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온천에 들어간다. 늘 하는 말, "니는 목욕 안 하나?" 습관적인 그 말에 오늘은 짜증 내지 않는다. 15일 만에 퇴원한 어머니가 예전과 다르기 때문이다. 체중이 5kg 빠지고 식욕도 떨어지고. 어머니가 온천욕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조만간 탕에 동반해야겠지.
어머니와 한 시간 뒤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바다 쪽으로 걷는다. 점점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을 뒤로하고 오늘은 가을 바다로 간다. 아침 9시인데 삼발이 방파제 위에 물새들이 소복 앉아 있다. 사람이 안 보여 텅 빈 마을을 맘껏 활보한다. 골목골목 걸으면서 집집의 마당도 자유롭게 구경한다. 오늘 어머니 덕분에 마을길을 만 보나 걷는다.
10:00. 약속 시간에 맞추어 온천으로 돌아오니 어머니가 이미 나와 있다. 목욕 시간이 짧아진 것은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증거라 느낀다. 온천욕이 최고라면서 어머니는 땀을 줄줄 흘린다. 운전이 조심스러워진다.
"가을볕에 일광욕할라요?" 장사 해수욕장을 앞두고 물으니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모래밭에 자리를 깔아 드리고 젊은 美壽는 혼자 걷는다. 바지를 걷어 올리고 모래밭에서 어슬렁거린다. 인적 드문 가을 해수욕장에서 어머니는 햇볕 받고 나는 2천 보 더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