어~~?” 그렇다. 자기 일이 아니다. 도와주는 것이다. 오너쉽이 없다.  


맞벌이를 하는 경우에는 이런 일도 벌어진다.

<미리 예정된 아내의 야근>
며칠 전부터 그날은 야근이니 당신이 일찍 퇴근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리고, 당일 퇴근 시간 전에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한다. “여보, 오늘 정시퇴근할 거지? 00이 시간 맞춰서 데리러 가고, 밥 잘 챙겨 먹이고 해~ 반찬은 A랑 B랑 C랑 냉장고에 들어 있거든? 그리고 내일 준비물 잘 확인해서 챙겨놓고~”

<갑작스러운 남편의 회식>
저녁시간이 한참 지나도 연락도 없고 안 들어오길래 아내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면 이렇게 대답한다. “나 오늘 늦어. 00 부장님이 클라이언트랑 갑자기 식사하자고 하셔서..”

* 여기서 중요한 건… 사전에 허락을 구하거나 변화된 상황에 대해서 협의를 하자는 태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방적인 통보이다.

역시.. 집안일과 육아에 대한 1차 책임은 ‘엄마’에게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일은 녹록지 않다. 정부의 보육지원이 늘어나고 남편들의 육아 참여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엄마’라는 단어가 갖는 무게감은 그대로이다.


외로운 1인 기업가 = 엄마

가정을 기업으로 보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가정에서 ‘엄마’가 맡고 있는 역할이 1인 기업가만큼이나 외롭고 고단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가정의 공동창업자인 남편이 조금 더 ‘주인의식’을 가져주면 좋겠다. 남편들에게 묻고 싶다.


혹시 자본금을 투자하면서(월급을 벌어오면서) 평소에는 무관심하다가 가끔 한 번씩 ‘집안은 잘 돌아가는지 아닌지, 아이 교육은 잘 이뤄지고 있는지 어떤지’ 관심을 보이곤 했던건 아닌가요? 또는 바쁘다는 핑계로 늘 소홀하다가 집안의 중요한 행사 때나 자리를 빛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않았나요?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적 마인드가 아니라,  발짝 뒤에 물러나 있으면서 기업이  굴러가길 바라는 투자자 행세를 하고 있었던건 아닐까요?


# 이렇게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나도 모르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물론 이런 관점 또한 절대 진리는 아니겠지만, 다양한 방식의 사고를 통해서 어떤 문제들을 조금이라도 개선해 나갈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다.

관점주의 : 니체는 가치중립적으로 절대(항상) 옳은 관점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나’를 둘러싼 세상을 새롭게 바라봄으로써 우리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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