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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경 Feb 29. 2024

독신의 삶을 응원하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48

   - 독신의 삶을 응원하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독일문학  


    

    한 해가 바뀌면서 엄마의 결혼 잔소리가 한층 강화된 느낌이 들었다. 명절에 같이 TV를 보다가 TV 속 집이 좋아 보인다는 말에 엄마는 결혼하면 저런 집에 살 수 있다 하시고, 평일 낮에 한가로이 카페에서 책 읽으니 좋다고 했다가 결혼하면 매일 그럴 수 있다고. 무슨 얘기만 하면 결혼으로 끝이 나고야 만다. 혼자 사는 내가 불쌍하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으시니 슬슬 약이 올라 친구 A에게 하소연하는데...     



   “미디어가 혼자 사는 이를 처량하게 만들어서 그래. 그나마 1인 가구의 다채롭고 즐거운 삶을 조명했던 “나 혼자 산다”마저 비혼주의자에게서 등을 돌리면서 혼자의 삶은 또다시 처량해 보이는 거지. 하지만 내가 다시 독신의 삶을 재평가할 수 있는 소설을 만났지! 바로 아르투어 슈니츨러의「독신남의 죽음」이야. 혼자 살던 한 남자가 죽음을 앞두고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와. 그런데 이미 남자는 죽어버렸어. 홀로 죽음을 맞이한 남자를 연민의 태도로 대하는 불려 온 친구 3명은 데면데면한 사이지. 그들은 남자가 자신들을 부른 이유가 있을 거라 짐작해. 짐작한 대로 그들에게 전하는 비밀이 담긴 편지를 발견해. 


죽은 이는 말이 없지만, 편지는 망자를 위해서라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편지를 읽기 시작해. 편지를 읽고 난 후에 이들은 죽은 독신남에게 욕을 퍼부어. 편지 내용에 나도 놀랐지만, 이내 독신남에게 박수를 보냈지. 흔히 떠올리는 독신의 삶은 외롭고, 쓸쓸할 거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보여 줬다고. 태도를 변화시킨 독신남의 편지가 궁금하지 않니?


이번에『슈니츨러 단편선』에는 그 외에도 죽음과 관련한 짧은 이야기가 흥미롭더라.「죽은 가브리엘」에선 죽은 가브리엘을 포함한 4각 관계가 등장해 긴장감을 유발해. 슈니츨러가 내적 심리를 잘 묘사하는 작가이기만 한 줄 알았는데, 서사를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하더라고.


레데곤다의 일기」는 몰아치는 전개에 빨려 들어가 이야기의 끝을 향해 내달리는데, 마지막에 놀라서 숨이 멎을 지경이었어. 죽음은 좀처럼 다루기 어려운 소재라 자칫 모든 이야기를 삼켜버리는데 슈니츨러 작품의 죽음은 줄타기를 잘하는 곡예사처럼 적절히 녹아 있어서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하는 듯 해. 그나저나 죽어서야만 전할 수 있는 비밀은 어떤 게 있을까? 아, 나도 독신남 같은 삶을...흠 아니 꼭 그런 걸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러니깐 내 말은...” 




   도대체 독신남이 남긴 비밀이 뭐지. 친구 A는 왜 독신남의 라이프에 열광하는 거지. 쓰읍 너무 궁금한데 이거...     



<슈니츨러 단편선/ 아르투어 슈니츨러(신동화 옮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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