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네 발로 기다가, 두 발로 걷다가, 지팡이를 짚고 세 발로 걷는다. 아이들은 세 발 자전거로 시작해서, 네 발, 두 발 자전거로 바꾼다. 두 다리가 후들거리는 노인에게 지팡이는 의지가 되고 균형 잡지 못하는 어린이에게 세 발은 안정감을 준다.
제네바 유엔본부 앞 광장에 다리가 셋인 의자가 있다. 한 다리가 부러진 세 다리 의자는 지뢰 퇴치 캠페인용이다. 원래 네 다리로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다가 세 다리가 된 의자는 불안정하다.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망묘루에 다리가 셋인 의자가 6개 있다. 올해 5월에 차담회에 쓰려고 창덕궁에서 빌려온 의자이다. 창덕궁에서 해외귀빈용으로 제작한 고가품인데 지금까지 망묘루에 남아있다고 한다. 종묘에서 차담회를 연 것이 규정위반이라는 지적이 있어 세 다리 의자가 눈길을 받는다.
처음부터 세 다리로 설계된 창덕궁 의자는 감각적이다.검이불누儉而不陋. 평범하지 않아서 눈을 비비며 다시 본다. 여사가 규정을 어기고 비밀스럽게 차담회를 연 까닭으로 베일에 덮여있던 세 발 의자를 본다. 침묵하는 의자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