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36.5℃ 따뜻한 말은 관계를 지켜준다
“마음의 온도를 높여주는 것은 오직 사랑의 대화입니다. 당신의 눈과 당신의 몸짓과 당신의 따뜻한 손길로 사랑을 전하세요.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이 녹기 시작할 겁니다”
우리가 가장 안정되고 편안함을 느끼는 몸의 온도는 36.5℃다. 여기서 몸의 온도가 조금이라도 내려가면 각종 질병이 우리를 공격한다. 반대로 몸의 온도가 상승하면 고열로 인해 뇌가 손상되어 우리를 다치게 한다.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이미 프로그래밍이 된 최적의 신체 온도는 36.5℃다. 이 온도는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고 우리가 세상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한다. 우리에게 맞는 최상의 온도인 것이다.
사람의 신체 온도와 관련된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미국 예일 대학교의 존 바흐(John Bargh) 교수는 그의 연구진과 함께 「신체 온도가 대인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서 발표했다. 두 그룹이 참여했다. A그룹에는 추운 날 따뜻한 커피를 제공해서 손과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B그룹에는 차가운 커피를 제공하여 손과 마음을 차갑게 했다. 두 그룹의 사람들은 그날 처음 만난 ‘제니’의 첫인상이 어떤지 질문을 받았고 그 결과는 너무도 재미있다. 뜨거운 커피를 손에 쥔 그룹의 사람들은 ‘제니’는 따뜻하고 성실하며 관대한 사람일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차가운 커피를 손에 쥔 그룹의 사람들은 ‘제니’는 차갑고, 이기적이며, 예민해 보인다고 말했다.
예일 대학교에서 또 하나의 실험을 했다. 핫 패드와 아이스 패드를 활용한 실험이다. 한 그룹은 핫 패드를 손에 쥐고, 다른 그룹은 아이스 패드를 손에 쥐었다. 두 그룹의 사람들에게 자신 혹은 타인에게 줄 물품을 고르게 했다. 핫 패드를 손에 쥔 사람들은 54%가 타인을 위한 물건을 골랐고, 46%는 자신을 위한 물건을 골랐다. 반면 아이스 패드를 손에 쥔 사람들은 75%가 자신을 위한 물건을 골랐고 25%만이 타인을 위한 물건을 선택했다. 신체 온도가 따뜻한 사람들은 타인을 더 많이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신체 온도가 차가웠던 사람들은 자신을 챙기는 경향이 압도적이었다.
자신이 경험했던 신체 온도에 따라서 타인과 맺는 인간관계의 온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재미난 실험이다. 따뜻한 커피와 핫 패드라는 물질의 온도는 우리를 꽤나 관대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차가운 커피와 아이스 패드라는 차가운 물질은 우리의 몸만 차갑게 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간관계까지 차가움을 전했다. 몸의 온도에 따라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의 온도가 달라졌다. ‘온도’는 우리 신체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의 관계에도 분명 영향을 주고 있었다.
사람의 말에는 조금 전에 경험한 온도가 그대로 남아있다. ‘따뜻한 말’은 관계를 풍요롭게 하고 ‘차가운 말’은 우리를 관계로부터 고립시킨다. 누구나 한 번쯤은 타인이 던진 매섭고 차가운 말에 놀라거나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다. 그때 받은 안타까운 상처는 분명 인간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우리는 받은 상처는 기억하지만, 우리가 건넨 상처를 까맣게 잊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모르게 유지하고 싶은 소중한 관계들이 뚝뚝 끊어져 나간다. 지키고 싶고 지켜야 하는 관계가 있다면, 우리가 하는 말의 온도를 36.5℃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가끔 지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조마조마하며 살짝 자리에 앉은 정 대리에게 과장님이 쏘아붙인다. 차가운 마음의 과장님과 따뜻한 마음의 과장님은 말하는 방식이 다르다.
차가운 과장님 : 잘한다. 대리씩이나 돼서 지각이나 하고. 어제 또 늦게까지 술 마시고 들어갔지? 후배들 보기에 민망하지도 않아? 오늘 지각한 만큼 근무시간 꽉꽉 채우고 퇴근해.
따뜻한 과장님 : 정 대리,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오늘 무슨 일 있었어? 9시 30분인데, 사람이 안 와서 걱정했어. 무사히 와서 다행이지만. 꼭 할 말 있으면 나중에 조용히 해.
따뜻한 과장님의 말의 온도는 바짝 긴장한 정 대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긴장을 풀어주고, 차가움을 녹여주며 고립과 외로움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따뜻한 말의 힘이다.
‘따뜻한 말’의 출발은 사랑이다. 사랑의 마음은 상대를 아끼고 보살피고 지킴에 충분한 힘을 가진 온도이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할 줄 아는 말이라곤 옹알이밖에 없는 아기를 향해서 우리는 어떻게 말할까? 비록 아기가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우리는 끊임없이 예쁘고 따뜻한 언어로 아기에게 말을 건다.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들이 주변에 제법 많다. 그들은 자신의 소중한 반려견과 반려묘들에게 사랑이 가득 담긴 톤으로 말을 건다. “야옹”하는 그들의 한마디 부르짖음에도 따뜻한 애정이 녹아있다.
사랑이란 마음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사랑의 감정이 말속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전달하는 메시지의 내용이 중요하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말할 때의 눈빛과 표정, 목소리나 몸짓 등의 비언어적 표현이다. 메시지의 내용은 따뜻하지만, 눈빛이 허공을 향하고 목소리에 애정이 없다면 따뜻함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없다. 상대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사랑의 말은 사랑이 닮긴 눈빛과 표정, 목소리와 몸짓을 보여주는 것이다. 말의 내용만큼 중요한 것은 말하는 사람의 태도다.
같은 상황과 내용의 대화에서도 상대방이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예들 들어, 팀장이 직원을 가스 라이팅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과 직원의 능력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다. 같은 상황의 대사를 다른 말투와 표정으로 한다면 전혀 다른 느낌이 된다.
다른 직원의 업무를 미영에게 대신 맡기는 상황에서,
팀장 : 미영 씨, A 업체에서 맡겼던 팜플렛 시안 마무리해서 퇴근 전까지 업체에 메일로 보내주세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죠? 힘들겠지만 부탁 좀 할게요.
미영 : 팀장님, 지금은 퇴근 시간인데요. 그리고 그 업무는 원래 주영 씨가 책임지고 마무리하기로 한 업무입니다.
팀장 : 나도 알아요. 그런데 오늘 주영 씨가 조퇴하고 없잖아. 우리 모두 같은 팀이잖아? 함께 해야지. 지금 팀원 중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미영 씨 말고 없어. 자기가 능력 있으니까 맡기는 거야. 부탁해. 난 먼저 퇴근해. 업무 끝나면 나한테도 보고해주고. 수고해요.
가스 라이팅처럼 보이는 팀장의 태도는 이렇다. 팀장의 목소리에 명령조의 목소리 톤이 강하게 느껴진다. 미영이 남아서 다른 팀원의 업무를 마무리 짓는 것이 아주 당연한 듯이 말한다. 눈빛과 태도에서 사람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완전히 빠져있다. 얄미운 미소와 말투로 “수고해요”라고 말한 뒤 떠나버리는 팀장의 태도는 한 명의 팀원을 가스 라이팅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태도가 평소에도 꾸준히 반복된다면 팀원이 팀장을 믿고 일할 수 있을까? 팀의 관계는 협력이 필요하다. 협력을 요구할 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바로 따뜻한 사랑이다.
반면, 직원의 능력을 인정하는 따뜻한 팀장의 태도는 이렇다. 부드러운 눈빛과 미소에 얼굴에 번진다. 업무지시 할 때, 명령이 아닌 부드러운 부탁 조로 말한다. 원래는 다른 책임자의 업무를 부탁하는 것이기에 그 사람의 기분을 충분히 고려한 듯하다. 진심으로 미영의 능력을 인정하고 응원하는 말투로 “수고해요” 말하고 떠나는 팀장의 태도는 미영을 설득하기에 충분하다. 같은 말 다른 느낌의 대화는 상대의 태도에 달려있다. ‘따뜻한 사랑의 태도가 말에 녹아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한 사람을 웃게도 울게도 만든다.
따뜻한 관계를 위한 대화에서 언어적인 내용보다도 비언어적 표현의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한 학자가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자인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 교수다. 1971년에 메라비언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침묵의 메시지]에서 메라비언의 법칙(The law of Mehrabian)을 소개했다. 메라비언 교수는 의사소통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분석했을 때 내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신 목소리에서 38%, 표정과 태도에서 55%의 비율을 보여준다. 그러니 눈빛과 표정, 목소리와 몸짓 등의 비언어적인 표현이 우리의 관계를 이어갈 때 97%라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따뜻한 사랑의 태도를 전하는 또 다른 언어는 스킨십이다. 따뜻한 온도를 피부로 느끼듯 따뜻한 스킨십도 피부로 느낀다. 피부로 느껴지는 온도와 스킨십은 오감 중 하나인 촉감에 속한다. 우리는 스킨십을 통해서 우리가 느끼는 사랑의 온도를 표현할 수도, 느낄 수도 있다. 유명한 상담가이자 목사인 게리 채프먼(Gary Chapman)은 1992년 『5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저서에서 사랑의 언어를 소개했다. 인정의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도움의 손길, 그리고 스킨십이 그것이다. 그러니 『5가지 사랑의 언어』라는 저서의 내용을 빌리자면, 스킨십은 분명 사랑의 언어가 맞다.
스킨십이 소통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1958년에 해로 할로우(Harry Frederick Harlow)박사에 의해서 진행되었던 실험이다. 그것은 「원숭이 애착 실험」인데, 당시 할로우 박사의 관심사였던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는 실험이었다. 먼저 갓 태어난 붉은 털 새끼 원숭이에게 두 종류의 가짜 엄마 원숭이를 만들어 주었다. 한쪽 엄마 원숭이는 차가운 철사로 만들어졌으며 우유를 제공해 주었다. 다른 쪽 엄마 원숭이는 따뜻하고 포근한 헝겊으로 만들어졌으며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았다. 생존에 가장 필요한 것은 먹는 것이므로 철사로 만든 엄마 원숭이를 더 선호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예상은 빗나갔다.
새끼 원숭이들은 철사로 된 엄마에게는 어떤 애착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오직 우유만을 섭취했다. 헝겊으로 만들어진 엄마에게는 얼굴과 몸을 비비는 등 많은 스킨십을 보여주었다. 비록 먹을 것은 제공하지 않았지만, 헝겊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촉감이 사랑과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한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새끼 원숭이들이 철사 엄마와 생활 할 때는 신체적, 정서적으로 문제를 보였다. 설사 비율이 높았고 때론 강한 폭력성을 나타냈다.
「원숭이 애착 실험」을 통해서 알 수 있는 한 가지는 사랑을 통해서 우리는 생명을 유지하고 삶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당신은 소중해요’라고 눈빛과 표정으로 말할 수도 있고, ‘당신을 너무도 사랑해요’라고 스킨십으로 말할 수도 있다. 달콤한 말로써 마음을 움직이거나 관계를 맺어갈 수 있다. 하지만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빠진 말은 곧 관계의 구멍을 만든다.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빠진 말이란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밑 빠진 독이다.
우리는 세상이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관계를 만들고 만들었던 관계를 지우며 살아간다. 우리가 만든 관계의 끈이 부드럽고 따뜻할 땐 기쁨과 행복을 주지만 관계의 끈이 날카롭고 차가울 땐 깊은 상처를 남기고 만다. 빠져나오려고 노력할수록 더욱 쪼여오는 올가미처럼. 우리가 원하는 관계는 노력 없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대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서 우리의 말과 눈빛과 표정과 몸짓에 스며들게 해야 한다.
이제 막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인공지능 로봇과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최첨단 기술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운 좋게도 우리는 최첨단 기술이 주는 수해를 마음껏 받으면서 세상을 이끌어 가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한 가지가 있다. 그건 바로 진정한 인간다움이다. 그 인간다움은 우리의 관계를 소중히 생각하는 따뜻함에서 비롯된다. 서로의 서로에 의한 서로를 위한 소통은 우리의 관계를 더욱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진심 어린 사랑을 우리만의 소통 수단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사랑이 스며든 우리의 소통이 서로를 더욱 행복할 수 있게 지켜줄 수 있도록.
※따뜻한 말은 관계를 지킨다
1. ‘따뜻한 말’은 관계를 풍요롭게 하고 ‘차가운 말’은 우리를 관계로부터 고립시킨다. 지키고 싶고 지켜야 하는 관계가 있다면, 우리 말의 온도는 36.5℃로 유지해야 한다.
2. ‘따뜻한 말’의 출발은 사랑이다. 사랑의 마음은 상대를 아끼고 보살피고 지킴에 충분한 힘을 가진 온도이기 때문이다.
3. 따뜻한 관계를 위한 대화에서 내용보다 비언어적 표현의 더욱 중요하다. 의사소통에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써 내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7%다. 눈빛과 표정, 목소리와 몸짓 등의 비언어적인 표현이 차지하는 비율은 97%로써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