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하게 대화하면 신뢰가 쌓인다
“진실한 관계로 신뢰를 쌓고 싶다면 진실의 진짜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진실은 바로 수용입니다. 진정한 진실은 상대의 입장과 생각을 받아들이는 수용의 마음에서 나오니까요. 우리가 아는 진실은 각자의 마음속에 각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워렌 버핏은 아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신뢰를 쌓는 데는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 신뢰를 잃는 데는 고작 5분이면 끝난다. 신뢰를 만드는 것은 너의 진실성이다. 그러니 최대한 진실한 사람이 되어라” 진실한 인간관계는 20년의 노력으로 겨우 얻을 수 있는 신뢰를 우리에게 안겨준다. 진실은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다. 정답은 이미 정해 놓은 답이지만 해답은 개인의 주관적 판단과 믿음, 입장과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최선의 답이다.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한 노력, 내가 아닌 타인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노력의 과정은 우리에게 신뢰라는 큰 선물을 준다.
고대 사람들은 지구의 모양이 네모라고 믿었다. 그때는 그것이 진실이었다. 그들의 눈에 보인 수평선 끝은 네모의 끝과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는 것이 진실인 적도 있다. 고대인의 눈에는 태양이 매일 아침 동쪽에서 떠서는 서쪽으로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진실은 다르다. 지구의 모양은 둥글고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돈다는 것이 오늘날에 통하는 진실이다. 우리가 직접 보고 경험하고 확인해서 알게 된 진실도 이렇게 변한다. 사람마다 생각과 관점,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최고의 영화가 친구에게는 최악의 영화가 될 수 있고 나에게는 좋은 사람이 동료에게는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거짓이 없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실이라도 믿는 사람도 있다. 거짓 없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기만 할까? 사명감 때문에 알고 있던 진실을 말했을 때 오히려 상처받거나 다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힘들걸 알았다면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을 뻔 했어” “나한테 말하지 말지. 그냥 덮었으면 좋잖아” 진실을 알게 된 상황이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한다. 때론 솔직한 진실을 말한다는 핑계로 자신의 나쁜 감정을 말하기도 한다. “솔직히 말해서, 너 때문에 정말 기분 나빴어. 감정을 굳이 숨기고 싶지 않아서 말하는 거야” 진실을 말했지만, 듣는이는 상처를 받는다. 우리에게는 진실이지만 상대에게는 뾰족한 가시가 될 수도 있다.
17세기의 스페인의 수도사이자 철학자였던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저서 『지혜와 용기』에서 진실을 대하는 태도를 전했다. “거짓말은 좋지 않다. 사실을 거침없이 전하는 것도 좋지 않다. 진실은 자신의 뱃속을 보여주는 것이다. 거기에는 보이기 싫은 것도, 상대가 보기 싫은 것도 있다. 진실을 다룰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진실 때문에 불편한 상황이 생긴다면 차라리 입을 다물어라” 진실은 사람을 신뢰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되지만 때로는 사람을 다치게도 만든다. 진실하면서도 관계가 안전할 수 있는 4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상대방의 진실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생각과 입장을 물어보아야 한다. 사람마다 생각과 입장,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각자의 마음속에는 우리와 다른 진실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해결해야 할 문제, 극복해야 할 위기가 있다면 문제와 위기를 바라보는 타인의 생각과 입장, 관점도 알아야 한다. 수많은 생각과 입장을 아우르고 포용했을 때 최고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해결책이 우리에게 가장 안전하고 현명한 진실이다. 이와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가 떠오른다. 초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 실렸던 어린 공주의 이야기다.
어린 공주는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달이 갖고 싶었다. 달을 가지기 전까지는 그 어떤 식사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난감해진 임금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똑똑한 천문학자들을 불러 모았다. 학자들은 어린 공주에게 달에 관해 설명했다. 달의 크기가 얼마고, 지구에서 얼마나 멀리 있는지를. 달에 관해서 그들이 알고 있는 진실을 말했지만 그런 진실로는 공주를 설득할 수 없었다. 공주는 하루하루 말라 갔다. 이때 한 광대가 나타났다. 광대는 공주에게 정중하게 물어보았다.
광대 : 공주님,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요. 달이 어떻게 생겼나요?
공주 : 에잇 바보. 그것도 몰라? 달은 동그랗게 생겼어.
광대 : 공주님, 달의 크기는 얼마나 되나요?
공주 : 달은 아주 작아. 내 손톱만 해. 손톱으로 달이 가려지거든.
광대 : 그렇군요. 그럼 달의 색깔은 어떤가요?
공주 : 달은 황금처럼 빛나.
광대 : 공주님께서 설명을 잘해주셔서 제가 공주님의 달을 구해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광대는 대장장이를 찾아가서는 금빛으로 빛나는 작은 구슬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황금빛 작은 구슬을 공주에게 전하니 공주는 너무 기뻐했다. 공주의 마음속에 있던 달의 진실은 작고 동그란 황금빛 구슬이었다. 똑똑한 천문학자들은 자신들이 믿고 있던 달의 진실로 공주를 설득하려고 했다. 천문학자들의 진실은 옳은 말이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상대방의 진실은 모른 채 자신들의 관점만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반면 광대는 어린 공주의 입장이 되어서 진실을 바라보는 시도를 했다. 공주의 생각과 관점을 알게 되자 문제해결은 쉬워졌다. 가장 지혜로운 진실은 상대의 진실을 물어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둘째, 진실을 판단하기 전에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것이다. 역지사지란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입장’이 있다. 그 입장은 그들만의 속사정이다. 역지사지는 그런 그들의 숨은 속사정을 헤아리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뭐야? 네 입장을 말 해줘”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듣고 나면 오해가 한 겹 벗겨진다. 아픈 진실도 이해되고 공감되며 용서가 되는 기적이 만들어진다. 역지사지는 상대의 아픈 속사정을 이해해주면서 사람에게 새로운 삶을 주기도 한다. 따뜻한 감동으로 눈시울 붉혔던 사건이 2020년 10월에 광주에서 일어났다.
30대 중반의 남자가 마트에서 컵라면과 빵 등을 훔치다가 경찰서에 연행되었다. 경찰은 청년의 입장을 알고는 나쁜 의도의 절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청년의 행위는 범죄였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입장”이 있었다. 청년은 일용직으로 일하다가 사고로 척추를 다쳐 철심을 박았다. 심한 척추 장애가 생겨 일할 수 없었던 청년은 가진 돈이 없었다. 10일 동안 굶다가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관과 마트 사장은 청년의 상황을 이해하고 처벌 대신 병원 치료를 도와주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배움의 기회도 주었다. 청년의 사연을 알게 된 포스코 휴먼스라는 회사는 청년에게 일자리를 주었다. 몇 개월 후 어버이날에 청년은 멋진 직장인의 모습으로 담당 경찰을 찾았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최근에 들었던 가장 따뜻하고 훈훈한 뉴스다.
사실을 사실로만 인정하고 냉정하게 말하기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입장”을 생각하면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우리가 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는가에 따라서 관계는 행복과 불행을 오갈 수 있다. 사람의 진실을 지혜롭게 판단했던 경찰과 마트 사장님이 베푼 선행은 또 다른 선행을 불러왔다. 따뜻한 진실의 온기가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모든 나쁜 상황이나 범죄에 대해 “그럴 수밖에 없던 입장”을 이해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진짜 진실과 의도된 가짜 진실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셋째, 어쩔 수 없는 아픈 진실에는 더 나은 결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진실은 정의의 가치가 진실보다 중요한 경우다. 흔하지 않지만, 직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있다.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억울한 누명을 쓰거나 내부의 비리를 알게 된 경우다. 진실을 말하지 않아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진실을 알아보는 지혜와 진실을 말하는 용기다. 최악의 상황을 더 나은 상황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상처받은 사람에게 진심으로 위로하고 엉망이 된 업무 상황을 최선을 다해서 원래대로 돌리는 것이다.
2014년 tvN에서 직장인의 삶을 다룬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었었다.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누군가를 다치게 할 ‘진실’ 때문에 주인공들은 갈등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영업 3팀에서 박 과장은 자신이 담당한 업무를 추진하면서 비리를 저지른다. 같은 팀 신입사원, 김 대리, 오 차장은 그 사실을 밝혔고 박 과장은 회사를 떠나게 된다. 업무 진행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보고 내부고발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은 팀원의 상처와 미안함보다는 정의가 더 중요한 가치였다. 영업 3팀 팀원들은 비리로 엉망이 되어버린 박 과장의 업무를 책임감 있게 마무리를 했다.
신입 : 차장님, 박 과장님이 하시던 중고차 수출 건, 우리 팀이 다시 하는 것은 어떨까요?
차장 : 그 업무를 임원들에게 다시 승인받기란 힘들어. 다른 팀도 욕할걸. 왜 그렇게 생각해?
신입 : 우리 팀 일이 덜 끝난 것 같아서요. 모욕을 받은 기분이에요. 동료를 버렸다는. 내부고발만으로 충분한지 모르겠어요. 회사의 메뉴얼과 시스템을 정확히 활용해서 사업을 원래대로 추진하는 것, 최고의 이익을 남기고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리를 벗겨내면 좋은 사업이잖아요.
차장 : 좋아. 해보자.
진실을 밝힌 것이 끝이 아니었다. 원래대로 돌려놓는 노력, 상황을 더 나은 상태로 끌어올리는 마지막 노력을 잊지 않는다면 진실을 제대로 활용하는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넷째, 진실이 누군가의 흠이 되거나, 비밀이라면 묻어두자. 모두가 안전해야 말할 수 있는 진실이다.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우연히 알게 되는 진실들이 있다. 고민 상담을 한답시고 털어놓은 개인적인 비밀, 우연히 대화로 알게 된 비밀, 누군가의 흠이 그것이다. 비밀의 모습은 두 가지다. 비밀을 말한 사람에게는 약점이고 치명적인 비밀을 들은 사람에게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이다. “이거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저에게는 말 못 할 고민이 있어요. 사실은요~” 이렇게 말하면서 시작되는 비밀은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를 낼지도 모른다. 다른 이의 흠과 비밀을 진실로 포장해서 당당하게 떠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03년 박찬욱 감독, 최민식과 유지태, 강혜정 주연의 「올드보이」라는 영화가 상영되었었다. 당시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로 인정받았던 작품이다. 배우 최민식이 연기했던 오대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납치된다. 이유도 모른 채 오대수는 15년간 감금 생활을 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알게 된 진실은 오대수가 이유 없이 감금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연히 알게 된 이우진(유지태)의 비밀을 오대수는 누군가에게 말했다. 이 때문에 이우진이 가장 사랑하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오대수가 직접 보았던 사실이기에 진실은 맞다. 하지만 그 진실은 이우진이 감추고 싶었던 비밀이다. 비밀은 진실이 아니라 누군가의 약점이고 흠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을 절대적인 진리로 믿고 대화 속에서 거침없이 말한다면 누군가는 상처를 받는다. 정의를 구현하고자 휘둘렀던 칼에 죄 없는 사람이 상처를 입는 것과 같다. 진실을 대할 때는 예리한 칼을 다루듯 각별한 주의와 훈련, 기술의 습득 같은 것이 필요하다. 칼을 휘둘러야 할 상황인지 바르게 판단해야 하고 다치는 사람은 없는지 주변을 살펴야 한다. 모두에게 이로운 진실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편견인지 알아보는 지혜도 필요하다. 수많은 편견 속에서 진실을 알아보는 지혜는 진실을 판단하기 위한 갖가지 노력을 했을 때 얻는 것이다.
진실은 서로를 위하기도 하지만 서로를 다치게도 한다. 진실에 관한 입장과 관점, 신념과 경험 등이 다르기에 다른 해석과 판단을 할 수 있다. 진실은 사람을 신뢰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진실이 잘못 다루어지면 사람을 다치게도 만든다. 수많은 진실 속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진실은 3가지다. 가장 안전한 진실, 가장 최선의 진실, 아프지만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진실이다. 아픈 진실을 더 나은 결과로 만들기 위한 노력과 책임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속에서 신뢰가 쌓이기 때문이다.
진실은 알려야 하는 경우과 묻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거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알려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비밀이나 흠이 되는 진실은 묻어야 한다. 아프지만, 알려야 하는 진실이 있다면 장미의 가시를 감싸듯 다치지 않게 포장하는 것이 좋다. 진실을 지혜롭게 다루는 능력은 세상의 많은 진실 속에서 사람과 관계를 안전하게 만든다. 진실이 우리의 관계에 신뢰를 주는 이유는 진실을 대하는 많은 노력과 책임을 다한 고결한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빛나는 신뢰는 각자의 마음속 진실이 소중한 대우를 받았을 때 탄생한다.
※ 인간관계에 신뢰를 만드는 진실의 방법
1. 상대방의 마음속 진실이 무엇인지 물어보자. 많은 사람의 마음속 진실을 알수록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가 쌓인다.
2. 역지사지로 진정한 진실을 파악하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입장”을 알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진실을 알 수 있다.
3.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진실을 선택했다면 더 나은 결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자. 책임 있는 마무리는 신뢰를 만든다.
4. 진실이 누군가의 흠이거나 비밀이라면 묻어두자. 모두가 안전해야 말할 수 있는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