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최근에 한참을 따뜻한 날이 계속되길래 이제 제주는 완전한 봄인지 알고, 겨울 옷을 모두 정리해 뒀는데 세상에! 다시 추워지다니... 그러나 며칠 전엔 따뜻한 날씨 때문에 미세먼지가 기승이었다. 차라리 미세먼지보다는 꽃샘추위가 나은 것 같다. 숨을 못 쉬느니 차라리 조금 춥고 말지.
지난 며칠은 어찌나 집이 따뜻하던지, 보일러를 켤 일이 거의 없었다. 햇살도 어찌나 따사로운지 2층도 직접 열이 닿은 덕분에 훈훈해진 덕에 전기로 방을 데울 일도 없었다. 특히 밤에 잘 때 꼭 틀고자 야 만 했던 전기히터를 껐는데도 방안에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심지어 난방텐트 안에서 잠을 자던 아이는 땀을 흘리기도 했다.
제주에 봄이 찾아와 정말 기뻤다.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춥지 않아서였다. 일 년 조금 넘게 주택에 살아본 결과 참 춥다. 특히 겨울은 원래 추운 거라지만 아파트와 비교해 보면 어마어마하게 춥다. 물론 단열이 정말 잘된 주택이라면 다르겠지만 우리가 살려고 지은 집도 아니고, 우리도 잘 모르고 들어온 집이니 어찌할 방법이 없다. 이 부분은 살아보기 전에는 절대 모를 것 같다.
게다가 은근 집이 넓은 탓에 따뜻하게 데우는데도 오랜 시간 걸리는 듯하다. 그래서 겨울에는 전기세도, 등유값이 참 많이 드는 것을 체감한다. 특히 올해는 전기세가 올라 모두가 난리였던데, 이곳은 등유도 넣어줘야 하는 집이라 전기세와 등유값이 콤보로 나오니 허리가 휠뻔했다.
1월은 전기세가 25만 원 정도가 나왔다. 그리고 2월은 22만 원이 조금 넘게 나왔다. 솔직히 전기세 고지서가 나오기 전에는 우리 집에 설치되어 있는(작년에 고친) 태양광을 믿고 펑펑 썼던 것 같다. 그런데 제주의 1,2월이 해가 거의 뜨지 않아서 흐렸기 때문에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설마... 하는 마음이었다. 그나마 12월은 그동안 쌓인 태양광의 잉여량이 남아있어서 별로 나오지 않았는데 1,2월은 달랐다. 결국 우리 집도 전기세 폭탄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남들 다 나온 전기세 그거 가지고 뭘 그러냐고?
문제는 우리 집은 2층은 전기로 사용하고 1층은 보일러(등유)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주로 1층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겨울 11~3월은 등유값만 매달 30~40 정도 추가로 든다. 그렇기 때문에 겨울에는 한 달에 내는 비용만 어마어마하다. 특히 우리가 이사한 시점부터 계속 오르던 등유값이 부담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최근엔 많이 올랐던 등유값이 조금 내려서 왠지 심적으로 덜 부담되는 느낌이다. 아주 조금...
**등유값 1년 전후 가격비교
2021년 10월 리터당 : 1130원 한 드럼 : 226000원
2023년 3월 현재 리터당 : 1628원 한 드럼 : 325600원
그러니까 우리 집 겨울 기준으로 주택에 살려면 전기세가 25만 원, 한 달에 넣는 등유가 30~40만 원 정도가 들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제주에 등유를 사용하지 않는 집들은 도시가스를 쓰는데 올 겨울에는 그 가격도 올랐다. 거기에 당연히 상하수도 비용은 따로이다. 그러니 겨울의 주택에 소요되는 비용은 최소 50~60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드는 비용이 많아도 따뜻하게 지낸다면 별 불평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춥다. 그게 문제인 것이다. 만약 따뜻하다 싶을 정도로 산다면 비용이 최소 100은 들지 않았을까?
겨울 끝 무렵 제주에 오신 시부모님께서 집이 춥다는 말을 끊임없이 하셨다. 겨우 사나흘이었지만 도시에서 지내실 때보다는 훨씬 추웠으리라 생각된다. 반면에 친정엄마는 작년 겨울에 와보신 후로 주택이 얼마나 추운지 느끼고서는 이번 겨울에는 올 생각도 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나는 이곳에서 겨울을 두 번 겪으며 이 추위에 적응했다. 이제는 겨울의 주택도 괜찮다. 추운 곳에서지내다 보면 어느새 추위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작년에는 내내 감기에 걸려있었는데 올해는 끄떡없이 지나갔다. 이제 이 정도쯤이야! 이제 어딜 가도 추위를 견딜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어쩌면 제주의 겨울이라 이만큼 버틴 지도 모르겠다.
주택에 살면 살수록 주택에 사는 것은 우리에겐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몸이나 마음,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주택살이에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그래도 우리는 따뜻하다는 제주에서 주택에 살아봐서 다행이라 느낀다. 한 번쯤 주택에 살아보는 낭만은 이런저런 불편한 것들은 조금 견딜 수 있다면 경험해 볼 만한 것 같다. 특히 나처럼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아파트에만 살아본 나로서는 이 또한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지금처럼 조금만 따뜻하기만 해도 전기세, 등유값이 훨씬 덜 나오니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제주에 봄이 와서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