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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테하라 Oct 17. 2023

부엉이

우리 안에 있는 불안에 굴복하지 않기를 빈다.

줄거리는 수백 년 전에 지금처럼 영리하지도 지혜롭지도 않던 때 조그만 마을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뿔 달린 부엉이가 밤에 우연히 근처 숲에서 나와 어느 마을 사람의 헛간에 앉았는데 새벽이 되어도 숲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하인이 헛간에 갔다가 부엉이를 보고 놀라서 주인에게 가서 괴물이 숨어있다고 말하고 주인은 자기가 직접 가서 보고 너무 겁나서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모든 사람들이 창과 갈퀴, 낫, 도끼로 무장하고 거리로 나왔다. 마을 시장과 시의원들과 마을 사람들은 장터에 모여 헛간을 에워쌌다. 그리고 가장 용감한 사람이 헛간 안에 들어갔지만 비명소리를 내며 창백하게 나왔다. 다른 두 사람도 갔지만 별 수 없었고, 전쟁으로 유명한 힘센 남자가 갑옷과 투구, 칼, 창을 들고 헛간으로 갔지만 그도 너무 놀래서 반쯤 의식을 잃은 채 돌아왔다. 마을 전체가 파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논하던 중 시장이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헛간에 있는 말이나 건초, 헛간을 마을의 공동 재산으로 헛간 주인에게 보상하고 헛간 전체를 불태워 버리자고 했다. 모두 그 의견에 찬성하여 헛간도 부엉이도 모두 타서 주저앉았다

못 믿겠다면, 직접 가서 확인해 보시라니까요!  

   

부엉이 한 마리, 겁에 질린 하인, 하인의 주인, 마을 사람들, 용감한 사람 3명과 전쟁 영웅이라는 사람 1명, 시장과 시의원들은 실체를 알지 못해 자신들의 재산을 불태워버렸다. 

민담은 여러 층을 가지고 있다고 했듯이 이야기 서두에서 옛날에 지금처럼 영리하지 못하고 교육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어떠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대해서부터 시작했고, 마지막 문장은 못 믿겠다면 직접 가서 확인해 보라며 이야기를 끝맺었다. 

우리는 직접 확인하는가? 그리고 지금이라고 다른 게 있을까? 

부엉이는 올 빼 미과에 속하는데, 뿔 달린 부엉이가 아니었어도 마을은 모두 알지 못하는 어떤 것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했을 것이다.

머리를 270°로 돌리고 날카로운 부리와 커다란 눈을 가지고 낮에는 보이지 않지만 밤에 사냥하는 야행성동물은 각 문화권마다 다르게 반응하지만 부엉이는 여기서 불길한 '무엇'을 갖는다. 정확하게 모르고 모르면 이야기는 부풀려지게 된다. 

인간이 가진 재능 중에 상상력이 있다. 상상력은 망상과 공상과는 다르다. 망상은 없는 것을 있다고 믿는 것이어서 현실을 왜곡하거나 허세를 부리기도 한다. 그러나 공상은 없는 것을 안다. 상상은 언제나 현실에서는 힘들지만 실현가능한 것을 말한다. 여기서 부엉이가 갖는 상징은 불안이다. 커다란 눈은 모든 걸 확대해서 보는 망상이라고 볼 수 있다. 눈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정확한 정보를 읽어내지 못한다. 5가지 감각 중 80%를 활용하는 시각은 왜곡하거나 착각하기 쉽다. 

부엉이는 자아가 외부 세계의 현실을 지각하여 느끼는 불안으로 실제적인 위협에 대한 두려움이다. 불안의 원인이 외부에 있다고 객관적 불안이라고 하고 공포와 유사하다. 불안의 정도는 실제 위험에 대한 두려움의 정도와 비례한다. 

부엉이는 헛간에 들어갔고, 낮이 되면 새들이 자기들을 잡아먹을까 봐 소리를 지를 뿐인데 부엉이는 자기를 싫어하는 것으로 느껴 숲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불안과 공포는 생명체라면 누구라도 제일 먼저 가지고 있고, 생존에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우리 뇌의 가장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민담의 서두처럼 똑똑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았던 때의 이야기이다. 

맨 처음 하인이 부엉이를 보았다. 이야기는 부풀려지고 주인은 하인의 말에 막대기를 들고 헛간으로 갔다. 하인이 불안에 대처하는 심리적 특징은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과도하고 비합리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확인하러 간 주인조차 전율을 느낄 정도로 눈이 큰 회색빛 짐승을 보았다고 말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살려달라고 하면서 괴물 때문에 마을 전체가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한다. 주인은 공포로 인해 발작 증상을 보였다. 주인은 자신이 느낀 공포를 타인들에게 말하는 순간 마을 사람들 전체가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모든 거리에서 마을 사람들은 창, 갈퀴, 낫 도끼로 무장한다. 적과 싸우는 사람들처럼. 정보를 통제하지 못하면 무의식에 있던 본능은 공포를 느끼게 되고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반응을 동원하는 과도한 행동을 하게 된다. 집단적 광기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용감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불안의 근원이 되는 헛간에 들어가 보려 했지만 어둠 속에 있는 부엉이는 훨씬 더 커 보이고 소리까지 이상하게 듣는다. 확대된 불안은 지각을 혼란시켜 현실인식을 하지 못하게 된다. 

불안한 사람들은 너무 예민해져서 제대로 된 인식을 하지 못한다. 공포를 느끼는 것은 사람의 감정 정도에 따라 다르다. 보통 사람은 놀라고 두려워하는 정도를 극단적인 사람들은 경악과 공포로 확대해서 본다. 그러면 대비하고 경계해야 하는 모든 상황이 초비상사태가 된다.

전쟁터에서 공을 많이 세웠다고 하는 사람은 ‘용기’를 말했다. 용기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게 도와주는 힘 있는 말이다. 그리고 기회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힘이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비겁했다. 갑옷과 투구와 칼, 창으로 무장하고 헛간으로 갔지만 그는 온몸이 경직되고 혼이 나간 사람처럼 도망쳤다. 헛간에 들어갔다가 나온 사람들의 말은 자기 합리화다. 자신의 실패나 약점을 그럴듯한 변명을 하며 자신의 실패나 약점을 숨기려는 행동일 뿐이다. 

불안에 대처하는 사람들 중에 제일 어리석은 사람은 시장이다. 그는 자신의 약점이나 실패를 다른 것으로 보충하고 불편한 감정을 조절했기 때문이다. 그는 헛간을 불태우고 비용은 마을 사람들이 내어 헛간 주인에게 주자고 했다. 결국 헛간 네 귀퉁이에 불을 놓고 통째로 태워버렸다. 

그들은 불안이 무엇인지 확인하지도 않았고, 자신들의 재산을 잃었다. 괴물이라고 생각하면 확인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불안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불필요한 파괴를 일으키는지를 보여준다.

불안에 떠는 사람들은 실체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실체를 알려주려고 해도 듣고자 하지 않는다. 감지된 위협으로 자신들 보호하기 위해 회피하는 행동이나 충동적인 행동, 과도한 행동들을 한다. 또 다른 사람의 두려움이나 편견에 얼마나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도 말해주었다. 불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무력해지고 문제 해결 전략을 찾지 못한다. 불안을 감소시킬 대안적 사고나 믿음도 찾기 어렵다. 

뿔 달린 부엉이라는 말처럼 새의 뿔은 뿔이 아니라 그냥 털이 솟아 나왔을 뿐이다. 

부엉이도 불안장애에 속한다. 자기가 새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있어야 하는 곳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밤에 활동해야 하는데 낮에 있으니 말이다. 헛간의 문이 앞뒤로 열려 있는데도 온몸이 경직된 마을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날아가지 못하는, 자유롭지 못한 불안으로 새는 불에 타 죽고 만다. 눈이 크고 뿔이 있지만 부엉이가 지르는 소리를 불안한 사람들 역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불쌍한 새는 다른 사람들에게 공포를 줄 뿐이다. 서로가 서로의 불안을 투사하여 객관적 세계를 보지 못하였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조절하기 어렵다. 그러나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깨닫게는 도와주어야 한다. 공포와 불안을 느끼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피하거나 무시할 수 있게 된다. 나의 공포를 만나는 것은 고통이지만 그것을 직접 만나야 실체를 알아야만 한다. 아무리 많은 방어기제를 사용하여도 그것은 없어지지 않는다. 공포에 대해 속속들이 다 알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내 안에 있는 불안에 굴복하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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