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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Nov 16. 2021

나의 미니멀 실천기

아이 옷 물려주기 



제주도로 이사 온 지 한 달, 우리 집에 친구가 놀러 온다고 연락이 왔다. 친구의 아이는 갓 돌이 되었다. 나의 아이와 나이차가 있어서 아이가 작아진 옷, 장난감을 물려주기 딱이다. 도시에서 살 때도 종종 만날 때면 아이의 옷이나 장난감을 정리해서 가져다주곤 했는데 제주도에서도 그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마침 친구가 제주도에  비행기가 아니라 차를 가지고 온다길래 가는 길에 함께 보내면 좋겠다 생각했다. 



친구 아이에게 옷을 물려주려고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제주도에 오더니 갑자기 큰 것인지 아니면 클 때가 돼서 큰 것인지, 작아진 옷이 제법 많았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입었던 것들인데 많은 것들이 작아졌다. 옷은 물론 작아진 것은 물론 신발도, 모자도 작아졌다. 그렇게 잘 크지 않고 작던 아이가 크니 좋기도 하고 또 옷이 작아지니 다시 채워 넣어야 할 생각에 아깝기도 하다.



난 물려줄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서 주려고 빨래를 했고, 건조기에 돌렸다. 따뜻하게 말려진 빨래를 보니 보송보송하고 좋았다. 일단 옷을 깨끗하게 정리해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가위를 들고 옷의 실밥을 정리하는데, 남색 퀼팅 잠바를 발견했다. 잠시 회상에 잠겼다. 이 옷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수년 전 첫 조카에게 사보 낸 옷이다 무려 미국에서, 내가 아가씨이던 시절에. 이 옷이 첫째 조카를 거쳐, 둘째 조카, 우리 딸, 그리고 친구 딸에게 까지 가다니 근데 옷이 왜 아직도 멀쩡한 거지???? 적어도 족히 몇 년을 수십 번 입었을 텐데 멀쩡한 옷을 보니 신기하기까지 하다. 








얼마 전 뉴스에서, 의류폐기물에 대한 내용을 보았다. 의류폐기물의 문제는 60% 이상 플라스틱인 합성세제로 만드는 대다가 재활용은 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의류폐기물이 수출을 통해 재사용이 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 나머지 것들은 버려지기 때문에 당연히 이는 환경오염과 직결된다고 한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환경오염에 관심 갖게 되었을까. 너무도 당연히 엄마가 되면서부터다. 젊은 시절 예쁘게 입으려고 유행하는 옷을 사고 또 사고 입지도 못할 옷도 사고 또 사고 버리고 아주 쉽고 편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미세먼지가 너무 심각해서 외출을 편하게 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버렸다. 아마도 아가씨일 때는 알지 못하던 미세먼지를 몸소 체험하고 나서야 환경에 대한 문제가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그렇게 환경오염에 관심 갖게 되며, 쓰레기, 공기, 수질오염 등등에 대해서 관심 가져지게 되었다.




그러나 소극적이라는 사실 




나도 환경에 좀 더 관심 갖고, 실천하는 등의 적극적인 삶을 살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환경보다 잠깐의 편리함을 위해서 눈감고 죄를 짓는 행동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모른다. 예를 들면 아주 아주 간편하게 물티슈 사용하는 것이 가장 흔하고, 바닥 걸레 대신 1회용 걸레, 그리고 행주. 이번엔 어디선가 1회용 수세미를 받아서 사용해보는데, 1회용 행주는 정말 많이 낡아질 때(?)까지 사용하는 것에 비해서 행주 사용은 그렇게 쓸 수 없어 난감하다. 그리고 가끔은 내가 사지 않아도 생기는 것들이 있다. 특히 작년 올해 코로나를 겪으며 배달문화를 체험하다 보니 집에서 생기는 플라스틱, 종이 쓰레기들이 얼마나 많은지 고작 하루만 처리하지 않아도 재활용품 보관함 바구니가 넘쳐난다. 



이렇게 소극적으로 살다가는 환경이 나아지지 않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 있다. 가장 열심히 하는 것은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 플라스틱 병의 라벨 떼기이다. 그리고 사 먹는 생수병도 무라 벨로 바꿨다. 그보다 더 생각한다면 정수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개인 사정상 그게 참 어렵다.  그리고 물티슈의 사용보다는 손수건 사용, 1회용 행주보단 다회용 행주 사용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도 카페에 와서 다회용 컵에 커피를 마셨다. 적어도 오늘은 종이컵, 플라스틱 뚜껑의 쓰레기를 만들지 않았다. 다행이다. 









나의 가장 큰 노력은  갖고 싶은 물건이나 옷 열 번 생각하고 사기. 특히 1년에 쇼핑할 수 있는 품목이 정해져 있어서 덜 사려고 굉장히 노력 중이다. 특히 이번에 제주도에 오면서는 1년 동안 옷, 액세서리, 가방, 신발 쇼핑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왔다. 사실 내 옷(성인용)은 물려주거나 주위에게 나눠주거나 하는 것이 어렵고 버리면 곧장 재활용함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최대한의 절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올해 내가 열심히 하는 실천한 일은 바로 '비움'이었다. 결과적으로 내 것은 안 사고 안 쓰고 있지만 성장하고 있는 아이의 물건에 대한 절제는 쉽지 않다. 특히 아이는 갖고 싶은 것도 많은 데다가, 일 년이면 꼬박꼬박 어린이날, 생일, 크리스마스 등등의 대한 이유로 선물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고, 주위 사람에게 선물도 참 많이 받는 데다가 정말 작은 미니어처들도 많이 사기 때문에 정말 많은 물건을 소비하고 있다. 특히 매해, 계절마다 옷의 사이즈가 달라지고 신발의 사이즈가 달라지기 때문에 제일 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시작한 비움은 중고 마켓이었다. 일단 주위 사람들에게 필요한 쓸만한 것들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다음에 남은 물건을 가지고 당근 마켓을 이용했다. 당근 마켓은 최근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중고마켓이다. 내 주위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중고거래기 때문에 쉽게 팔고 살 수 있다. 그래서 서울 도심에 살 때는 1분 거리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 팔고, 나눠주는 것이 쉽게 가능했기 때문에 정말 많이 이용해보았다. 특히 이사를 하려고 비움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내가 사는 제주도의 거리 특성상 뜸해진 것은 사실이나 그래도 최대한의 것을 비우고 왔기 때문에 아직 그렇게 비울 것은 많지 않다.(그래서 더 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당근 마켓을 통해서 엄청난 경제적 풍요로움을 얻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빠른 거래를 위해 워낙 물건 대비 낮은 가격으로 팔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한 건 당근 마켓의 이점은 환경의 선순환이다. 일단 내가 내놓은 물건을 다른 사람이 저렴한 가격에 사서 한번 더 재사용함으로써 그들의 물건 소비도 막고 , 물건의 수명도 늘어나고 이것은 당연히 환경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당근 마켓을 이용할 때마다 뿌듯해진다. 



오늘 친구가 놀러 왔다. 친구의 아이는 내가 지난번 물려준 원피스와 양말을 입고 있었다. 웃음이 났다. 나의 '작아진 옷 물려주기' 행동은 얼마나 환경에 도움이 되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소극적인 것뿐이지만 참 뿌듯했다. 이 모든 것들이 환경에 조금이라도 티끌만큼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나는 바랄 것이 없다. 나의 이 소극적인이 생활은 언젠가 적극적이게 될 날이  올 테고 그날은 곧 가까워 오고 있다. 앞으로의 나는 최대한 내가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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