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온 아기 고양이가 아무리 귀여워도

by Blair

작년 5월 즈음 엄마고양이는 아기고양이를 4마리를 낳았다. 그 후에 아기들을 조금 키워서는 우리 집에 4마리를 모두 데려왔었다. 우리 집에는 집과 창고사이에 공간이 있는데, 엄마는 그곳에서 아이들을 먹이고 가르쳤고, 아기 고양이들은 우리 집 정원을 뛰어놀며 살았었다. 아기 고양이 고등어 네 마리가 쪼르르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빠가 누구임에 확실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엄마 고양이를 중성화시키고 싶었다. 이 동네 유일한 암컷고양이인 까만 고양이, 분명 이번 임신이 처음이 아닐 것 같았다. 그러나 그 고양이는 1년이 넘도록 2년 가까이 밥을 주는데도 얼마나 겁이 많고 가까이 가면 사납게 하악거리던지... 중성화는 생각조차 할 수조차 없었다.



그런데 올해 5월 어느 순간 엄마고양이의 배가 심상치 않다. '또?' 배가 불러 돌아다니는 엄마 고양이,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솔직히 반갑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우리 집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그리고 엄마고양이와 함께 밥을 먹으며 지냈다. 그러니까 엄마고양이가 작년에 낳았던 4마리 중에 한 마리만이 계속 우리와 함께 지낸 것이다. 중간에 다른 아기 고양이들은 사라졌고 결국 고양이 한 마리만 우리 집에 남아있었다. 우리 아이는 남은 한 마리의 고양이 이름을 지어줬다. '슈크림' 4마리 중에 첫째인지, 셋째인지 모르겠는데 동그란 눈이 참 귀여운 고양이었다.



슈크림은 엄마고양이와는 전혀 달랐다. 물론 처음엔 조금 경계했으나 어느새 나에게 손길을 허락했다. 어느 날 밥을 먹고 있는 슈크림 등을 쓰다듬었더니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나는 소문으로만 듣던 고양이의 골골송을 그날 처음 들었다. 그 후로부터 나는 자주 슈크림을 쓰다듬어주었다. 슈크림은 자주 배를 만져달라며 배를 보였으나 막상 배를 만지려고 하면 깜짝 놀라며 다시 몸을 되돌렸다. 무엇보다 슈크림은 턱 아래를 긁어주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그러나 매일 슈크림을 마주하며 늘 걱정이었다. 우리는 언젠가 이 집을 떠나야 하는데 이렇게 누가 주는 밥만 먹다가, 우리가 가버리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늘 무거웠다. 그런데 우리보다 슈크림이 먼저 떠나버렸다. 거의 슈크림을 만난 지 1년 즈음되던 때에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한 달 전 사라진 적이 있어서(지난 글 참고) 이번에도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렇게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 지난 슈크림의 글

https://brunch.co.kr/@169bee7fa0dc42e/355







엄마고양이가 4마리 고양이를 낳은 지 딱 1년 후, 그러니까 올해 5월 즈음 엄마고양이는 또 배가 불러 다니기 시작했다. 줄곧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었지만 도통 곁을 내주지 않던 엄마고양이는 나에게 조금 미움을 받았다. 그래도 다시 배가 불러서 뒤뚱뒤뚱 다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고 불쌍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고양이 중성화를 하지 못해서 또 이 벌어진 상황이 답답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누가 아빠일지 알 것만 같았다. 동네를 어슬렁거리던 치즈... 딱 봐도 아빠일 것 같았다. 배가 심하게 불러왔던 어느 날 엄마 고양이는 며칠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새 다시 나타나 밥을 열심히 먹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고양이가 음식을 입에 물고 밖으로 가길 시작했다. 이미 아기 고양이를 낳은 것은 알았으나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니 얼마나 컸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음식을 물고 가는 순간, 고양이 이유식이 시작되었구나 확신할 수 있었다. 얼굴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군...! 두 해를 한 고양이를 지켜보다 보니 패턴이 보였다. 곧 아기고양이들을 보여줄 것이다. 조금씩 기대가 되고 설레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 엄마 고양이에게 밥을 줄 때면 이야기했다. "아기 고양이 좀 보여줘~" 그 후로 한참을 볼 때마다 이야기했다(이곳에서는 이야기할 사람이 없으니 고양이와 대화를 시작했다). 그래도 아기고양이를 한참을 보여주지 않고 혼자만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집 마당에 옥수숫대와 사과대가 굴러다녔다. 우리 부부는 왜 집에 쓰레기가 굴러다니지? 하고 의아해했다. 그리고 그날 외출하려고 마당에 나갔다가 나는 보았다! 얼룩덜룩한 아기고양이가 재빨리 나왔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아기 고양이 너구나!!!!' 얼룩덜룩 까맣고 노랗고 한 작은 고양이를 보았다. 그 후로도 엄마 고양이는 아기고양이들을 보여줄락 말락... 애가 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고양이가 와서 크게 울부짖었다.



"야옹, 야옹"










평소에 거의 말을 하지 않던 엄마 고양이가 소리를 내는 것이 신기했다. "무슨 일이지?" 그래서 거실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봤다. 그랬더니 그곳에 엄마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와 있었다. 평소에 나를 피하느라 난리였던 엄마고양이가 큰 소리로 부르는 것을 보니 얼마나 웃기던지! 그리도 차갑게 굴던 엄마 고양이한테 첨으로 애정이 생겼다.



이번 아기 고양이들은 두 마리였다. 다행이다 싶었다. 매년 고양이가 아기들을 낳는데 4마리씩 5마리씩 낳으면 너무 개체수가 많아지니까 걱정되었는데 2마리 정도면 괜찮겠다 싶었다.



고양이 아빠는 치즈, 고양이 엄마는 깜장이다. 그래서 그런지 두 마리의 아기고양이는 그 모든 색을 다 가졌다. 무려 검정, 주황, 노랑, 흰색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카오스 고양이라고 부른단다. 컬러를 보니 정말 카오스였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카오스 고양이는 건방지고, 제멋대로 하는 고집과 예민함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재밌게도 3000마리 중에 1명이 수컷일 정도로 암컷일 확률이 높다던데 그럼 너희들은 모두 암컷이겠지?


그런데 큰일이다. 이 구역에 암컷이 3마리나 되다니!!!! 과연 내가 언젠가 아기 고양이들을 중성화시킬 수 있을까?




만나서 반가워 아기 고양이들!




그런데 아기고양이들을 처음 만난 날이 하필, 아이의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육지로 올라가기 3일 전의 일이었다. 그래서 겨우 3일 동안 밥을 챙겨주고 육지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아기고양이를 그렇게 기다렸는데, 이제야 만나게 되었는데! 고양이들과 하루라도 빨리 친해지고 싶었지만 스케줄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3주를 집을 비웠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기고양이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하루 정도 있으니 아기 고양이 두 마리가 정원에서 서성인다. 오랜만에 보니 조금 더 큰 것 같다. 아이들이 갈세라 서둘러 밥을 주었다. 그런데 엄마 고양이는 이제 더 이상 함께 보이지 않았다. 며칠을 지켜봐도 보이지 않는 것이 그 사이에 아기 고양이들을 떠나보낸 느낌이었다.



우리 아이는 이번에도 고양이들의 이름이 지어주었다. '얼룩이' '덜룩이' 아이가 지은 고양이 이름이 생각보다 별로라 더 예쁜 이름으로 지을 수 없냐니까 그렇게 지어주고 싶다고 다. 그렇게 아기 고양이들은(원치 않았겠지만)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그동안 고양이 밥그릇이 하나라 한 개에 줬더니 먼저 재빠른 얼룩이만 와서 먹는다. 그리고 다시 밥을 주니 덜룩이가 와서 먹었다. 둘의 서열이 있는 걸까? 그 후에는 다른 그릇에 따로 줬는데도 한참을 한 마리씩만 와서 밥을 먹더니 이제는 동시에 같이 와서 먹기도 한다.



얼룩이는 굉장히 예민하다. 마치 엄마고양이의 행동을 많이 닮았다. 그리고 엄마 고양이와 생김새가 거의 99% 비슷하다. 게다가 얼마나 예민한지 낮잠도 제대로 안 자고 깨어있는 데다가 시도 때도 없이 보초만 선다. 아직 우리 집과 우리가 낯선지 경계도 심하다.



그러나 덜룩이는 엄마와 생김새도 행동도 전혀 다르다. 원래 키우던 슈크림 고양이같이 조금 무던하다. 앞에 치즈 무늬가 얼굴가운데 있는 것이 덜룩이다. 맨날 우리 집 데크에서 늘어져 잠을 잔다. 밥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솔직히 얼룩이는 너무 예민해서 부담스럽다. 반면 덜룩이는 그에 반해 조금 무던하니 조금 더 정이 간다. 얼룩이가 조금만 더 마음을 주면 좋으련만 그동안의 엄마 고양이 행동을 봐서는 앞으로도 쭈욱 그럴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지금 이것이 겨우 2주 정도를 지켜본 아기 고양이들의 이야기다.




맘편히 자는 덜룩이와 그 뒤로 무시무시한 눈빛의 얼룩이







어느새 고등어 고양이 슈크림이 떠난 지 두 달이 넘었다. 물론 새로운 아기 고양이들은 아직 작고 어려서 참 귀엽다. 그런데 새로 온 고양이가 아무리 귀여워도 여전히 나는 슈크림이 좋고 그립다. 슈크림은 마지막에 거의 성묘 고양이만큼 컸었다. 내가 "슈크림~" 하고 이름을 부르면 어디선가 잽싸게 달려와 밥을 먹곤 했다. 밥을 다 먹은 너의 등을 쓰다듬어주면 골골 노래를 하던 네 모습, 몸을 뒤집어 배를 내밀고 만져달라고 하던 네 모습, 깜깜한 밤에 촘촘한 방충망 사이로 찾아와 얼굴을 들이밀곤 하던 네 모습, 가끔은 비에 맞아 불쌍한 네 모습, 동네 수컷 치즈에게 쫓겨 도망 다니던 네 모습, 뒤뜰에서 웅크리고 자던 네 모습, 자고 있는 너를 향해 창문을 두드리면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며 눈이 커진 네 모습... 이 모든 것이 나는 너무 그립다.



앞으로 아기 고양이들과 잘 지내겠지만, 나의 유일한 고양이였던 것 같던 슈크림을 아무래도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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