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즐기게 만드는 마음의 힘은 바로 자율성입니다. 자율성은 스스로 변하길 믿으면서 기다리는 마음이에요. 어서 꽃잎이 떨어지고 열매가 맺히길 재촉하지 않는 마음, 어서 계절이 변하길 재촉하지 않는 마음처럼 어서 아이가 변하길 재촉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엄마의 관용이 아이 마음에 자율성을 싹틔웁니다"
아이는 처음부터 공부가 싫은 게 아닙니다. 공부가 즐거운 경험을 아직 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호기심과 관심이 생기기도 전에 ‘꼭 해야 할 중요한 의무’로 공부의 첫 경험을 하다 보니 공부 관심이 생기질 않는 거예요. 사람은 누구나 알고 싶은 마음속 욕구가 있습니다. 앎을 전하는 지식은 우릴 몰입하게 하고, 그 속에서 기쁨과 만족을 느끼게 하죠. 지식이 전하는 기쁨과 만족을 아이가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세요. 공부가 즐겁기 위해서는 배움이 아이에게 의무가 아닌 자연스러운 일상의 선택이어야 합니다.
공부는 누군가가 알려주는 지식을 단지 머릿속에 입력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원하는 성과를 내기 위한 도구는 더더욱 아니고요. 공부는 눈과 마음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즐거운 경험입니다. 공부를 통해서 대단한 성과를 내는 것도 좋지만, 공부를 통해 마음속 기쁨을 얻는 게 우선이에요. 마음속 기쁨은 아이가 더 깊은 몰입을 하게 하고, 더 많은 걸 탐구하게 하니까요. 기쁨은 마음에 여유를 주고, 여유로움은 생각의 깊이를 만들어 주죠. 생각 없는 공부는 공부가 아닌 노동입니다. 아이가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엄마의 지혜를 들려주세요.
아이 공부에 갖가지 생각이 살아 숨 쉬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바로 ‘공부 의무감’ 대신 ‘공부 자율성’을 아이에게 선물하는 겁니다. “~해야 해”라는 말은 의무감을 나타내는 말이죠. 의무감은 어떤 일이든 하기 싫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요. 남이 말하건, 스스로 자신에게 말하건 상관없이요. “이건 해야 하는 거야”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절대 하지 않을 거야”라는 무의식적 반감을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 내요. 아이 마음에는 뭐든 반대로 행동하는 작은 청개구리 한 마리가 살고 있거든요. 이 작은 청개구리가 바른 행동을 하게 하는 건 의무가 아닌 자율성을 주는 겁니다.
자율성을 아이에게 선물한다는 건 아이에게 커다란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같습니다. 날개를 지혜롭게 잘 활용한다면 세상을 자유롭게 날면서 멋진 생각과 마음을 품을 수 있죠. 하지만 날개를 잘못 사용하면 아이가 크게 다치거나 큰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날개의 속도를 스스로 통제할 능력이 없으면 큰 벽에 부딪혀서 떨어집니다. 날개를 스스로 멈출 능력이 없으면 날아가면 안 되는 곳까지 끝없이 날아가 버리죠. 그러니 아이에게 날개를 선물함과 동시에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날개를 사용해야 하는지 사용규칙을 알려줘야 합니다.
아이에게 자율성을 선물할 때도 이와 같습니다. 아이가 자신을 통제할 수 있도록 일정한 생활규칙을 정하고 함께 훈련하는 게 필요합니다. 자율성은 자유만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는 법칙이 자율성에 모두 녹아있어요. 자율성의 진정한 의미는 자기 양심에 따라서 스스로 통제하는 마음의 규칙이거든요. 자유롭게 결정하되 자기가 정한 법칙을 지키는 게 진짜 자율성입니다. 엄마는 아이가 이런 자율성을 갖도록 선물하는 겁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하는 힘, 자율성을 어떻게 아이에게 전할 수 있을까요? 자율성이 아이에게 훌륭한 날개가 되기 위해서 아이가 꼭 알아야 할 4가지를 엄마가 전해줄 수 있습니다. 먼저 자율성이 무엇인지 그 본질을 아이에게 알려주세요. 이와 함께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스마트 폰 등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힘, 통제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혜롭게 들려주시면 됩니다. 무엇보다도 공부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진정한 가치는 결과가 아닌 공부과정 속에 녹아있음을 알려주세요.
첫째, 자율성은 자기를 다스리는 힘이 강할 때 더욱 빛나는 것임을 알려주는 겁니다. 아이가 삶에 적용할 자율성은 ‘결정할 수 있는 자유’와 함께 ‘자신을 통제할 능력’도 있어야 합니다. 가령, 자동차여행을 할 때 목적지를 선택할 자유와 함께 교통 규칙을 지켜야 할 책임도 있잖아요. 자율성은 자유와 통제력이 합친 말입니다. 아이에게도 하루 시간을 자유롭게 설계하면서 자기를 적절하게 통제하도록 지도가 필요하죠. 자율성이 아이에게 멋진 날개가 되기 위해서는 날개를 잘 다스리는 능력이 꼭 필요하니까요. 아이에게 자율성을 선물하면서 이런 말도 함께 해주면 좋습니다.
“자율성은 길들이지 않은 야생마 같은 거야. 야생마는 더 빨리, 더 멀리 널 데려다줄 수 있어.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야생마를 잘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해. 마찬가지로 너의 자율성이 널 멋진 곳으로 데려다주기 위해서는 야생마를 통제하듯 널 통제하는 힘이 꼭 필요한 거야”
“혼자서 자유롭게 결정하는 건 좋아. 학원의 도움을 받든 안 받든 네가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면 돼. 네가 자유롭게 계획한 것들이 너에게 기쁨과 성취감을 주기 위해서는 널 통제하는 힘이 있어야 해. 자기를 잘 다스릴 수 있는 사람만이 자율성으로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엄마가 네 공부에 관여하지 않는 건 관심을 끄겠다는 의미가 아니야. 네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걸 믿는 거지. 자유롭게 계획하고 결정할 때, 항상 기억해야 할 게 있어. 자신을 통제하는 일정한 규칙이 없으면, 네게 주어진 자유가 오히려 널 해치는 무기가 된다는 거야”
둘째,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아이에게 들려주면 시간을 활용하는 지혜가 생깁니다. 진정한 자유 속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자유(free)는 고대에 ‘사랑’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 적이 있어요. 사랑이 없는 자유는 주변을 파괴하고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 해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는 자유가 주어졌을 때 그 시간을 함부로 사용하면서 자신을 해치지 않습니다. 진정한 자유란 자기 마음대로 함부로 대하는 게 아니라, 사랑과 존중을 품고 지켜주는 것임을 알려주세요. 자유가 우리에게 평안을 주는 이유는 자유가 품고 있는 사랑 덕분입니다.
“영어 단어 ‘free’는 ‘자유로움’이야. 하지만 고대에는 ‘사랑하다’라는 의미로도 쓰였어. 진정한 ‘자유’ 속에는 ‘사랑’이 녹아있다는 뜻이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유가 주어졌을 때, 소중한 시간을 함부로 쓰지 않아. 자신은 물론 세상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 의미 있게 시간을 활용하지. 엄마는 네 마음에 그런 사랑이 있다고 믿어”
“사람을 빛내는 건 지혜야. 그중에서도 시간을 사용할 줄 아는 지혜. 네게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졌을 때, 자신을 쾌락으로 망치지 않고 쾌락으로부터 지키는 게 널 빛나게 하는 지혜야. 네 마음속 지혜는 널 밝히는 빛이 되지만, 세상을 밝히는 더 큰 빛도 될 수 있어. 널 믿을게”
“너에게 주어진 이 시간을 자유롭게 계획하면서 가장 귀한 순간들로 채워봐. 노는 시간, 공부시간, 쉬는 시간 등 네가 스스로 자유롭게 하루를 만드는 거지. 네 의지대로 안 돼서 낭비하는 시간이 생길 수도 있어. 그럴 때마다 자책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면 돼. 엄마가 응원할게”
셋째,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건 자신을 통제하는 마음의 힘이라는 걸 알려주는 겁니다. 아이에게 자기를 통제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고 싶다면, 엄마가 먼저 자기를 통제하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아이는 엄마의 진심을 잘 알거든요. 자신을 위한 말인지 아니면 잔소리인지를요. 엄마 스스로 통제했던 경험과 느낌을 기억하면서 아이가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전하면 아이는 그 진심을 알 겁니다. 아이 마음을 움직이는 말은 엄마의 경험을 들려주는 진실의 말입니다.
“괜찮은 정도까지만 즐기고 멈출 수 있다면 게임은 너에게 나쁘지 않아.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있는 자유가 널 더욱 강하고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 줘.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의 자유를 자기 의지로 지키는 사람이야. 엄마는 네가 그런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게임과 스마트 폰 영상 보는 나날이 계속되면 어떨까? 처음에는 좋겠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게임과 스마트 폰에 꽁꽁 묶여버린 널 발견하게 돼. 자유롭게 시작했지만, 결국 게임과 스마트 폰이 널 완전한 노예로 만들거든. 네가 끊어내고 싶어도 결코 마음대로 되지 않을 거야”
“스마트 폰에 정신을 뺏기는 건 ‘쾌락’을 대가로 받고 네 자유를 팔아버리는 것과 같아. 사람들은 이걸 중독이라고 말해. 자유롭게 시작했던 행동이 사실은 자신을 옭아맨 올가미가 되어버리거든. 이런 중독의 올가미로부터 널 지킬 사람은 너 자신이야. 중독의 노예는 되지 말자”
넷째, 성과를 위한 공부는 한순간의 즐거움만 좇지만, 과정을 즐기는 공부는 긴 시간 행복 속에서 살게 한다는 걸 알려주는 겁니다. 생각이 살아있는 공부는 성과에 목숨 거는 공부가 아니라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을 즐기는 공부입니다. 좋은 결과를 바라면서 애쓰는 공부는 마음속 욕심에서 시작돼요. 게다가 성과를 내려는 아이 마음에 중압감을 줍니다. 강한 의무감으로 마음이 무거운 거죠. 중압감에서 자유롭게 하는 게 바로 과정을 즐기는 겁니다. 긴 과정의 시간을 즐기는 건 배움을 향한 열정이 있다는 뜻이에요. 엄마도 결과에 대한 애착을 내려놓고, 과정이 주는 기쁨을 들려주세요.
“숫자로 기록된 결과보다 더 중요한 건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네가 깨달은 가치들이야. 이번에 네가 경험한 소중한 깨달음은 뭐야? 엄마는 그런 게 가장 궁금해. 널 멋있는 사람이 되게 하는 건 결과가 아니라, 네 마음에 담고 있는 깨달음이야. 그런 게 쌓여 지혜가 되니까”
“결과를 내려고 너무 애쓰지 마. 마음속 욕심이 널 다치게 할 수 있어. 대신, 교과서가 너에게 무엇을 전하는지 대화하듯 읽고 내용을 느껴보면 어때? 교과서가 담고 있는 내용을 찬찬히 읽으면서 생각하고 궁금하면 질문도 하는 거야. 공부는 책과 나누는 둘만의 대화 시간이야”
“엄마는 네가 어떤 결과를 내느냐보다 어떻게 과정을 즐기느냐에 더 많은 생각 에너지를 쏟았으면 좋겠어. 공부과정이 기쁜 사람은 오랜 시간을 기쁨 속에서 살지만, 결과만 기뻐하는 사람은 결과를 확인하는 한순간만 기쁨 속에서 사는 거야. 엄마와 함께 더 많은 기쁨을 누리자”
요즘은 스마트 폰에 매여 사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이에게 자율성을 허락해주자고 말하면 동의하지 않는 엄마들이 많을 겁니다. 이런 말을 하면서요.
“애가 허구한 날 게임만 하고 스마트 폰만 들여다보는데, 어떻게 자율성을 더 줍니까?”
“자율성에 맡기면 학원도 안 가고 숙제도 안 할걸요. 아무나 자율성이 허용되는 게 아니에요”
“자유가 허락되면 어른도 종일 스마트 폰만 보는데, 어떻게 애가 스스로 통제를 합니까?”
아이가 늘 스마트 폰만 보면서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아이에게 자율성을 주기 전에 많은 고민이 앞설 겁니다. 하지만 자율성과 함께 필요한 규칙을 정해주고 이걸 지킬 수 있는 훈련을 함께 한다면 이런 엄마의 고민은 충분히 해결될 거예요. 아이는 엄마의 믿음과 기다림 속에서 티 나지 않게 천천히 성장하거든요. 아이 성장을 기다린다는 건 계절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과 같아요. 더운 여름이 싫어서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고 여름이 빨리 지나가지 않습니다. 때를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죠. 아이 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마가 재촉한다고 아이가 갑자기 성장하지 않습니다. 고요한 기다림과 따뜻한 믿음 속에서 아이는 서서히 성장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공부는 의무감으로 하는 공부입니다. 공부를 의무감으로 하면, 의무를 다하지 못한 아이는 여린 마음에 죄책감이 쌓입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를 매 순간 고통으로 이끌어요. 고통은 사람들이 행동을 피하게 만드는 감정입니다. 아이가 공부를 계속하게 하려면 공부가 즐거워야 합니다. 자유로움 속에서 즐기는 공부는 소중한 아이 마음을 성장 호기심으로 가득 채워 줍니다. 아이는 자유로울 때 생각을 시작합니다. 생각이 살아있는 공부는 의무가 아닌 자유 속에서 시작될 수 있어요.
아이가 평생 마음에 담아야 할 가치는 ‘강제’가 만든 ‘의무감’이 아니라 ‘포용’이 만든 ‘자율성’입니다. 자율성은 아이가 살아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주니까요. 아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공부는 아이 생각이 제대로 뿌리내려야 가능합니다. 타인이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지식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없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지식만이 어른과 아이 모두를 변화시키는 지식입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진짜 지식은 ‘생각이 살아있는 공부’를 할 때만 얻을 수 있는 달콤한 열매라는 걸 꼭 기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