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는 고사성어를 매우 좋아하며 가슴에 새기곤 한다.
조금 풀어서 해석하자면, "권력은 십 년을 가지 못하며, 꽃은 십 일 이상 가는 것이 없다."는 말로써 우리가 하급자로 있거나, 상급자로 있을 때 모두 기억하고 되뇔법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벌써 본인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만 13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처음 내가 입사했을 때 과장 혹은 차장이셨던 분들은 진즉 부장급이 되셔서 한 조직의 리더들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때는, 이러한 상하관계가 계속 갈 줄 알았다. 하지만 달은 차면 기우는 법이다. 결국 세월이 지나며 요직의 정점에 올라가시는 분들도 계시고, 올라가다가 결국 낙마하거나 주저 않는 분들도 많이 뵈어 오곤 한다. 내가 비록 이 분야의 조예가 깊은 건 아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낙마하거나 주저 않는 분들 중 대부분은, '아랫사람들이 후한 평가를 내리지 않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요 근래 발견해 가고 있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다. 필자가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나, 요 근래 사회분위기가 수직적이며 강압적이었던 과거에 비해, 수평적이고 상호 존중적 관계로 변모해 가고 있음은 분명히 느끼고 있다.
"가 프로, 너 나랑 일하나 같이하자?"
"아 좋죠, 그런데 혹시 거기 나수석 님 계신데 아닌가요?"
"어 왜?"
"아.. 저는 다른데 제안받은 데가 있어서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거 같은데요^^;"
세상은 이미 바뀌고 있다. 유능하고 일 잘하는 후배들 일수록, 선배들에 대한 평판과 업무 스타일도 꿰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가라면 가는' 세대가 분명히 아니다. 필자를 포함해서 말이다.
물론 여기서 한 가지 조건이 붙는데, 본인이 한 곳 이상 골라 갈 정도의 운신의 폭이 있는 경우로 한한다. 그런데 사실 본인이 다니는 회사에서는 누가 봐도 선택권이 없음에도, 그냥 프로젝트에 들어가 매출을 일으키려 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그만큼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미 업무를 주도하고 책임져야 하는 관리자 입장에서는 내 업무를 나누어 짊어질 유능한 동료 혹은 후배를 찾는 게 업무의 성패를 가를 정도로 매우 중요해졌다. 그들을 유인하기 위해 본인에게 회사에서 위임한 여러 내부 정책 등을 잘 만들고 이를 홍보하고 '모셔오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예전 같으면, 기회는 보통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흘러왔을 것이다. 하지만 근래에는 같이 업무 하는 동료들을 잘 챙겨줘서 그들이 스스로 일하게 만드는 소프트 스킬이 매우 중요해졌다. 그렇게 감화된 그들은, 기꺼이 우물가로 가서 스스로 우물을 마신다.
아직도 여전히 예전과 같은 강압적이고, 유인책 없는 리더십을 가지고는, 풍요로운 삶 속에서, 본인의 이득여부를 고민하며 자라온 후배 세대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배울 것은 배우고, 존중할 것은 존중하며, 그들이 궁극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대는 이미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다 더욱더, 유능한 동료들이 없으면, 일을 하기 어려워진 복잡한 세상이다. 그들을 위해 항상 배려하고, 귀감이 될 수 있는 선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업무적으로 문제가 생겨 그들을 지도해야 할 때, 내가 그들에게 '귄위'가 있어 그들이 나를 따르게끔 할 수 있다면, 조직에서는 나에게 조금 더 큰 역할을 기꺼이 맡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