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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경 Oct 05. 2023

2023년 노벨문학상 발표를 앞두고 추천하는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41

  - 2023년 노벨문학상 발표를 앞두고 추천하는 독일문학     



      명절이라 집에 갔다가 학창 시절 받았던 상장을 모아둔 상자를 발견했다. 뒤적거리다 초등학생 시절 매년 빠지지 않고 받은 상이 있다는 걸 발견했는데, 바로 ‘효도 상!’ 분기별로 이른바 착한 어린이를 유형화해 봉사, 성실 등의 이름을 붙인 상으로 친구들의 추천을 통해 선정한다. 효란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는지 알 길 없는 아이들은 대충 이름에 ‘효’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매번 나를 후보에 올렸고, 덕분에 감사하게도 매년 빠짐없이 ‘효도 상’을 받을 수 있었다. 싫어했던 이름인데, 나름 덕을 본 것도 있다는 생각에 친구 A에 말했더니...    



    “상이란 게 굉장히 정치적인 거 같아. 문학에서도 주는 상도 작품의 우수성을 따진다지만, 기준은 결국 정치적인 요소에서 벗어나기 어렵더라고. 노벨문학상도 주로 유럽어권 작품이 선정되거나 선정되는 주요 주제가 정해져 있잖아. 그런데 그 가치는 과연 21세기에 유효한 것인가라는 말이지. 수상 제도(?)에 대해 가끔 의문이 들긴 해. 안 그래도 노벨문학상 시즌이니, 분위기에 편승해서 독일문학 수상작을 한번 읽어보자 싶어서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를 읽었어. 이렇게 슬픈 이야기가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더라고. 진짜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아. 



이 소설은 작가랑 시대 배경 이해도 중요한데, 작가는 루마니아의 독일계 소수민족 태생이야.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에 루마니아가 러시아에 항복하면서 자국에 있던 독일인들이 러시아에 의해 강제수용되었대. 작가의 어머니도 실제로 강제수용소에서 갔었다고 하더라고. 나치나 강제수용소나 관련된 이야기를 쉬쉬하고 침묵하는 분위기에서 자란 작가는 알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고 해. 베를린으로 망명하고 나서 우연히 작가가 오스카 파스티오르라는 시인을 알게 되었고, 그가 나눠준 수용소의 이야기를 듣고는 같이 글로 남기는 작업을 해보자고 제안했대. 숨겨진 목소리를 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 같아. 


p.226 숨그네 <권태에 대하여>


소설은 5년간 생활한 강제수용소 이야기인데, 작은 단위로 쪼개져서 진행돼. 이런 식의 서술을 콜라주 서술이라고도 부르는 거 같아. 나무신, 심장삽 등과 같은 수용소 물품, 아내의 수프를 탐내는 남편, 분노를 터트리는 수용자들을 어르고 달래는 이발사 등 수용소 사람들 등 여러 키워드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짧게 짧게 진행돼. 고통스러웠던 시절을 문학의 소재로 삼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야. 끔찍했던 경험이었지만 또한 삶이었기에 나에게서 떼어낼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잖아. 이를 기록하고 상기시키며 정면으로 마주하는 거 문학이 잘하는 거고,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지...”       



     효도 상 이야기는 어쩌다 여기까지 이어졌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상 타면 더 많이 출간되어서 난 노벨문학상 좋던데. 마케팅에라도 써먹을 수 있으니 말이야. 올해는 누가 타려나?       



<숨그네/ 헤르타 뮐러(박경희 옮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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