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변에는 마음의 수양법이 많이 있다. 집 뒷산에 오르는 가벼운 등산에서부터 선사들 과의 선문답, 참선, 도인들의 가르침 등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동안 서구의 학자들이 이러한 마음 수양의 가르침을 전수받고, 이를 마음의 치유 프로그램으로 개발하여 주목을 끌기도 한다.
마음의 수양은 마음을 온갖 번뇌에서 벗어나 고요하게 한다. 이와 같은 수양은 일반적으로 번잡한 생활을 벗어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행하게 된다. 그러나 마음 속에 있는 심기(心氣)는 늘 우리 생활 속에서 매 순간마다 기분이나 느낌 등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쌓은 수양이 번잡한 생활 속에서 종종 그 힘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마음의 수양은 순간을 다루는 심기(心氣)의 수련과 병행되어야 한다.
숨어있는 힘
발아(發芽)라는 말은 씨에서 씨앗의 껍질을 뚫고 싹이 트는 과정을 의미한다. 씨에는 발아하는 생명의 힘이 숨어있다. 물, 온도 등 자연이 제시한 조건이 이루어지면 그 숨어있는 생명의 힘이 작용하여 새싹을 발아한다. 민들레 꽃씨가 차가운 겨울을 이기고 이른봄 땅속을 헤치고 나오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겨울 동안 앙상하기만 하던 나무 가지에서 봄 소식을 전하는 듯 움터 나는 나뭇잎들, 피어나는 꽃 봉오리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지. 자연의 시계로 계산하는 적산온도, 즉 꽃이든 식물이든 주어진 온도의 합이 자연이 제시한 조건을 채워야 발아 또는 싹을 틔울 수 있다는 이론은 자연과 생명의 조화를 설명한다.
생명이 있는 곳에는 다시 일어나고 깨어나려는 긍정의 에너지가 자연의 섭리를 따라 작동한다. 우리의 몸속에서도 스스로를 치유하고 다시 일으키려는 숨어있는 힘, 즉 치유의 에너지가 작동한다. 우리 몸속에 숨어있는 치유의 에너지는 긍정적인 사고, 열린 마음, 기도하는 마음, 사랑, 용서, 배려, 호흡, 명상, 걷기, 요가, 운동, 대화 등의 수양을 통하여 스스로 이루어진다.
꽃과 식물들이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인고(忍苦)의 시간을 거쳐 새로운 생명을 이어가듯이, 우리들이 겪는 마음의 상처도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기다리면서 긍정적인 사고 속에서 몸과 마음의 수양을 쌓을 때 치유의 에너지가 작동하여 마음의 어려움이 새생명으로 거듭날 수 있다.
마음의 문
우리의 마음에는 열기도 하고, 닫기도 하는 마음의 문이 있다. 그 문 안에는 크고 작은 마음이 있으며, 깊은 속 마음도 있다. 살다 보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도 있고,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도 있고,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일도 있다. 그런가 하면, 마음만 잘 먹으면, 불안한 마음 없이, 마음 편하게 지낼 수도 있다. 마음이 들뜨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마음이 놓이면 일도 잘 풀리게 된다. 엉켜 있는 마음은 풀어야 일도 잘되고 다른 사람 들과의 관계도 풀리게 된다. 이러한 마음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마음의 문을 열고 닫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주위에서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많이 듣는다. 그런데 마음의 문을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집에 문이 열려 있으면 들락날락 하기가 쉬운 반면 도둑이 들기 쉽고, 집에 문이 닫혀 있으면 불편하긴 하지만 안전해서 마음 편히 쉴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마음의 문이 열려 있으면 인간 관계가 쉬워지지만 사탄이 슬며시 들어온다. 반면에 마음의 문이 닫혀 있으면 인간 관계가 사라져서 외롭기는 하지만 조용하게 쉴 수 있다. 문은 열고 닫아야 문의 역할을 하게 된다. 열려만 있거나 닫혀만 있으면 아무리 좋은 문이라고 해도 쓸모없는 문이 된다. 문은 스스로 열리고 닫히지 않는다. 물건 파는 상점에서 손님을 맞으려고 문을 열고, 그날을 마무리하려고 문을 닫듯이, 문은 열 때 열고 닫을 때 닫아야 한다.
고요한 마음이 좋기는 하지만, 바람만 불어도 나뭇잎처럼 흔들리는 세상살이에서 고요한 마음을 계속 가질 수는 없다. 고요한 마음의 세계는 고요한 마음 밖으로 나와봐야 고요한 마음의 세계를 알게 된다. 이는 우물의 깊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물밖으로 나와 봐야 우물의 깊이를 알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감정이 격해질 때는 감정의 상태 밖으로 나와 봐야 감정의 상태를 조정할 수 있다. 근심이 많을 때는 근심의 상태 밖으로 나와 봐야 근심의 상태를 조정할 수 있다. 걱정이 많을 때는 걱정의 상태 밖으로 나와 봐야 걱정의 상태를 조정할 수 있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호흡도 호흡이 들락날락 해야 생명이 유지된다. 호흡이 멈추면 생명도 멈추게 된다. 들락날락 움직이는 호흡이 살아있는 호흡이다. 마음의 문을 열고 마음의 문으로 생각이 들락날락할 때 살아있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의 문을 열어 놓고 살아갈 수는 없다. 필요할 때마다 마음의 문을 닫고 조용한 휴식의 시간을 가질 때, 살아있는 마음이 활성화되고, 활성화된 마음은 더욱 더 힘차게 움직일 수 있다.
마음의 길
우리의 마음 속에는 많은 길들이 있다. 올바른 길도 있고, 가시밭 길도 있다. 이러한 길들이 모여서 우리의 삶을 이룬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면 걸어온 길이 보인다. 산에는 산길, 들에는 들길, 숲에는 숲길, 물에는 물길, 제주에는 올레길, 큰길, 작은길, 골목길 등 우리의 주위에는 많은 길들이 있다. 삶 속에도 여러 길이 등장한다. 처음 가는 새로운 길, 여러 번 가서 잘 아는 길, 목적지로 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 고생하던 기억에 남는 경험의 길도 있으며, 부모님들이 자녀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려고 노심초사(勞心焦思) 애쓰는 마음의 길도 있다.
길의 한자어는 도로(道路)이다. 도(道)는 우리의 전통문화의 유산이며, 조상들은 몸과 마음을 단련하기 위해 깊은 산에서 도를 닦는 수도(修道)의 의미를 존중하였다. 이와 같이 마음을 닦는 도(道)의 길은 우리의 마음을 생활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연의 흐름에 따르는 하늘의 도(道)로 인도해 주는 마음의 길이다.
이러한 마음의 길은 복잡한 스트레스 속에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이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발견하고 마음의 평화는 물론 가정의 평화와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이루기 위한 마음 수양의 길이라 할 수 있다.
마음의 평화
우리 주변에는 깨지기 쉬운 것들이 많다. 유리나 계란처럼 작은 충격에도 쉽게 깨어질 수 있으며, 나라 간이나 이웃 간의 평화 역시 서로의 이익에 따라 쉽게 깨지기도 한다. 우리의 마음도 그 중 하나이다.
어린아이의 마음은 고요하다. 그러한 고요하고 평화롭던 마음은 우리가 성장하면서 출렁이기 시작한다. 이는 마치 잔잔하던 호수에 서서히 바람이 불며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 불가에서는 고요한 마음에 한 생각이 일어날 때 평화가 깨어진다고 한다. 이는 마치 작은 돌 하나가 잔잔한 호수에 떨어져 물결을 일으키는 모습과 같다.
고요한 마음은 우리에게 평화를 선사한다. 그러나 살면서 마주치는 세상의 유혹과 주변과의 갈등은 우리의 마음에서 평화를 빼앗아 가곤 한다. 불교에서는 끝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고뇌와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하고, 기독교에서는 문을 잠그고 두려워하던 제자들에게 나타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평화'를 선물하셨다. 명상은 마음의 수양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처럼 '마음의 평화'라는 과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심신 수련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마음의 빛
어릴 때 따라 부르던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어효선 작사, 한용희 작곡)이 떠오른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 거예요. 산도 들도 나무도 파란 잎으로, 파랗게 파랗게 덮인 속에서, 파아란 마음으로 자라니까요.' 이 노래는 순수한 마음의 빛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202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새벽 7시 20분,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이 개발한 '웹' 천체 망원경이 지구에서 약 160만 킬로미터(100만 마일) 떨어진 '라그랑지(Lagrange)' 지점으로 발사되었다. 이 망원경은 빅뱅(우주 태초의 대폭발) 당시 발생한 빛을 관측하며 우주의 기원을 탐색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우주의 역사가 150억 년, 지구의 역사가 약 40억 년으로 추정되는데, 150억 년 전의 빛을 지금도 관측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주의 신비를 새삼 깨닫게 한다.
이처럼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마음에 빛이 있다면, 그 빛 또한 영원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몸은 시간의 제약을 따르지만, 마음은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되는 시간이나 공간의 틀에 구속받지 않는다. 이 시공간을 넘어서는 영원성을 지닌 우리의 마음은 인간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어린아이의 깨끗한 마음이 원만한 인간관계를 통해 빛을 발하며, 그 빛은 영원한 마음으로 성장해 나간다.
마음 결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만들어지는 나무의 결은 그 나무의 특징을 보유한다
. 나무를 다루는 사람은 나무의 결을 보고 나무를 선택하며, 나무로 만들어진 악기를 연주하는 예민한 귀를 가진 연주가는 악기를 만든 나무의 결을 보고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를 짐작한다. 나무로 만들어진 운동기구를 사용하는 훌륭한 운동 선수는 나무의 결을 보고 운동기구를 선택한다. 말없이 꿋꿋이 서있는 나무의 모습이 그 결에 새겨져 있다. 이러한 나무의 결은 날씨나 환경 등 자연의 법칙을 따른다.
우리의 마음에 결이 있다면, 그 결은 주위의 여건과 사회의 영향을 받는다. 세상 풍파를 감당해내며 살아가는 인생사가 그 결에 새겨지고, 그 결은 그 사람의 삶의 증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다양한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의 사회생활속에서 새겨지는 마음의 결은 불안하고 거칠게 엮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편안한 마음의 결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배려와 마음을 닦고 가꾸는 노력의 손길이 필요하다.
빈 마음
나이가 들면서 키가 자라고 몸은 커져도 마음은 저절로 커지지 않는다. 학교에서 학문을 배우고 책에서 지식을 얻어도 마음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그릇을 비우면 비울 수록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듯이, 마음도 비우면 비울 수록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마치 어린 아이의 빈마음이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듯이, 텅 빈 마음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과 하나로 소통한다.
아무 욕심도 거리낌도 없이 텅 비어 있는 마음은 커다란 빈 그릇과 같아서, 좋은 것뿐 만 아니라 나쁜 것도, 선한 것뿐 만 아니라 악한 것도, 천사의 말 뿐만 아니라 마귀의 말도, 모든 것을 받아 담는다.
경제 원칙에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나쁜 돈이 좋은 돈을 쫓아낸다는 의미이다. 같은 이치로 본다면, 모든 것을 받아 담은 우리의 마음 속에서는 나쁜 것이 좋은 것을 누르고, 악한 것이 선한 것을 누르고, 마귀의 말이 천사의 말을 누르게 된다. 마귀의 말은 깨끗하고 고요한 마음을 흔드는 유혹의 말이며, 천사의 말은 감사하며 배려하는 마음의 말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는 마귀의 말과 천사의 말이 항상 엇갈리게 된다. 모든 사람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수양은 좋은 것이 나쁜 것을 이기고, 선한 것이 악한 것을 이기고, 천사의 말이 마귀의 말을 이기게 한다.
텅 빈 마음
마음은 형태가 없지만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힘을 그릴 수 없듯이 마음도 직접 그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때로 마음을 하트(heart), 구름, 또는 둥그런 원의 모양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빈 마음을 둥그런 원으로 이해하면, 원 속에는 아무것도 없고 테두리조차 없는 한없이 큰 둥그런 원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빈 마음에 생각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테두리가 생기고 크기가 줄어들면서, 온갖 생각, 기억, 걱정, 번뇌가 테두리 없이 둥그런 원 속에 쌓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빈 마음은 고통의 색, 슬픔의 색, 기쁨의 색 등으로 물들게 된다.
사람이 살면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마음에 테두리가 생기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생각, 걱정, 번뇌 등을 테두리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면, 우리의 마음은 더 편안해질 수 있다.
마음가짐
'세상만사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마음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일이 잘 안 풀리고 마음이 흐트러질 때가 있다. 마음이 흐트러지면 정신도 산만해지고,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마음을 다시 잡으려 하지만, 한 번 흐트러진 마음은 쉽게 잡히지 않는다.
우리는 우는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알고 있다. 달콤한 말을 해주기도 하고, 사탕을 사주기도 하며, 때로는 야단을 치기도 하고, 그냥 울게 내버려 두기도 한다. 싸움터에서 쓰러진 전우를 위해서는 그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진혼곡을 사용한다.
마음가짐은 내면의 다짐이며, 믿음의 자세이다. 흐트러진 마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다만 강한 믿음을 가진 마음은 이러한 혼란에서 벗어나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도록 도와준다. 마음에 와 닿는 노래나 기도문, 혹은 깊은 호흡법 등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