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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Mar 21. 2024

잠자고 있던 손목시계

10년 전의 나는 소위말하는 애플중독자였다. 아이팟을 시작으로 애플폰, 애플워치, 아이패드, 맥북에어, 그리고 나머지 액세서리마저 모두 애플제품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연스럽게 삼성, 엘지. 제품으로 넘어오며 갤럭시 탭, 엘지그램, 스탠바이미 이런 것들도 사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나이가 들어가며 애플제품보다는 갤럭시가 편해졌다. 인간은 이렇게 쉬운 것을 찾아가는 동물인가 보다.




그러나 역시 감성은 애플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여전히 남아있는 7년 된 맥북에어는 매일 글을 쓰느라 여전히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다. 그러나 10년이 된 아이패드는 갤럭시탭을 선물 받으며 잠시 뒷전에 있었다가 요즘에야 다시 사용 중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 있었으니 바로 애플워치였다.



몇 년 동안 보관된 애플워치를 보면서 팔까 말까 고민도 많이 했더랬다.









아주 오래전에 시계가 하나 있었다. 시계는 나에게 필수가 갖고 싶은 품목도 아니었고,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 당시 해외여행을 다닐 때는 손목시계가 필수였다. 여행을 가서 직접 조절해서 그 나라 시간으로 바꿔놓고 지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핸드폰이 다른 나라로 여행 간 것도 인지하고 자동으로 여행 간 나라와 우리 시간을 동시에 알려주기도 하지만 그때는 꼭 아날로그 시계가 필요했다.



때때로 시계의 시간을 바꿔놓지 않아, 혹은 손목시계를 챙기지 않은 여행에서는 가이드와 만나기로 한 시간에 늦기도 했었다 그러니 시계가 꼭 필요할 수 밖에... 그러나 점점 핸드폰 사용이 해지면서 시계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여행 때마다 함께하곤 했던 스와치의 빨간 시계도 점점 잊혔고 어느샌가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되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시계는 필요 없다 생각하고 지내는 와중에 애플워치가 출시되었다. 그때 애플워치를 생일선물로 받게 되었다. 내가 가진 아이폰은 애플워치 앱과 호환이 안되던 핸드폰이라 남편과 아이폰도 맞바꾸기도 했다. 



일반 평범한 시계보다는 비쌌지만, 명품시계 값에 비하면 적당한 가격이었다. 그리고 2년간을 열심히 사용했다.




애플워치 처음 산 날








처음 사용하는 스마트 시계는 굉장히 편리했다. 핸드폰과 연동이 되어있어서 걸핏하면 핸드폰을 잃어버리던 나에게 핸드폰의 소리를 울려 찾게 해 줬고,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한참 끌고 다닐 시기라 카톡이나 문자를 애플워치로 받으면 꽤나 편리했다. 급한 전화도 애플워치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매일 운동량을 체크하기도 하고 마치 그때의 애플워치는 나에게 꼭 필요한 필수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폰이 고장이 났다. 그런데 아이폰을 다시 사려니 사용할 때 불편하던 적이 생각나 처음으로 갤럭시를 구매하게 되었다. 당연히 애플워치는 갤럭시와 호환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 애플워치는 점점 사용 횟수가 줄어들고 어느새 서랍 한구석에 머무르기 시작했다.



2년간을 내리 꽤 잘 썼던 것이라 어디로 보내거나 누군가에게 주기는 아쉬웠다. 할 수 없이 다음번에 아이폰으로 다시 바꾸길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한번 핸드폰을 사면 꽤 오래 쓰는 사람이라 아이폰으로 넘어가는 것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갤럭시를 3년 썼는데 도저히 카메라 화질 때문에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새 핸드폰을 구매하게 되었는데... 결국 쓰던 핸드폰이 편리해서 갤럭시로 갈아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애플계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 된 것이다.



아무튼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애플워치는 또다시 서랍에 보관되어 있게 되었다. 이렇게 몇 년 동안 쓰지 않을 바에는 금방 정리했어야 하는데 그것을 놓쳤더니 방치되었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된 애플워치를 보고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일하게 된 곳에 시계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컴퓨터에 작은 시계가 보이긴 하는데 수업하는 중간중간 속도도 체크하고, 남는 시간에 맞춰 수업진도를 맞출 생각 하면 크게 잘 보이는 다른 시계가 필요했다.



시계...?



집에 남는 탁상시계도 없었고, 컴퓨터에 시계가 있으니 따로 시계를 사달라 요청하기도 오버스러웠다. 그러다 생각난 것이 '애플워치'였다. 2020년에 핸드폰을 한번 바꾸고, 2023년에 한 번 바꿀 동안 안 끝끝내 아이폰으로 돌아오지 않아 거의 서랍장에서 잠만 자던 애플워치였다.



사실 너무 안 써서 고장 나지는 않았을까 의심했는데, 웬걸! 충전하니 여전히 기능 충만한 애플워치였다.



그러나 하나의 단점은 예전 아이폰 쓸 때처럼 핸드폰과 연동되지 않아,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 시계 본연의 모습으로만 이용할 수 있는 손목시계가 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4년 만에 다시 사용하는 시계이다. 2년을 사용하고 4년을 보관되어 있던 시계. 그러고 보니 사용한 시간보다 보관되어 있던 기간이 더 길었다.



사실 시계에 대한 욕심은 하나도 다. 그러다 애플워치가 붐일 때 남들이 다 산다니, 요새 유행하는 것이라니 갖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물론 그 당시에 잘 쓰기는 했지만, 결국 4년이나 보관만 해놓고 쓰지 않았다니 물건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다시 시계를 사용할 있게 되어 꿈만 같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물건을 다시 쓰는 일은 굉장히 드물긴 하니까... 



이번에는 앞으로 꾸준히 사용할 수 있게 노력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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