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 지킴이 박스 앞에서 멈칫한다. 어라, 차를 세우지 않네. 막지 않는 교문을 슬쩍 통과한다. 교문에서 먼 자리에 차를 세우고 차 밖을 살핀다. 지킴이가 헐레벌떡 달려올 수도 있다. 교문 앞은 한참 조용하다.
흥해 곡강초등학교. 1935년 개교하여 졸업생 6200명을 배출한 역사가 길다. 현재 전교생 70여 명, 교직원은 25명이다. 자유학구제로 지정된 작은 학교이다. 영양식을 먹고 나오는 아이들이 재재거린다. 영양실은 동네 식당처럼 정겹고 운동장에는 겨울 햇살이 가득하다.
다른 학교 교문에서 거절당한 적이 있다. 교무실의 사전 허락을 받지 않았다고 막는다. 오늘 슬그머니 들어온 나는 무단침입자, 무단침입자 때문에 지킴이가 곤란해지면 안 된다. 담장에 붙어서 학교를 조심조심 돌아보는데 지킴이가 걸어온다. 지레 겁먹는다.
--어떻게 오셨어요?
-아이 데리러 왔어요.
--네에. 아이가 누구지요?
-??? 사실은 구경 왔어요. 학교가 작고 예쁩니다. 미안해요, 거짓말해서.
--아. 그러세요. 다음에는 말씀하고 들어오세요.
교실 앞에 노란 버스가 서 있다. '골프, 승마교육 무료'라 적힌 통학버스이다. 학교 가까이에 포항승마랜드와 파크골프장이 있다. 아이들은 골프와 승마로 꿈을 키우며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 작은 학교는 폐교 위기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교직원들의 아이디어에 박수한다.
학교 앞 곡강천은 용연저수지에서 시작하여 북천수, 곡강초교를 지나 칠포로 간다. 곡강초교에서 칠포해수욕장까지는 5.4km, 걸으면 왕복 3시간 거리이다. 곡강천 따라 칠포에 가는 꿈을 꾼다. 용연저수지 식당에서 매운탕 먹는 꿈도 꾼다. 학교 규칙을 어긴 할멈이 무례와 부끄러움은 냉큼 삼켜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