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 책 제목을 보고 정말 최고라고 생각했던 사람! 나만 그런 거 아니지? 어쩜 저런 제목을 지었대! 그런데 정말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나도 죽기 전에 정말 생각날 음식이 떡볶이 같아서... 근데 그냥 떡볶이 말고 내가 만든 떡볶이 말고, 아주 아주 매워서 입안이 얼얼하고 머리에서 땀이 흐르는 그런 자극적인 떡볶이 말이야!
지난주부터 내내 햄버거와 베이글이 먹고 싶다고 생각 중이었는데, 그동안 너무 느끼한 것만 먹었는지 제주 집에 오자마자 아주 맵고 자극적인 떡볶이를 좀 먹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아... 육지에서 떡볶이 좀 먹고 올걸 후회했지.
육지에 살 때는 주기적으로 방문해서 포장해 오는 떡볶이 집이 있었어.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것도 모자라 갈 때마다 몇 개씩 포장해 와서 냉동실에 얼려놓고는 먹고 싶을 때마다 꺼내서 먹고는 했어. 그런데 아쉽게도 제주에 와서는 마음에 드는 떡볶이 집을 발견하지 못했지 뭐야. 그래서 이곳에 사는 내내 떡볶이를 내가 만들어 먹었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맛이 없어... 어느새 마지못해 먹는 느낌.
'남타커' 남이 타주는 커피가 제일 맛있잖아. 이것도 마찬가지야 아무리 맛있어도 남이 만들어주는 떡볶이가 맛있어. 괜히 떡볶이 집이 있는 게 아니야 양이 아니라 맛이라고! 아 맛있는 떡볶이 먹고 싶다...
어제저녁엔 볶음밥을 오늘 아침엔 계란 샌드위치를 먹었어. 그러고 나서 외출을 했는데 왠지 모르게 아주 예민한 상태지 뭐야. 엊저녁에 늦게 자서 피곤하긴 하지... 밖은 나왔지... 휴... 아이 방학은 왜 이렇게 긴 거야!
찰나의 순간 머릿속에 또 떡볶이가 스쳐 지나갔어. 그래 오늘이네 오늘이야!오늘 당장 맵고 매운 초강력 떡볶이를 먹어야겠다 싶었어. 마침 외출했던 곳 근처에 맵기로 유명한 체인떡볶이 집이 있지 뭐야. 그래서 집에 돌아가는 길, 당장 포장으로 주문했어! 집에 가서 넷플릭스를 보며 매운 떡볶이를 먹으며 쿨피스로 속을 달래야지. 이런 생각을 했지! 아... 생각만 해도 신나!!
떡볶이를 포장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솔솔 풍겨오는 떡볶이 냄새~~~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데 떡볶이 한 개만 먹어볼까? 그런데 환경을 생각한다고 '일회용 젓가락 빼주세요'에 체크한 나를 원망했지.할 수 없이 차 곳곳을 뒤졌어. 그랬더니 나온 빨대 두 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빨대 두 개라도 있는 게 어디야. 갑자기 티비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아나운서 이대호 씨'가 젓가락이 없어서 국수를 젓가락 삼아 먹던 것이 생각났어. 그래도 난 빨대라도 있어 참 다행이야. 당장에 떡볶이 그릇을 열고 조심스럽게 하나를 건져 올렸어. 플라스틱 빨대라 힘이 없어서 그런지 떨어질라 말락. 그래도 온 힘을 집중하여 떡볶이 하나를 입 속으로 쏙! 다행이다 골인이야!
"그래 이 맛이야!"
그렇게 순식간에 몇 개나 건져먹었어. 잠깐 정신을 놓았던 것 같아. 그런데 겨우 몇 개 건져먹고 났는데 뒤늦게 밀려오는 매움과 아픔, 그리고 머리 사이사이 맺히는 땀방울... 에어컨은 소용도 없었지. 그런데 얼마나 맛있던지, 그래서 어찌나 행복하던지 잠시나마 인생의 참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더라니까!
'이까짓 떡볶이가 뭐라고 날 이렇게 행복하게 하지?'
떡볶이 매운맛 한도 초과
어릴 적엔 즉석떡볶이를 먹으러 자주 갔어. 먹쉬돈나라는 떡볶이집이 지금도 있으려나 몰라. 즉석 떡볶이에 사리 추가해서 먹다가 마지막 볶음밥까지 비벼 먹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그게 얼마나 맛있었던지. 친구를 만날 때마다 오늘도 즉떡? 하고 외쳤었지!
잠깐 강남역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러 다닐 때가 있었거든... 그때는 수업이 끝나고 가는 길 포장마차에 매번 들려서 떡볶이를 사 먹었어. 아침 겸 점심 그러니까 브런치로 떡볶이만 먹을 때도 있었거든. 나이가 들면서 좋았던 것은 혼자 밥을 먹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야. 그러니까 포장마차에 서서 혼자 떡볶이를 음미하는 시간이 나에겐 곧 기쁨이었어.
그런데 한참 시간이 흘렀는데도 떡볶이 좋아하는 것이 여전한 거야. 난 솔직히 이 정도 나이면 떡볶이는 생각도 안 하고 살 줄 알았는데. 게다가 30대가 되고 난 후에야 최애 떡볶이 맛집을 찾을 수 있었거든. 그래서 동생을 만날 때면 종종 떡볶이 집에 가곤 했는데 어느 날 주위를 둘러보니 다 어른이긴 한데, 어리고 젊은 어른들 틈에서 30대 아줌마가(아줌마라 더 그래) 떡볶이를 먹고 있다 보니 그러면 왠지 안될 것 같은 기분. 괜히 혼자 소심해더라고. '그냥 포장해서 집에 가서 먹을 걸 그랬나?' 그 생각이 한번 든 이후로는 매장에서 떡볶이를 포장만 따로 해서 집에 얼려놓고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두고 먹었었어. 물론 그래도 맛있긴 하지. 먹고 싶을 때마다 먹을 수 있으니 더 좋기도 했고... 그래도 왠지 매장에서 떡볶이를 먹으면 안 될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너무 씁쓸해...
떡볶이에도 나이제한이 있을까?
나는 햄버거도 정말 좋아하거든. 그래도 햄버거는 아직 떡볶이보다 조금 낫지. 요즘은 아이가 커서 애한테 햄버거 사주는 척하면서, 같이 가서 내가 더 맛있게 먹고 오곤 해. 그런데 아이가 더 커서 나랑 햄버거를 먹지 않는 시절이 오면 햄버거도 떡볶이처럼 늘 포장해 와서 집에 와서만 먹어야하나 싶기도 해.
아, 나이 먹기 싫다. 떡볶이도 햄버거도 멀어져야 한다니...
근데 음식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나이 들었다고 한정식, 장어, 설렁탕, 추어탕, 갈비찜, 보리굴비 뭐 이런 어른들이 먹을법한 음식만 먹으라는 법은 없잖아?
그런데 현 70대 우리 시어머니가 어릴 때 그렇게 떡볶이랑 튀김을 좋아하셨대. 그래서 고등학생, 대학생 때 매일 떡볶이집으로 출근하셨다고 했어. 아침도 그것 먹으러 건너뛰곤 점심으로 떡볶이랑 튀김을 드셨다고 했는데, 그런데 이제는 줘도 먹기 싫다고 하시더라고... 언젠가 나도 그렇게 될까 봐 겁이 나. 더 이상 그 음식이 예전처럼 맛이 없어지는 때가 올까 봐. 입맛이 변하기도 할 테고 분명 내가 이것을 왜 그렇게 좋아했었지? 하는 순간이 올까 봐 무서워.
우리 남편은 요즘 돈가스, 튀김, 치킨을 잘 못 먹어. 조금 맛보기로 먹는 것은 괜찮은데 조금만 많이 먹으면 속이 답답하고 이상하대. 결국엔 체한다고... 이제는 더 이상 음식을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순간이 오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해. 그 얘길 한 2~3년 들었나? 솔직히 처음엔 무슨 소리냐고 했는데 요즘 나도 그래... 튀긴 음식이 몸에 잘 안 받는지 예전처럼 맛이 없어. 나 벌써 이러면 어떻게 해..?
정말로 내게도 떡볶이를 못 먹는 순간이 올까? 생각만 해도 너무 슬퍼져...
그런데 벌써부터 상심할 필요는 없지. 그때가 오기 전에 부지런히 더 많은 떡볶이를 먹어놓을 테야! 그러면 더 이상 떡볶이를 떠나보내는 것이 아쉽지 않겠지. 그러면 그때는 떡볶이는 아련한 추억이 음식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