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무대에서 새 작품을 시작하다

by 송명옥


이사했다. 탑차가 오고 인부가 5명이나 왔다. 8시에 시작하여 짐 싣는데 3시간, 이동하는데 1시간, 짐 넣는데 3시간 걸려 오후 3시에 그들은 철수했다. 주방과 옷장, 책장, 팬트리를 정리하고 나니 자정이 넘었다. 이사를 결정하고 슬금슬금 준비하여 새 자리에 익숙해지는 시간까지 더하면 이사는 할멈에게 큰 일이다.

이사 경비도 만만찮다. 가구들을 정리하고 짐을 줄여도 100만을 넘는다. 면 단위 주택으로 오니 인터넷, 에어컨, 비데 등 설치비도 나간다. 에둘러 팁을 요구하는 인부의 말귀를 흘려버리면 대가로 그들의 표정을 견뎌내어야 한다. 심리적 경비까지 추가된다.

30여 년 동거하던 피아노를 입양 보냈다. 아들이 쓰던 피아노라서 이사 때마다 조율하며 관리했는데 젓가락행진곡을 함께 두드리던 아들이 마음 주지 않는다. 며느리도 데려가지 않겠다 한다. 나 혼자 스토리를 엮어서 애지중지한 셈이지. 고향의 작은 가정교회에 보냈다.

음양탕 한 잔 마시고 집을 나선다. 아침 공복에 한 시간 걷는다. 어제는 동해의 일출을 보고 오늘은 동해물에 어싱한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보며 말을 줄이고, 끊임없이 밀고 쓸리는 파도를 보며 마음을 씻는다. 이사로 내 연극 무대가 바뀐 셈이다. 새 무대를 즐길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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