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d Oct 23. 2021

죽어야 하는 이유

고등학교 2학년

  “공부해서 SKY 가는 것보다 죽어서 SKY 하늘나라 가는 게 더 빠르겠다.” 친구와 자조적으로 내뱉었던 말이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중간고사를 보고 나서 이 말을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엄마는 옆 학교 전교 1등이 시험을 밀려 써서 낮은 점수를 맞게 되어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내게 말해줬다. “오늘 시험 감독 교육을 받는데 너네 교장선생님이 와서 아이들이 시험을 못 봐도 격려해 달라고 하시더라.” 엄마는 선생님한테 찍히면 안 된다고 반차까지 쓰고 학교 시험 감독을 하러 왔다. 엄마는 말을 이었다. “교장 선생님이 시험을 못 봐도 어떻게든 복구할 수 있으니까 그런 일이 있어도 너무 걱정 말래.”  

   

 교장 선생님 말은 귀에도 안 들어왔다. ‘원래 사람이 자살하면 뉴스에 나오지 않나? 사람이 죽으면 그걸로 끝인 건가? 왜 죽어야 하지? 왜 죽게 만들었지? 무엇이 죽게 만들었지?’ 어차피 공부를 못해서 잃을 게 없는 나는 시험을 못 봐도 상관없었다. 그렇지만 그 학생은 전교 1등이었다. 잃을 게 많은 사람의 압박감과 정신적인 고통은 내가 감히 헤아릴 수도 없다. 사람들은 시험 한 번 밀려 쓴 걸로 죽은 그 학생을 어리석다고 했다.      

이전 09화 몰락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