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에어비앤비는 꿈도 꾸지 못해

by Blair



드디어 여름 방학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의 첫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초등학생의 여름방학은 무려 4주 정도이다. 유치원생의 일주일에 비하면 초등학생의 방학은 길고 길었다. 그러나 어쩌면 이 정도의 기간이 돼야 진짜 여름방학 같다고 느껴지기도 하다. 암튼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의 여름방학 동안 우리는 육지에 가있기로 결정했다. 남들은 여름방학이면 제주로 여행 오는데, 우리는 역으로 제주를 떠나게 되었다. 일단 육지로 가는 비행기 표를 구매를 했고 돌아오는 비행기 표는 구매하지 않았다. 이왕 육지에 갔으니 언제고 돌아오고 싶을 때 올까 해서였다.



문제는 우리가 제주를 떠나 있는 동안에도 집세가 나간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연세로 한 번에 지출하긴 하지만 마침 집 연장기간이 다가와서 다시 연세를 지불하려고 보니 우리에 육지에 가있는 동안 제주 집이 비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순간 이 기회에 에어비앤비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생각은 자유 아닙니까...)




제주는 여전히 한 달 살기가 유행이니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아니면 이후 우리가 육지에 다니러 갔을 때라도 에어비앤비로 사용하면 괜찮겠다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에 이 집에 들어왔을 때 내부가 딱 펜션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층 집인 우리 집은 평소에는 1층, 2층을 모두 사용하기도 하지만 손님이 오시는 동안에는 우리는 2층을 쓰고 1층은 손님에게 내어주었던 터라, 앞으로 에어비앤비를 하게 된다면 1층을 내어주고, 우리는 2층에서만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주에 있는 동안 손님맞이도 여러 번 경험해 봤으니 그까짓 거 못할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한술 더 떠 조식 제공하는 에어비앤비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조식메뉴도 잠시 고민했다. 이전에 제주에 왔을 때 머물렀던 공간에서 내줬던 감자스콘이 떠오르며 제대로 한번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고, 이 기회에 작은 돈을 벌면서 연세걱정 없이 제주에 사는 꿈도 잠시 꿔봤던 것 같다.








그러나 거기까지... 잠시나마 큰 꿈을 꾸긴 했으나 올여름 당장 에어비앤비는 어려울 것 같아서 일단 짧은 경험이라도 해보기로 했다. 여름방학 기간 동안 3주에서 4주 동안을 그냥 집을 비워놓기는 아까우니 오빠네에게 여름휴가로 제주에 놀러 오라고 제안했다. '그래! 임시로 에어비앤비 놀이를 해보는 거야. 이번에 잘해보면 그때는 진짜 시작할 수도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소에 직접 손님맞이하며 구경시켜 주고 요리하는 등등의 것도 점점 귀찮아졌던 터라 차라리 우리가 없는 집을 빌려주는 것이 손님맞이보다 쉬울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일단 집을 3~4주 정도 비우는 데다가, 오빠네까지 와서 지내는 것을 생각했더니 되려 대대적인 정리와 청소가 필요했다. 평소 그때그때 잘 치워놓고 정리한다고 했지만 막상 집을 누군가에게 빌려줄 생각을 하니 해야 할 일이 정말로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구석구석 안 보이는 곳까지 모두 정리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손님들이 사용할 방, 옷장, 그릇장, 서랍장, 냉장고, 창고까지 모두 오픈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빈틈없이 잘 정리해두어야 했다. 물론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에어비앤비라면 내부까지 꽉꽉 채워 짐을 보관하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이곳은 우리가 생활하던 가정집이라 옷장, 서랍장 등등의 내부가 물건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몽땅 깨끗하게 정리해야만 했다.



신나는 여름방학!! 그저 몸만 휙 하고 떠나면 좋을 텐데 왜 이렇게 해놓고 가야 할 일이 많은 걸까? 이전부터 여행을 떠나려면 늘 이런 식이었다. 며칠을 종일 부지런히 움직여야 후련한 기분으로 떠날 수 있었다. 게다가 3~4주 육지에서 보낼 짐도 꾸려야 했다. 어떻게 여름방학을 잘 보내면 좋을지 계획도 짜둬야 했다. 집안정리와 더불어 여름방학 계획까지 하다 보니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를 지경이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한 일은 역시 이불세탁이었다. 에어비앤비에서도 매번 손님이 바뀔 때마다 침구를 교체하지 않나. 며칠간 집에 손님들이 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깨끗한 침구가 필요했다. 여유분의 침구가 있으면 좋았을 텐데 없기 때문에 사용하던 침구를 다 세탁해두어야 했다. 그러나 때는 장마철이라 이불마저 야외에 말릴 수 없고 세탁을 해도 조금 찝찝한 상황이었다. 이불패드 2개, 베갯잇 3개, 이불 2개, 작은 담요 2개, 방석 두 개를 세탁했다. 문제는 세탁기 사이즈 때문에 빨래방을 가거나 손빨래를 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손빨래를 시작했다. 이불을 하루에 한두 개씩 발로 밟아서 빨고 세탁기로 헹굼, 탈수 기능을 이용했다. 다행히도 자주 세탁하는 터라 큰 오염은 없었고, 건조기는 대형사이즈라 말리는 것 정도는 조금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요즘의 나는 살림쟁이라 부엌이 제일 신경 쓰였던 것 같다. 먼저 그릇장을 살펴보니 생각보다 양호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그릇장도 한 번씩 닦아주었다. 어쩌다 보니 이사 후 처음해보는 그릇장 청소였다. 그릇보다 세척 후 그릇을 담아놓았던 식기건조대가 문제였다. 자주 닦아줘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더러워진 상태였다. 깨끗하게 닦아서 건조해놓았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식기건조대를 정리하고 보니 싱크대 곳곳도 지저분한 것이 느껴졌다. 싱크대와 수세미 걸이대도 깨끗하게 닦아주고 배수구까지 세척해서 말끔하게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가스레인지도 닦아주고 그동안 조리대에 올려있던 물건까지 모두 정리해서 부엌을 말끔히 청소해 놓았다.



부엌 정리 후에는 냉장고를 정리했다. 냉장실과 냉동실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분명 자주 정리한다고 생각했는데 손님이 나의 냉장고를 사용한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더 깔끔하게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부엌에 있는 가전도 구석구석 닦았다.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기, 전기포트, 토스터기, 믹서기... 하나하나 닦다 보니 사용하는 가전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집안 정리한 느낌인데 겨우 부엌청소가 하나 끝이 났다



이제 남은 방 정리, 옷장정리, 화장실 청소, 창고 정리 등이 남았다. 우리 집은 1층, 2층이기 때문에 각각 정리해야 했다. 1,2층을 돌아다니며 정리했다. 다행히도 2층 방과 화장실은 남편이 사용하는 곳이라 알아서 깨끗이 청소를 부탁했다. 2층에 거실과 옷장은 문 만 닫아놓을까 생각했으나 환기 때문에 평소에 열어놓고 지내는 터라 한번 더 가볍게 정리해 줬다. 분명 평소에 깨끗하다 생각했던 곳들인데도 불구하고 구석구석 청소하다 보니 시간이 꽤 들었다.



그렇게 며칠간을 청소에 매진했다. 너무도 열심히 청소해 살까지 빠진 기분이었는데 막상 몸무게를 재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기분 탓이었다. 더 열심히 청소했어야 했나?



나중에 깨끗해진 집을 보더니 남편이 이야기했다. "역시 손님이 한번 오셔야 집이 깨끗해지는군" 분명 그렇긴 했다. 손님이 오시면 평소의 몇 배로 더 깨끗이 청소를 하니 정말 윤이 날 정도이긴 했지만, 정신건강과 몸 건강을 위해 다시 하고 싶진 않았다.








충분한 청소로 이제 집은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 그러나 내가 손님을 접대하는 것과 손님이 우리의 공간을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른 고민은 오래된 가전과 집기들이었다. 거의 간당간당하게 사용하고 있는 에어프라이어와 손잡이가 떨어져 나간 전기포트... 이제 바꿀 때가 된 도마와 수건 등등... 현재 내가 사용하는 것에는 전혀 문제없으나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사 가기 전까지 끝까지 알뜰하게 사용하려고 내버려 둔 것들인데 막상 남이 와서 사용하게 된다니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손님이 오신다고 그것 때문에 당장 바꿀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110v 전압기를 이용해 쓰고 있는 오래된 청소기와 커피머신도 살짝 염려되긴 했다.



그리고 마지막 정점은 우리 집 사용 주의 사항이었다. 한 달여간을 두고 틈틈이 작성한 것인데 우리 집에서는 몇 가지 주의할 것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보통의 집에서는 샤워할 때 따뜻한 물이 바로 나오지만 우리는 보일러를 온수로 놓고 게다가 계속 온수로 놓고 쓰면 보일러가 계속 돌아가 기름이 계속 사용되기 때문에 꼭 온수를 꺼놓을 것을 시작으로...



비 오는 날은 물이 새는 곳이 있어 그곳의 전등은 켜지 말아야 할 것, 우리 집 샤워기 버튼은 off 버튼을 조금 넘어야 실제로 물이 정지된다는 것, 혹은 가스레인지의 인덕션과 하이라이트 중에 인덕션은 소리가 커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세탁기에 해변에서 놀던 모래 묻은 수영복은 절대 세탁해서는 안된다는 것, 그리고 조금만 방심하면 모기소굴이 되기 때문에 입출시 방충망을 꼭 반드시 철저하게 닫아놔야 한다는 것, 우리가 언제 올지 모르니 퇴실 전 음식쓰레기와 일반쓰레기는 버려줬어야 하는 것, 쓰레기 버리는 곳은 우리 집에서 200m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과 그곳의 위치까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습한 집이라 매일같이 환기가 중요한데 손님들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주의 사항을 몇 가지 적어놓긴 했는데 왠지

일러주기 민망했다. 이렇게 주의사항이 많은 집이라면 집에 머물러 오는 분들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에겐 알려줘야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



주의 사항을 빼곡히 적어두었다




마지막으로 센스 있게 웰컴 기프트를 준비해 놓았다. 에어비앤비에가면 웰컴푸드를 준비해 놓은 곳도 있다고 하는데, 여긴 그런 것들은 기본적으로 구비해 놓았기 때문에 조카들을 위한 선물을 몇 가지 준비해 두었다.



이 정도면 과연 됐을까?










마지막으로 쓰레기통을 모두 깨끗하게 비우고 세척해 놓았다. 그리고 여분의 쓰레기봉투와 새 수세미, 목욕용품, 샤워타월, 상비약까지 잘 구비해 놓았다.



드디어 육지로 가는 날. 짐 가방을 싸서 대문을 나오는 길, 거실을 둘러보니 마치 방금 에어비앤비로 내놓아도 될 정도로 깨끗했다. 나... 타고난 호스트일까?



궁금했다. 며칠 후면 우리 집에 머물러올 오빠네 식구들. 과연 나는 좋은 호스트였을까? 그들은 과연 적당한 게스트일까?








집을 정리 정돈하는 며칠간 마음도 몸도 너무 바쁜 날들이었다. 그동안 에어비앤비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으나 막상 직접 해보니 훨씬 더 어려웠다. 역시 이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구나 라는 마음이 들었던 것은 확실하다. 이로서 내가 제주에서 에어비앤비를 차릴 생각을 싸악 접어버렸다. 내가 제주에서 에어비앤비라니!! 갑자기 생긴 꿈이 너무 거창했다. 정신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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