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6살이었던 가을에 제주살이를 하러 왔다. 곧 7살이 되니 초등학교 입학 전에 제주에서 1년 살이를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리고 학교 입학하는 시기에 맞춰 서울에 올라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제주 일 년 살이가 그렇게 쉽게 우리를 보내줄 리가 없었다. 조금만 더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맞물려 있어서 다시 육지로 돌아가야 할지, 제주에 더 머물러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역시 학교는 서울에서 다녀야 하지 않을까? 옛말에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한양으로 보낸다는 말이 괜히 있겠어?' 반면에 '지금은 21세기고, 시대가 바뀌었는데 제주의 초등학교 입학한다고 뭐 그렇게 달라지겠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12월 말 초등입학통지서가 도착하고, 예비소집일이 지나고, 입학식날이 다가오는 순간까지도 고민을 했었다.
끝내 올해 아이는 제주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입학한 지 어느덧 3~4개월 정도가 흐른 시점인데, 아주 만족하고 있다.
제주에서 초등학교를 보내려고 한 이유 중에 가장 이점으로 작용했던 이유는 집과 학교 간의 거리였다. 집에서 걸어서 10~15분 내외, 그리고 차로는 3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학교가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다니던 유치원은 집에서 자차로 10~15분, 걸어서 통학 불가였던 것에 비해 훨씬 가까웠다. 게다가 유치원 차량 이용불가로 주 5일 자가용으로 등하원을 도맡아 한 것이 조금 버거웠기 때문에,상대적으로 걸어갈 수 있을 거리의 가까운 초등학교가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그리고 대규모가 아닌 소규모 초등학교라는 점이 더욱 매력 있게 다가왔다. 제주시에도 많은 초등학교가 있는데 올해 신제주 도심의 한 초등학교 입학정원은 1학년 12 학급, 한 반에 정원이 26명 내외라고 했다. 그 정도 큰 규모이면 서울에 보내려던 곳과 다를 바 없었다. 아마 그런 곳에 보내야 할 것 같았으면 서울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런데 제주시내에 있는 몇 개의 중심 초등학교가 유독 붐비는 것 같기는 하다. 그 외에는 제주시내에서 외곽으로 조금만 떨어져 나오면 3 학급 혹은 1 학급 정도로 소규모이긴 하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도 소수정예의 단출한 학교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생님과 친구들일 것이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해 처음 만난 담임 선생님이 참 좋으시다.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정말 만족스럽다.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이기도 하고,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궁금하기도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그 마음을 알고 계신 것처럼, 매일 학교에서 배운 것과 생활한 내용을 하이클래스에 올려주신다. 특히 아이들의 사진이나 영상, 그리고 그날 배운 교과내용까지 자세하게 적어주신 덕분에 궁금증이 싹 사라졌다. 게다가 매일 동화책을 한 권씩 읽어주시는데 이것 또한 마음에 쏙 든다. 사실 초등학교에 처음 보내는 초보 학부모라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은 이렇게 매일 알림장을 써주시는지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우리 담임 선생님 만세^^
1학년 교과서
그리고 방과 후 프로그램이 잘 되어있다. 악기, 체육, 미술, 과학, 컴퓨터 등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마도 전국의 초등학교가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을 텐데, 큰 규모의 학교는 방과 후 프로그램이 있어도 모집하는 인원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원해도 쉽게 들을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이곳은 웬만하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이곳에서도 한 과목이 특히 인기가 있었긴 했는데, 결국 추첨을 한 결과 당첨되어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방과 후 돌봄 교실 신청을 해도 거의 된다. 단 맞벌이라는 조건 등이 있어서 우리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흥미로웠던 사실은 전교 학생수가 많지 않아 전교생이 서로의 얼굴을 알고 이름을 부른다는 사실이다. 중간놀이시간, 점심시간에는 놀이터에 모두 모여 놀기도 하고, 점심시간에도 모두가 함께 식사를 한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1학년이라 형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데 고작 한두세 살 많은 아이들이 1학년이라고 귀여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잊고 지내던 선후배 간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얼마 전 학교 운동회가 개최되었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개최되는 운동회라고 했다. 운이 좋았다. 전교생이 모두 하나 되어 운동 경기를 진행해 나갔다. 큰 공 굴리기, 기능 달리기, 이어달리기 등등의 경기가 있었다. 청팀, 백팀으로 나뉜 저학년 아이들이 경기를 치를 때면 고학년 아이들이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전교생 아이들이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모른다.
특히 이어달리기할 때, 진행하던 학년부장 선생님께서 달리기 하는 전교생 이름을 하나씩 불러주며 응원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운동회의 하이라이트로 박 터트리기 경기가 있었다. 청팀 백팀으로 나뉜 전교생과 선생님, 부모님들이 모두 하나 되어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청팀과 백팀이 한 번씩 이기며 무승부로 끝이 났다. 승패와 상관없이 전교생 모두가 하나 된 모습이 아름다운 운동회였다.
달려라 달려!
매일 아침, 교장선생님께서 아이들 등교를 맞이해 주신다. 아침마다 교문에 서계시며 화사한 미소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해 주신다. 처음엔 학기 초 이벤트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지금 몇 달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매일 아침 인사해 주신다. 내가 어렸을 적 다녔던 초중고를 통틀어 이렇게 자주, 아니 매일 교장선생님을 가까이 마주해 본 적은 없었다. 게다가 이전에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이런 호사는 없었다. 교장선생님께서 매일 아침 아이들을 맞아주시다니 감동이다.
그런데 미세먼지 심한 날, 비가 많이 오는 날, 특히 날이 궂은날에는 교문에 계시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그런데 그런 날에도 어김없이 서 계시며,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맞이해 주신다. 덕분에 아이가 기분 좋게 등교하고 있다. 물론 가끔 교장 선생님이 자리를 비우실 때면 교감 선생님, 학년 부장선생님이 대신해 그 자리에 서 계시기도 한다.
지난번 하교시간에 우연히 교장선생님을 마주쳤는데, 곧 다가올 아이의 생일을 기억하고 계셨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생일 당일에 교장선생님께서 생일카드를 주신다고 했다. 물론 학교가 소규모라서 그렇지만, 이렇게 전교생을 알뜰살뜰 챙기는 교장선생님이 있기 때문에 더욱더 학교에 정이 가고, 안심이 된다.
위에 나열한 장점 외에도 급식메뉴에 접짝뼈국, 몸국 등의 제주 향토 음식이 나올 때도 있고, 체험학습은 제주의 관광지 중에 규모 있는 일출랜드나 여미지 식물원 등지로 멀리 가기도 한다.
그러니까 초등학교는 내가 졸업한 이후로 20여 년만인데, 잊고 있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그때보다도 더욱 친근하고 정겨운 제주의 초등학교를 아이가 다니고 있다니 마치 꿈만 같다.
물론 제주의 초등학교라고 해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이 글은 초등학교에 처음 보내는 학부모가 쓴 것이니 이외에 모르는 것도 많고, 비교할 수도 없겠지만 현재로서는 제주에서 다니는 초등학교의 전반적인 면이 만족스럽다. 솔직히 대만족스럽다.
모름지기 초등학생이라면 즐겁고 재밌게 그리고 신나게 학교 생활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가 아닐까 싶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그것이 현재 우리 가족이 원하는 최대의 목표이고 그 이후가 학습, 교육이기 때문에 이곳이 더욱 만족스러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충분히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앞으로 제주에서의 학교 생활도 기대된다. 남은 제주살이 동안에 아이가 이곳에서더 신나게 지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