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air Jun 27. 2022

택배비가 아까워

제주, 도서 산간 지역

얼마 전 아이 생일이라 새언니가 생일선물로 뭐해줄까 물었다. 아이가 별로 필요한 것이 없어서 그만두라고 했다가 번뜩 생각난 게 선글라스였다. 그래서 언니가 여러 가지 선글라스 링크를 보내주고 골라보라고 했고 나는 그중에 하나를 골랐다. 구매 가격이 2만 원. 택배비가 3천 원짜리였다. 그런데 더 자세히 보니 제주 도서산간은 거기에 3천 원이 추가된다고 적혀있었다. 그러니까 2만 원짜리 선글라스에 6천 원이 배송비로 붙은 것이다. 왠지 물건의 1/3 정도의 가격이 배송비로 붙으니 정말 아깝게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배송비를 아끼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마침 주말에 남편이 서울에 갈 일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서울은 추가 배송비가 안 붙으니 서울로 보내달라고 그러면 남편보고 가져오라고 할게 했더니, 언니는 괜찮다고 그냥 보내주겠다고 한사코 거절했다. 사실 선물해주는 입장에서는 택배비가 조금 들더라도 제주도로 곧바로 보내주고 싶었을 것이다. 물건을 파는 사람도, 선물해주는 사람에게도 택배비에 대한 원망은 없다. 그저 내가 너무 멀리 사는 것을 탓해야지.




생각해보니 올해 내 생일에도 동생이 선물을 보내준다고 했다. 그때 나는 잠옷을 골랐다. 마침 마음에 품고 있던 잠옷이 세일하게 되어 그것으로 정했다. 그런데 오후에 결제하려고 하자 오전만도 세일하던 잠옷이 품절되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타 사이트에서 정가에 사게 되었다. 세일하던 제품을 정가에 사게 된 것도 아까운데 기본 택배비가 3천 원, 추가 배송비가 3천 원이 붙어서 갑자기 생각하던 가격(세일가)에 비해 너무 비싸졌다. 갖고 싶어 하 것을 선물로 보내준 동생 마음은 정말 고마웠는데, 원래 생각한 적정 가격보다 추가금이 많이 붙어버리니 불편한 마음이었다.





물건 구매 시 택배요금이 보통 이런 상황





내가 제주에 와서 택배로 물건을 주문하지 않게 된 것은 명백히 택배비 때문이다. 그러니까 도서산간 지역은 무조건 추가금액 3천 원 더 붙는다. 기본 배송비 3천 원에서 제주/도서산간 추가 배송비가 3천 원이 붙는다. 그러면 2만 원짜리 물건이 갑자기 2만 6천 원이 되는 마법 같은(내 기준) 일이 일어난다. 그러면 '무엇'인가를 사려고 검색하다가 갑자기 의욕이 상실된다. 특히 그것이 충동구매라면 99% 사지 않고 가끔 정말, 꼭, 반드시 필요한 것만 그것도 굉장히 오랫동안 선별하고 생각해서 구매하게 되었다. 어쩌면 택배비 추가된 것이 나의 쇼핑 욕구를 떨어지게 했으니 잘된 일 같기도 하다.










현재 내가 주문하는 택배는 이러하다. 육지에 살 때부터 자주 주문하는 아이가 먹는 곰국이 있는데, 제주에서 대체할 제품을 아직 찾지 못했다. 다행히도 이 제품은 무료배송이라 기본 배송비가 없는데, 제주로 배송 올 때는 배송비가 달라진다. 냉동보관 제품이라 보통 하루면 얼어진 상태로 배송되는데 비해, 제주는 기본으로 이틀은 걸리니까 강력 아이스팩을 넣어야 한다. 그래야 녹지 않고 도착한다. 이게 무려 5천 원이나 추가된다. 처음엔 두 상자만 주문했는데 또 주문할 때가 되어 추가 배송비가 아까웠다. 판매자에게 대체 곰국 몇 상자까지 추가 배송비로 적용이냐 물었더니 세 상자까지 적용이라길래, 그때 이후로는 무조건 세 상자를 주문한다. 필요할 때마다 한 상자씩 구매해서 먹다가 세 상자씩 사서 냉동실에 쟁여놓고 먹는 것은 절대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배송비를 아끼고 싶은 아줌마의 마음이랄까?





택배 만세





딱 세 가지 배송비가 들지 않는 것이 있다. 첫 번째는 쿠ㅍ이다. 심지어 우리 집은 배달도 배송도 안 되는 지역인데 그래도 쿠팡만큼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 물론 기본 배송료가 있긴 하지만 그것을 채우는 일은 어렵지 않다. 가끔 포장지가 뜯어져 있거나 상자가 뭉개진 상태로 도착하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애교이다. 유일하게 우리를 버리지 않고 총알 배송해주는 곳이다. 그래도 이틀이 꼬박 걸리지만 더 늦지는 않으니 정말 감사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쿠ㅍ에 충성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책이다. 책은 웬일인지 배송비가 무료이다. 그것을 모르고 있었을 때는 시부모님이 제주에 오실 날이 가까워 오길래, 올 때 가져와 주십사 부탁드리면서 시댁으로 책을 보내고, 곁들어 아이 마스크도 주문해서 보냈다. 그랬더니 시부모님이 택시를 타고 공항에 가셔서 택시비가 더 나온 것을 알았다. 그 이후 나는 택배비를 아낀다고 책을 시댁으로 보내지 않기로 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그러다 우연히 책을 살 일이 있어 제주 집으로 주문했는데 배송비가 안 나오더라. 아,,, 진작 여기로 바로 주문할걸!  



한 가지 재밌는 것은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면 추가 배송비가 들지 않는다. 그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냐면 프랑스 자수 재료를 살 때 그 쇼핑몰이 우체국 택배 배송이라 배송료가 추가로 들지 않아서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택배를 주문할 때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는지부터 확인하는데, 그것을 일일이 찾아서 주문하자니 품이 너무 많이 들어 이제는 그냥 사지 않는 것을 택하게 되었다.









택배 이용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온라인 쇼핑(국내) 이용량은 발생 전 3.44건에서 발생 후 5.6건으로 62.8% 증가했다. 마트 배송(0.97→1.72건)과 홈쇼핑(0.83→1.27건)은 각각 77.3%, 52.7% 증가했다. 다만 개인 부문은 이용량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 품목별로 보면 식품이 코로나19 발생 전 2.19건에서 발생 후 4.03건으로 83.8%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도서(61.7%)와 가전제품(54.7%), 생활용품(49.6%) 배송도 크게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외식 등 외부활동이 급감하고, 비대면 생활로 생필품과 문화생활 수요는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21.07.04





코로나 사태에 택배 배송량이 엄청 늘었다고 했다. 육지에 살 때부터 코로나가 시작되었는데, 초반엔 정말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먹을 것은 거의 95% 택배에 의존했고 그 외에도 밖에 나가서 사지 못하는 것들을 열심히 택배로 주문해서 받았다.  특히 내가 매우 자주 이용하던 것이 새벽 배송 서비스였는데(식품류) 그때마다 택배에서 나온 쓰레기가 엄청 많아서 이거 환경에 진짜 괜찮은 걸까? 고민했다. 왜냐면 분명 이렇게 택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우리뿐만 아닐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자주 이용하던 식품배송



환경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다회용 백 이용





지금이야 코로나 사태가 길어져서 그 택배를 다회용 박스로 바꾸는 노력 등으로 조금 나아졌다. 택배박스에서 다회용 박스를 사용하게 되니 마음이 조금 덜 불편해졌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회용 박스 내부에 제품별로 포장되어있던 비닐쓰레기, 종이 쓰레기까지는 줄일 수가 없으니 양심의 가책은 50% 정도는 남아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식품을 택배로 주문하지 않고(못하고) 직접 가서 사게 되니 포장 쓰레기가 확 줄어서 아주 기쁘다. 









지금은 완전 택배로부터 자유롭다. 현재 내가 배송시키는 것은 겨우 정기 배송시킬 수밖에 없는 '아이 곰국'과 때로 필요한 것을 모아뒀다가 주문하는 쿠ㅍ, 그리고 택배비가 붙지 않는 책 정도뿐이다. 그 외에 정말, 반드시, 꼭 필요한 것들을 주문하는데, 8개월 정도를 겪어보니 그런 것은 거의 없었다.



제주에 와서 택배로 물건을 주문하지 않게 된 것은 택배비 때문인 이유가 제일 크지만, 이렇게 되어서 택배비가 줄어드는 것도, 택배를 주문하지 않으면서 택배 이용 시 나오는 쓰레기가 줄어드는 것도 되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내 지갑도 지켜주고, 환경도 생각하게 할 수 있는 이 상황이 어찌 보면 감사하다.









메인 사진 : https://pin.it/3uTvVvy

본문 사진 : https://img.freepik.com/free-vector/illustration-delivery-service-with-mask-concept_23-2148508129.jpg?w=1060

이전 09화 더 이상 쓰지 않을 물건에게 내어줄 공간은 없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