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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Jul 18. 2024

누구나 소비와 절약의 기준은 다를 테니까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오영은 선생님이 출연하시는 프로그램을 가끔 보고 있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고 그들은 모두 다양한 육아방법을 시전 하고는 한다.  볼 때마다 나를 되돌아보게 되고 반성하게 되기는 하는데 눈살이 찌푸려지게 자극적인 것도 있어서 매번 챙겨보지는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보게 된 금쪽이 엄마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불화의 원인은 엄마의 과도한 절약습관이라는 주제로 나온 내용이었다.



영상을 보는 처음엔 '외벌이로 아파트 살려면 저렇게 아껴야 하는구나''미래지향형인 아내와 현실안주형인 남편이랑 잘 안 맞네' 등등의 오만가지 생각이 오가며 여자가 불쌍하기도 했었다. 특히 외벌이로 가정이 굴러가려면 한 사람이 많은 돈을 벌어와야 생활이 유지되니 부담이 되었을 가장도 또 그래서 여자가 저렇게 변해버린 게 아닐까 안쓰럽기도 했다.




그러나 점점 보면 볼수록 이상하고 심각한 상황이 나타났다. 아이가 씻고 싶어 하는데 마음껏 씻을 수 없게 한다거나,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책을 본다던가, 휴지를 사지 않고 어디선가 가져오는 행동이 오래되었다던가, 특히 화장실 물을 내리지 않고 종일 모아놓는다던가(경악) 등등을 볼 때 이건 절약 수준이 아니었다. 과한 절약이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안타까웠다. 아내이면서 엄마인 여자의 얼굴은 지쳐있었고 우울해 보였다. 어쩌면 돈에 대한 집착을 넘어선 병일 수도 있겠다 싶었고, 저렇게 집에서 아낄 바에 밖에 차라리 나가 일을 해서 돈을 더 버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그것은 그 가정의 몫이다.




오영은 선생님








순간 나의 절약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과연 절약을 하는 것이 있긴 한 걸까? 아니면 절약을 핑계로 구질구질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절약하는 척만 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지금은 여름이다. 집에는 3대의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침대가 놓여있는 주로 잠잘 때만 사용하는 침실이라 에어컨을 거의 틀지는 않는다. 에어컨을 틀지 않는 이유는 잠잘 때 에어컨을 틀어놓고 자는 것은 너무 춥기 때문이고,

그러나 잠들기 직전까지 시원한 상태로 유지하고 싶긴 하다. 그러나 현재 이 에어컨이 고장 난 상태이기 때문에 강제 절약 중이다. 사실 나는 에어컨은 있으면 틀고 없어도 큰 지장은 없으므로(거실 에어컨이 있으니) 올여름은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니 가장 열심히 절약하는 때는 겨울이었다. 보일러를 틀어도 추운 주택이라 밤에는 옷을 두 겹 아니 세 겹 정도 겹쳐 입고, 양말을 신고, 뜨거운 보온 물에 의지한다. 물론 엄청난 절약이라고 생각을 못해본 게... 그래도 별수 없이 겨울 한 달에 난방비로 40~50이 들기 때문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겨울에 주택에 사는 것은 낭비다 낭비.




사실 에어컨과 보일러 말고도 절약은커녕 낭비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나는 빨래 세탁하는 것도, 화장실 청소도, 건조기 사용도 좋아하고, 청소기도 자주 돌리고 심지어 전기포트를 사용을 제일 많이 한다. 마치 물과 전기 먹는 하마 같기도 하다








한참을 생각했다. 나는 정말 절약한 것이 하나도 없는 걸까?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몇 가지를 찾아내었다. 최근에 한 일중에 굳이 절약하고 있는 행동을 꼽아보자니 아래와 같다.




최근에는 물을 계속 끓여 먹고 다. 그동안 계속 생수를 사다 먹었는데 플라스틱 병이 재활용품에 쌓이는 것이 순식간이기도 하고, 이렇게 계속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드는 것이 마음이 불편해서 물을 끓여 먹고 있는 정도이다.



그리고 지난 겨울 옷을 정리하며 한 가지 안 입는 옷을 잘라 걸레를 많이 만들어 두었다. 평소에 주로 1회용 물티슈로 바닥을 닦고 버리고 했는데 이제는 못쓰는 옷감으로 바닥을 닦는다. 훨씬 더 깨끗하고 튼튼하다. 특히 그냥 버릴 옷감을 활용한 것이라 왠지 마음이 뿌듯하다.



원래는 지금보다 카페를 자주 갔는데 일을 시작하며 카페에 갈 시간이 적어져서 커피에 쓰는 금액이 줄고 자연스럽게 절약이 되고 있다. 대신 학원 탕비실에 있는 커피를 마시거나 선물 받아 가득 채워진 캡슐커피를 내려서 마시고 있다.



그밖에는 정원관리에 사람을 쓰면 훨씬 깨끗하게 관리되고 깔끔하겠지만 고작 이 정원에 매달 돈을 들이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이 들어서 잔디관리 정도는 스스로 한다. 엄청 깨끗하거나 놀랍거나 하지는 않더라도 봐줄 만한 정도이다. 다행히 올해는 집주인이 제초제도 뿌려주어서 훨씬 더 수월할 것 같다.



세차는 잘하지 않는다. 주택에 살아서 좋은 것은 자주 내리는 비 덕분에 세차가 필요 없다 자동적으로 절약되는 시스템이다.



몇 가지를 적어보긴 했는데 절약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고작 이 정도뿐이었다니 조금 놀라웠다. 부끄럽네 부끄러워....








그럼에도 미니멀리스트로 살기로 한 후에는 분명 많은 부분에서 절약이 되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현실에 춰서 최대한 가진 물건으로 지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쓰는 차, 그밖에 신혼시절부터 쓰던 전자기기들 등등등... 게다가 최근에 커피머신이 오래되어 바꿔 자고 하는 남편을 잘 회유시키기도 했다.



특히나 제주로 이사 오면서 아이의 사교육비는 많이 줄어들었고, 게다가 학교를 다닌 이후로는 공교육을 잘 활용했더니 사교육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물론 사교육비야 집집마다 천차만별일 테지만...




그러니까 뭐 제주에서는 그냥 계속 절약만 하고 있냐고? 사실 생활수준에 비해 세가 좀 많이 지출되긴 한다. 그러나 소비를 줄이고 그나마 조금씩 아낀 돈으로는 경험을 사는데 쓰고 있다.




굳이 말하자면 제주에 사는 것 또한 우리 가족에게는 낭비가 아니라 좋은 경험과 추억을 사는 일이었다. 게다가 작년에는 3번의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좋은 호텔과 리조트에서 머문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장소, 음식을 경험해 보며 우리 가족만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가 자신만이 추구하는 가치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소비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군가는 집, 인테리어 그리고 자동차에 돈을 쓰고, 누군가는  먹는 것에 돈을 쓰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여행에 돈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모두 자신만의 소비철학 고유 영역일 것이다.



분명 각자에게 맞는 소비와 절약의 기준은 다를 것이고 각자가 처한 상황이 있을 것이다. 모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만의 철학과 개념을 가지고 살 테니 그저 각자가 원하는 대로 재밌게 살면 좋겠다.



계속 재밌게 지내야겠다. 앞으로도 소소한 절약을 실천하며 그 절약으로 다양한 경험을 사는 일에 더욱 최선을 다해봐야겠다.




시원한 커피는 소확행




* 이번화를 끝으로 '가진 것을 모두 소비합니다' 브런치북 연재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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