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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Jul 06. 2022

멋보다 중요한 것

귀걸이도 실용적으로


명품 브랜드에서 거금을  귀걸이를 샀다. 그동안 내가 샀던 귀걸이들을 다 팔아도 그 귀걸이를 못 살 것 같다. 어느 유명 여배우가 하고 나온 그 귀걸이 산 이유는 정말 예쁘고 매력적이었으며(마치 내가 하면 여배우가 될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상상) 그리고 지금부터 노년까지 오래도록 그것만 사용한다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참을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구입했다.



문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발견됐다. 너무 비싼 것이라 아끼고 아끼다가 착용한 그날, 귀에서는 진물이 나왔다. 그 귀걸이는 침이 두꺼웠다. 살 때부터  두께내 귀에 조금 무리일까 싶었는데, 그래도 귀걸이 매일 하지는 않 가끔 착용하는 것이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 값비싼 귀걸이를 착용한 날은 귀에서는 꼭 진물이 나오거나 피가 났다. 적응되는데 오래 걸리려나? 싶어서 마데카솔이나 후시딘을 발라서 며칠 귀걸이를 하지 않고 내버려 두곤 했는데... 결국 이 사이 나고 말았다.



어느 날 귀걸이를 끼려고 넣었는데 귀 뚫은 곳 한쪽이 막혀버렸다. 맙소사 귀를 뚫은 지 15년은 족히 넘은 것 같은데 아니 귀 뚫은 곳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그 고가의 귀걸이가 문제였을까, 덧나지 마르라고 발랐던 새살이 솔솔 연고가 문제였을까.



귓볼이 완전히 막히진 않았을 거라 예측하고, 집에 있는 가장 뒷침이 날카롭고 얇아 보이는 귀걸이를 들고 이전에 뚫려있었던 귓 구멍에 잘 맞춰서 넣었다. 초반에 살짝은 들어가는 듯했으나 그다음은 정말 끙끙 거리며 간신히 넣었다. 아니 마치 내가 새로 귀를 뚫은 느낌이었다. 결국 내 귀는 피로 얼룩졌다. 피를 잘 닦고 이번엔 막히지 않을 만한 다른 연고를 찾아서 바르고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하필 그 귓볼 뚫는 것에 쓰인 귀걸이가 사이즈가 너무 커서 옷을 갈아입을 때라 던 지, 잠잘 때 귀에서 걸려서 좀처럼 불편해서 신경 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외출 후에는 집에 들어온 순간 나는 몸에 어떤 귀금속도 붙어있는 것이  싫어서 귀걸이, 목걸이, 반지 모두 빼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막힌 곳 한쪽에만 귀걸이를 착용했으니 한쪽에만 하고 다니는 귀걸이가 좀 웃겼다. 그게 날카롭고 얇은 뒷침인 게 알이 큰 진주 귀걸이라 더 그랬다. 그러다 며칠 후에 나는 이만하면 이제 더 이상 막히지 않겠지라고 생각해서 귀걸이를 제거했다. 그리고 며칠 후 다른 귀걸이를 넣으려는데... 맙소사! 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겨우 며칠 가지고는 귀 뚫는 곳이 다시 자리잡기 어려웠던 걸까. 나는 또 그 불편한 귀걸이를 다시 끼게 되었다.









'정말 불편해' 그 귀걸이를 하고 잠을 자는데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이것은 기분 탓일 것만 같지만, 너무도 신경 쓰여서 자는 내내 불편했다. 하필 그렇게 큰 사이즈의 귀걸이가 종일, 그리고 귀가 아물 때까지 며칠이나 내 귀에 더 있어야 한다니 완전 좌절이었다.



그런데 그 며칠 동안 귀가 아물기는커녕 자꾸만 덧나서 피가 나고 진물이 나고 있었다. 이제는 얇은 뒷침이 아니라 진짜 '금 '귀걸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소유한 귀걸이 개수가 꽤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중에 '금'으로 함유한 귀걸이가 단 한 개도 없었다. 정말? 설마! 놀라서 또 찾고 또 찾아봤지만 내가 가진 '금' 귀걸이 하나도 없었다. 다 저렴한 가짜 귀걸이 밖에 없었다. 어? 이상하다. 그래서 기억을 되감아보았다.










아이가 세 살 때인가 내 결혼반지를 잠깐 만져본다고 가져가더니 결국 잃어버렸다. 너무도 넓은 광장에서 반지를 찾는 것은 모래 속에서 바늘 찾기 만큼 어려웠다. 결국 찾지 못하고 말았다. 결혼반지를 잃어버리다니 속상했다. 문제는 남편도 새로 사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귀금속 매장을 지나가다가 집에 있는 금을 팔면 다시 새 제품으로 교환해준다는 광고를 보았다. 그것을 본 나는 집에서 굴러다니던 어릴 때부터 모았던 자질구레한 금을 다 가져갔다. 보기엔 꽤 많아 보였으나 스톤을 제거하고 나니 중량이 얼마 되어서 겨우 실반지 반지 하나로 바꿔올 수 있었다. 결혼반지를 대체할 실반지로 바꾸느라 내가 가진 '금붙이'를 모두 팔아버렸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금'귀걸이가 집에 있을 턱이 있나.



난 어쩔 수 없이 다시 쇼핑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마음은 오프라인에서 하나씩 골라 귀에 대고 이왕이면 잘 어울리는 귀걸이를 사고 싶었지만 '금'이 함유되었다는 이유로 '금 귀걸이'의 가격은 굉장히 비쌌다. 조금만 맘에 들거나 디자인이 예쁘거나 사이즈가 조금 커지면 가격이 훅훅 뛰었다. 결혼 이후로 금붙이를 사지 않아 가격이 이렇게 오른 것을 몰랐다. 하긴 지난번 친구 아이 돌 선물로 금반지 1돈을 알아봤었는데 정말 비싸긴 하더라.



지금 단지 나에겐 내 귀에 매일, 매 순간 하고 지낼만한 아주 작고 귀여운 '금 귀걸이'가 필요다. 그것이 가장 필요한 이유는 귀가 더 이상 덧나지 않고 아물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이었기에 많은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심플한 것으로, 저렴한 것으로 찾고 찾고 또 찾았다. 처음엔 우리에 흔히 알려진 귀금속 브랜드들의 사이트에 가서 열심히 찾았다. 그렇게 며칠을 눈이 아프도록 인터넷으로 아이쇼핑을 했다. 그러다 결국 맘에 드는 것을 하나 찾아냈다(찾아내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지...)




다행히도 제주시내에 그 브랜드 귀금속 가게가 있었다. 그래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하필 내가 찾는 그 귀걸이는 구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실물을 보지 못한 채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제일 걱정되는 것은 디자인이 아니라 사이즈였다. 어차피 심플한 디자인을 골랐었기 때문에 그 귀걸이 사이즈가 더 중요했다. 이게 작은 볼 모양의 귀걸이인데 사이즈가 3mm, 4mm, 5mm 등등 여러 가지라 내 귓에 맞는 사이즈가 뭔지 몰라서 주문하면서도 답답했다.



귀걸이는 하필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제작하는 상품으로 제작기간을 7일이나 잡고 있었다. 배송기간까지 합치는데 여긴 제주도니 하루를 더 더해서 넉넉하게 잡으면 10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귀걸이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 지금 당장 필요한 금 귀걸이인데 그렇게 오랜 기간 배송된다고 생각하니 목이 빠지는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배송이 시작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또 그 이후로 도착할 날만 기다렸다.



드디어 귀걸이가 도착했다! 우리 집에 도착하는 택배회사 중에는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기도 전에 오는 회사가 있는데, 마침 그 택배 회사로 도착했다. 주말이 지나자마자 도착한 귀걸이, 나는 서둘러 귀걸이를 꺼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정말 작았다. 작아도 너무 작았다.



마치 집에서 잃어버리게 되면 너무 작아서 또다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수준이었다. 분명 귀걸이를 손으로 들었는데 아무 느낌이 나지 않았다. 귀걸이를 착용하다 뒷침을 떨어트렸는데 잃어버린 줄 알고 심장이 떨어질 뻔했다. 그렇게 드디어 금 귀걸이를 양쪽에 착용하게 되었다. 이제 앞으로 나와 365일 함께 해야 하는  작고 작은 금 귀걸이다.






작고 작은 금 귀걸이






가성비와 실용성이 겸비된 작고 작은 귀걸이이다. 처음엔 너무 작지 않나? 싶었는데, 막상 귀에 하니 찰떡같이 어울렸다. 작은 귀에 딱 맞는 작은 귀걸이였다. 그리고 절대 튀지 않고 굉장히 무난하면서도 마치 태어날 때부터 거기에 있었을만한 모습으로 귀에 걸려있다. 사이즈도, 가격도 적당했던 이 귀걸이는 정말 안성맞춤이다.




진짜 좋은 것은 귀에 분명 착용했는데 전혀 느낌이 나지 않는다.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잠을 잘 때이다. 이전의 귀걸이는 너무도 존재감이 확실하게 느껴져서 잘 때마다 '너무 불편해 빼버리고 싶어'라는 마음이 간절했는데 이것은 한지 안 한 지 전혀 느낌이 나지 않는다. 완전 득템이다!  귀걸이를 착용한 순간부터 이 귀걸이와 하나가 되었다.








물건을 사면 한참을 고민해서 사서 내 마음에 쏙 들어 오래도록 사용하는 것이 있고, 충동적으로 구매해서 다시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 이번 쇼핑은 완전 성공적이었다. 앞으로 제발 이 평범하지만 착붙인 귀걸이가 내 인생의 마지막 귀걸이가 되면 좋겠다. 혹여나 이 마음이 변할 수도 있겠지만 매일같이 귀에 걸려있는 이것을 보면서 다짐해야겠다.




'필요한 것은 이미 다 너에게 있어'




앞으로도 충동이 아니라 필요에 의한, 그리고 한참을 고민하고 선별한 끝에 물건을 사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충동구매에 약한 나는 오늘 다시 다짐해본다.





메인 사진 : https://pin.it/2lZmv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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