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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감자를 삶으며

요즘 우리 왜 이런가요?

by 송명옥

하지 감자를 받는다. 하지 전에 캔다고 하지 감자, 장마 전에 캐서 맛이 좋다는 여름 감자이다. 그녀가 웃으며 내미는 감자는 먼저 받은 감자보다 알이 더 굵다. '와.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라며 덤덤하게 인사한다. 집에 와서 펼쳐 보니 굵기가 고르다. 10년째 함께 책 읽는 그녀의 정성이 느껴진다. 좀 더 격하게 인사해야 했나?


"왜 벌써 가노?"

어머니 집 마당에 앉아 놀던 이웃 중늙은이가 묻는다.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저녁 먹고 설거지 끝냈으니 가지요!'라고 속말한다. '벌써 가나?' '가나?'라고 말했더라면 '네'라고 대답했을지도 모른다. "왜"라는 말은 따지는 느낌이 든다. 내가 말에 민감한 탓도 있고 더위에 날카로워진 탓도 있다. 어머니 때문에 부담스럽고 억울한 마음도 있다. '왜 벌써 가시나?'라고 눈치 9단이 말을 고친다. 떨떠름하게 인사하고 자리를 피한다.


장관후보 국회의원이 보좌진에게 갑질했다는 기사가 뜨겁다. 보좌진은 '의원이 집안일을 시켰네', 의원은 '보좌진에게 의논했네' 말이 다르다. 'K 의원을 내가 겪어 봤는데 갑질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동료의원이 거들고 '2차 가해'라고 보좌진은 호소한다. 길바닥에서 단식하는 당대표의 이부자리를 살피던 K 의원이 청문회장에서 상대당 후보자에게 호통치는 동영상이 떠돈다. 이런 행동들을 다양성이라 말하지 말자. 이중적이고 편파적이지 않나?


하지 감자를 삶는다. 껍질이 얇아서 잘 벗겨진다. 여름 감자는 한철이고 맛과 영양이 겨울 감자와 다르다. 겨울 감자는 껍질이 두껍고 수분이 적어 저장해서 두고 먹기에 적합하다. 감자에 대한 정보나 경험이 적어 잘못 고르면 내 책임이다. 국회의원이나 장관 같은 사람을 잘못 선택하거나 임명하면 누구 책임인가? 판단의 기준으로 자질이나 능력보다 느낌이나 관계가 중요한가? 중요한 인사는 학교 교육이나 가정교육보다 영향력이 크다. '요즘 젊은이들 왜 그래?'와 '요즘 국회의원들 왜 그래?'는 동전의 양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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