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사랑해서, 아이를 위하는 마음에 쏟은 정성이 의도치 않게 아이 가능성을 망칠 때가 있습니다. 사랑하고 아꼈을 뿐인데 가능성을 망쳤다니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이죠. 아이를 위해서 꼭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아이 선택을 방해하지 마세요. 엄마 결정을 강요하지 마세요. 아이 미래가 걱정된다며 학습과 배움만을 강조하는 교육은 잠시만 멈춰주세요. 지나친 물이 나무뿌리를 상하게 하고, 지나친 햇살은 나뭇잎을 마르게 하듯 아이를 위했던 지나친 사랑과 걱정이 아이 생각을 마르게 합니다.
솜털처럼 작고 여린 아이가 안쓰러워서 뭐든 해주고 싶을지라도 엄마는 그런 아이를 말없이 바라봐야 할 순간이 있습니다. 따뜻한 눈빛과 편안한 호흡으로 조용히 아이를 기다려 줄 때 아이는 소리 없는 엄마의 응원을 마음으로 느끼거든요. 여유와 기다림을 마음에 두고 그저 아이를 편하게 지켜보는 걸 아이는 마음으로 바랄 거에요. 시간이 갈수록 아이가 하는 걸 엄마는 지켜봐야 할 순간이 많아집니다. 이 또한 아이를 향한 엄마의 고귀한 사랑이에요.
하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현실 엄마는 기다림 대신 아이 삶에 직접 관여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아이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른다는 이유로 엄마가 거의 모든 결정을 대신하죠. 아이의 가능성을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학습을 아이에게 제공하면서 엄마는 이렇게 말해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피아노는 물론이고 영어도 잘해야 해”
“네가 하는 학습은 모두 너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야. 너 잘 되기 위해서”
“게으르게 놀기만 하면 자신의 가능성을 개발할 수 없어. 다른 사람들 놀 때 넌 배워야 해”
아이를 향한 엄마 정성은 과연 아이 가능성에 꽃을 피워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엄마의 지나친 사랑과 관여는 아이가 혼자 생각하고 결정할 기회를 내주지 않거든요. ‘내가 원하는 건 뭘까?’ ‘난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아이는 자기 마음을 모를뿐더러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개발하는 것조차 힘듭니다. 엄마가 좋다고 하니까 좋은 줄 알뿐이죠. 혼자서 생각하고 판단했던 경험이 없는 아이는 선택의 순간마다 엄마의 결정을 물어봐요. 자기 선택에 대한 확신이 없고, 자기 선택을 스스로 믿지 못하기 때문에요.
아이가 자신의 가능성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엄마가 모든 걸 대신 결정하는 겁니다. 요즘 엄마들이 아이에게 간절히 원하는 게 있죠. 바로 ‘자기주도학습’입니다. 학원 도움 없이 아이 혼자 공부하고 성적까지 좋으면 엄마는 더 바랄 게 없을 거예요. ‘자기주도학습 습관’을 아이에게 만들어 주기 위해 엄마가 하는 노력이 있어요. 매일 아이가 해야 할 학습의 종류와 분량을 엄마가 정해주고 아이가 잘 따르도록 하는 거죠. 하지만 이런 루틴은 ‘아이 주도학습’을 어느 순간 ‘엄마 주도학습’으로 변해가게 만듭니다.
“수학은 미리 학습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어. 이 정도는 매일 무조건 풀어. 검사할 거야”
“엄마가 네가 풀 문제집 샀어. 매일 학교에서 학습한 부분을 과목별로 풀면 돼. 확인할 거야”
“이건 학교별 수학 기출 문제들이야. 이번 중간고사 범위니까 모두 풀어야 해. 할 수 있지?”
“지금 네가 다니는 학원은 너랑 안 맞는 것 같아. 엄마가 새 학원 알아봤는데 거기 가보자”
엄마는 아이를 위해서 중대한 결정을 매 순간 대신 합니다. 엄마의 정성을 알기에 아이는 귀찮고 싫어도 자기 임무라 생각하고 엄마를 따라줘요. 늘 해오던 습관대로 따를 때도 있고요.
엄마 말 잘 듣고, 엄마가 정해준 것을 군소리 없이 따라주는 아이를 보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말 착실하다. 모범생이야. 나중에 잘 될 거야’라고요. 하지만 이런 모범생이 자칫 자신의 가능성을 망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해요. 공부계획, 문제집 선택, 일과 등을 엄마가 정해놓은 대로 매일 해야 한다면 아이는 어떤 감정으로 임할까요? 호기심이나 즐거움, 성취감보다는 의무감, 귀찮음 등 부정적인 감정으로 임할 가능성이 큽니다. 내색하지 않고요. 자신의 자유 의지가 담겨있지 않는 행동에 열정을 담기란 힘듭니다.
“엄마 말 들어. 넌 아직 어려서 몰라”라며 당연한 듯 말하는 어른들 목소리에 길들 여진 아이는 감히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어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죠. 자신을 믿지 못하는 아이는 자신의 결정들을 의심하게 됩니다. 가능성은 따뜻한 믿음 속에서 싹틉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향한 믿음이요. 소중한 아이에게서 다양한 색깔의 가능성이 자라나게 하려면 엄마가 대신했던 결정을 멈춰주세요. 아이의 선택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귀 기울여 들어주세요. 아이는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고 창의적입니다. 다만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에요.
자신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는 아이, 스스로 계획한 삶을 살아보지 못한 아이는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눈이 점점 어두워집니다. 가능성은 무언가를 간절히 이루고 싶고 그걸 위해 필요한 걸 스스로 찾아 나설 때 하나씩 떠오르거든요. 아이가 볼 책이나 문제집은 아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실수로 컵을 깨고 우유를 쏟아도 스스로 해결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 주는 엄마를 아이는 원할 거에요. 간혹 아이의 선택이 서툴러 보여도 엄마는 그저 점잖게 웃으며 기다리면 됩니다. 아이는 지금 가능성을 키우는 중이니까요.
아이가 자신의 가능성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둘째는 ‘다양한 지식 인풋을 중시하는 교육’입니다. 인풋 중심의 교육은 선생님 설명을 절대적으로 많이 듣는 교육형태입니다. 요즘은 영재교육이다 뭐다 해서 아이들이 아주 어린 나이에 수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담는 교육을 하고 있어요. 분야도 다양합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논술, 영어, 수학, 과학 영재교육 등으로 가득 채운 아이의 하루는 어른보다 바빠요. 눈부신 미래를 아이에게 안겨주고 싶어서 마련한 수많은 수업으로 과연 아이 가능성을 활짝 펼칠 수 있을까요?
지식의 인풋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아이 가능성에 꽃을 피워주려던 엄마의 정성이 어느덧 아이에게 필요성만을 강조하는 모습으로 변화될지도 모릅니다. 엄마의 정성이 오히려 아이 가능성을 잠들게 한다면 엄마는 그 정성을 잠시 멈춰야 해요. 다양한 지식 습득이 중요한 건 맞지만 지식만으로 가능성이 자라나지는 않습니다. 지식 습득의 중요성만을 강요받은 아이는 배우기만 할 뿐 자기 생각을 밖으로 내놓는 걸 못하게 돼요.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의 가치를 입혀서 세상 밖으로 당당히 끄집어내는 게 아웃풋입니다.
지식 인풋이 가능성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면 아웃풋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도록 정성껏 가꾸는 행위입니다. 인풋을 했다면 아웃풋도 반드시 해야 해요. 자기 생각을 아웃풋 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 ‘생각하는 힘’입니다. ‘생각하는 힘’은 아이 의견을 물어보는 엄마의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배운 학습을 통해서 아이가 느낀 것은 무엇이고 세상을 살면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아이에게 물어봐 주세요. 엄마가 던진 다양한 질문이 다양한 생각의 세계로 아이를 이끌어줍니다.
“요즘 수학에서 분수 배우지. 옛날 사람들은 왜 분수를 만들었을까? 누가 최초로 만들었지?”
“얼마 전에 본 영화 트위스터에서 토네이도가 무섭게 등장하잖아. 토네이도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왜 미국에는 토네이도가 나타나고, 한국에는 나타나지 않을까?”
“요즘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는 거 알지. 빙하가 다 녹으면 어떻게 될까?”
“빙하는 무엇이 얼어서 된 걸까? 빙하의 맛은 바닷물처럼 짤까 아님, 일반 물과 같을까?”
위의 질문처럼, 아이가 학습하고 있는 것, 세계적인 이슈, 혹은 최근 경험에서 질문거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질문은 생각을 만들고, 생각이 잘 정리돼서 밖으로 나오면 훌륭한 아웃풋이 완성되죠.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적절한 지식 인풋이 함께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아이의 소중한 시간을 지식 인풋에만 사용하는 대신 아웃풋에도 함께 사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면에 수많은 지식이 저장되어 있어도 꺼낼 줄 모르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됩니다. 많은 책을 읽고도 인격과 삶이 변하지 않는 것 역시 아웃풋이 생략되었기 때문이에요.
소크라테스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떠올리도록 이끌었습니다. 이를 ‘산파술’이라고 불러요. 산파는 어머니가 아이를 낳을 때 돕는 사람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자기 역할이 마치 산파처럼 다른 사람이 새로운 지혜를 낳도록 돕는 거라고 했습니다. 고대 철학자의 생각처럼 사람의 가능성을 끌어내는 건 ‘생각의 아웃풋’임을 꼭 기억해주세요. 인풋과 아웃풋의 조화 속에서 아이의 가능성이 더 크게 성장할 겁니다.
처음부터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생각을 아웃풋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죠.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입 밖으로 내놓는 걸 반복하는 일상은 가능성의 씨앗이 잘 자라도록 환경 설정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는 이미 수많은 장점과 가능성,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요.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수많은 생각을 제대로 표현한 적이 없어서 자기 생각조차 인식하지 못할 뿐이에요.
사람은 내면의 것을 밖으로 내놓는 과정에서 생각이 성장하고, 엄청난 창의력이 쏟아져 나옵니다. 무엇보다 내면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일상은 행복과 기쁨의 순간들로 아이 마음에 남을 겁니다.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때 뇌에서는 엄청난 양의 도파민이 분비되고 즐거움과 쾌감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거든요. 아이에게 그런 기쁨의 순간을 선물해주세요. 작고 소소한 엄마의 질문 한마디가 아이에게 그런 큰 행복을 줄 수 있음을 꼭 기억해주세요.
‘교육하다’를 영어로 표현하면 ‘educate’입니다. ‘e’는 ‘ex’의 줄임말로 ‘out’(밖으로)의 의미고, ‘duc’는 ‘lead’(이끌다, 안내하다)를 뜻합니다. 즉 내면에 귀한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진정한 교육입니다. 진정한 교육을 위해서 가장 가까이서 아이를 돕는 사람이 엄마예요. 엄마는 아이 성장을 돕는 위대한 양육자입니다. 아이가 살면서 스스로 만들어갈 성장을 엄마가 대신 할 순 없지만, 아이가 잘 성장하도록 도울 순 있습니다.
아이를 위해서 했던 엄마의 결정과 끊임없이 부어 넣기만 했던 지식 인풋을 잠시만 멈추고, 아이 가능성에 귀 기울여주세요. 아이의 작은 마음에 조그만 가능성의 씨앗들이 꿈틀대면서 싹을 틔우는 소리가 들릴 겁니다. 구슬처럼 빛나는 아이의 가능성이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면서 반짝이는 게 엄마 눈에 보일 거에요. 아이 마음에 지닌 가능성이 귀한 열매가 되는 순간을 엄마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면 됩니다. 아이가 품고 있는 가능성이 멋진 미래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며 기다려 주는 게 엄마의 위대한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