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의 호란행

by 송명옥

'호란행'은 어지러운 걸음, 삐뚤삐뚤한 걸음, 단정하지 않은 걸음이랄까? 불수호란행은 '뒷사람의 길이 될 수 있으니 호란행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 나는 받아들였다. 교사이자 맏이인 나를 오랫동안 지탱한 말이다.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은 김구 선생의 애송시이다. 서산대사의 작품이라 알려져 있으나 조선 후기 성리학자 이양연의 시집 <임연당별집>에 실려 있다고 한다.


포항에 갈매기들이 많다. 영일대 해수욕장에 사는 갈매기는 몸집이 꽤 크고 발자국이 큼직하다. 이리저리 걸어 다닌 흔적은 산만하다. 갈매기 발자국을 따라 걸어 본다. 호란행! 보기는 어지러운데 삐뚤삐뚤 걸으니 재미있다.


갈매기의 호란행에서 의미를 찾는다. 은퇴자의 느긋함일까? 쫓기지 않아서 얻은 은퇴자의 여유일까? 서두르고 재촉하며 살던 시간들을 돌아본다. 교사라서 앞만 보고 똑바로 걸어왔다. 맏이라서 곁눈질하지 못했다. 미수가 되니 나는 스스로 걸릴 데 없는 바람이다. 덩치 큰 갈매기 따라 호란행해 볼까?



#호란행 #포항영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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