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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Dec 15. 2024

다리가 셋인 의자, 검이불누

해외귀빈용 세 다리 의자

사람은 네 발로 기다가, 두 발로 걷다가, 지팡이를 짚고 세 발로 걷는다. 아이들은 세 발 자전거로 시작해서, 네 발, 두 발 자전거로 바꾼다. 두 다리가 후들거리는 노인에게 지팡이는 의지가 되고 균형 잡지 못하는 어린이에게 세 발은 안정감을 준다.


제네바 유엔본부 앞 광장에 다리가 셋인 의자다. 한 다리가 부러진 세 다리 의자는 지뢰 퇴치 캠페인용이다. 원래 네 다리로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다가 세 다리가 된 의자는 불안정하다.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망묘루에 다리가 셋인 의자가  6개 있다. 올해 5월에 차담회에 쓰려고 창덕궁에서 빌려온 의자이다. 창덕궁에서 해외귀빈용으로 제작한 고가품인데 지금까지 망묘루에 남아있다고 한다. 종묘에서 차담회를 것이 규정위반이라는 지적이 있어 세 다리 의자가 눈길을 받는다.


처음부터 세 다리로 설계된 창덕궁 의자는 감각적이다. 검이불누儉而不陋. 평범하지 않아서 눈을 비비며 다시 본다. 여사가 규정을 어기고 비밀스럽게 차담회를 연 까닭으로 베일에 덮여있던 세 발 의자를 본다. 침묵하는 의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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