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회사를 때려친다.
우리 집은 1년에 한 번 김장을 한다.
이제는 홈쇼핑이다 뭐다 김치를 사 먹을 법도 한데 아직까지 김장이 건강의 척도라 생각하시며 부모님은 김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신다.
하지만 내 나이가 40대 중후반, 부모님도 연세가 있으시기에 김장을 하시기에는 무리가 있고...
또 한 번 김장을 하면 언니네 오빠네 누구네 줘야 한다고 하시며...
2박 3일 연례행사를 하듯 김장을 담그고 있다.
그렇게 부모님께서 김장을 담그신 게 아마도 30년은 넘으신 것 같다.
사실 오빠나이까지 생각하면 결혼하시고 계속 담그셨으니까 50년은 김장을 해오신 것이다.
김장을 하면, 우선 큰 고무 다라이를 몇 개 놓고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배추를 그 고무 다라이에 담근다.
그리고 배추를 절인 후 바닥에 비닐을 넓게 깔고 절인 소금일 건져 내고 배추를 씻어 내야 한다.
어머니, 아버지, 나 그리고 어쩌다 함께 온 남편 (가족들이 돌아가며 부모님을 도와드리기로 하지만 근래에는 우리가 갔다.) 전쟁의 시작이었다.
우선 큰 고무 다라이를 어떻게 놓아야 절인 배추를 넣기 쉬울까부터 어머니와 아버지의 의견이 안 맞았다.
여기까지 나와 남편은 웃으며 일을 했다.
그리고 비닐을 바닥에 깔고 절인 배추를 무한 반복하며 꺼내야 하는데 어떻게 비닐을 놓아야 하는지부터 또 부모님의 의견이 안 맞았다.
나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아니, 김장을 50년을 하셨는데.. 의견이 아직도 안 맞아... " 그때까지 해맑게 웃었던 것 같다.
그리고 배추를 건져 내는데...
"배추를 그렇게 건지면 나중에 배추는 어디다 놓을 거냐?"라고 "왜 일을 힘들게 하냐!"라고 아버지가 뭐라 하셨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아예 들리지 않으시는 것처럼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아... 피곤하다..’ 내 표정도 약간 굳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반대에 앉은 남편은 또 속이 없는 사람처럼 "하하" 웃고 있었다.
그리고... 반나절 배추를 절인 후 저녁에 즐겁게 밥을 먹고 나서 배추를 씻어서 건져야 하는 시간이 왔다.
물을 여러 곳에 담고, 배추를 여기저기 건지고 또 물이 잘 빠지게 엎어 놓고
이렇게 놓고~ 저렇게 놓고~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시끄럽다!
알아서 하겠다!
난리가 났다.
결국 나는 "아빠! 자꾸 화내실 거면 그냥 들어가세요... "라고 했다.
아버지는 힘들게 일하는 우리가 답답한 나머지 "어휴! 알아서 해라! " 하고 들어가 버리셨다.
그렇게 시작한 김장이 이렇게 저렇게 의견충돌이라는 안 보이는 총알이 날아다니며 2박 3일에 걸쳐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저 건너편 의견의 총알을 피하며 김장을 묵묵히 담그는 남편의 모습이 보였다.
참 신기한 것은 이렇게 글을 쓰면 마치 처음 김장을 담근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부모님과 우리는 5번 정도 김장을 함께 담근 이력이 있었다.
'아................. 회사에서 의견을 나눈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아무리 해도 의견을 맞추는 것은 어려운 것이고, 여러 번 함께 일을 했어도 늘 새로운 의견처럼 싸우는 게 회의였다.
자... 여기서 묻고 싶다.
- 머리가 좋으셔 사실 맞는 말씀을 하시지만 다른 가족의 일을 하는 방식이 답답해 방에 들어가신 아버지...
- 일을 좀 당신의 방법대로 하시지만 누군가의 의견과 상관없이 묵묵히 끝까지 김장을 마무리하신 어머니...
- 중간에서 웃으며 분위기를 즐겁게 해 보려다 끝내 폭발한 딸내미...
-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라며 아무 말 없이 김장을 정리한 사위...
진정한 승자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