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순간은 한없이 짧고, 지나가는 찰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재의 순간과 그 순간들의 연속이 우리의 삶을 구성한다. 한번 지나간 현재의 순간은 과거가 되고, 다가올 현재의 순간은 미래가 된다. 이처럼 한없이 짧은 현재의 순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말을 하려는 순간, 그 순간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현재의 순간은 마치 공기와 같다. 공기는 우리의 주변에 항상 존재하며, 호흡을 통해 생명의 힘을 주지만,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 중요성을 잊고 살아가게 된다. 현재의 순간도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핵심이지만,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 소중함을 잊으며 살아가게 된다.
현재의 순간은 눈에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를 느끼고 알아차릴 뿐이다. 자연의 순리에 따르며 한 순간에 깨치는 마음과 정신의 수련은 예로부터 전해져 왔지만, 오늘날 스트레스가 만연하여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현대 사회에서는 새로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호흡은 생명의 근본이다. 호흡이 없으면 생명도 없으며, 호흡을 느끼면 생명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살아있는 호흡은 생명의 호흡이라 할 수 있다. 호흡은 생명을 주며, 생명은 자연의 힘을 나눈다. 조그마한 꽃씨가 땅 속에서 변화를 겪으며 생명의 힘으로 무거운 땅을 뚫고 솟아오르고, 나무의 뿌리는 땅속의 물을 높이 자란 나무의 꼭대기까지 공급한다. 호흡은 자연의 순리에 따르며, 공기나 물처럼 귀하면서도 그 귀함을 내세우지 않는다.
호흡은 현재를 의미한다. 호흡을 느낄 때 우리는 현재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현재의 순간은 과거도 미래도 없는 지극히 짧지만 영원한 순간이다. 호흡이 이어질 때 현재도 이어지고 우리는 현재 속에 머무르게 된다. 과거나 미래와 같은 시간은 인간이 생활의 편리를 위해 만든 개념일 뿐, 자연의 흐름은 시간을 따르지 않는다. 자연은 시간의 잣대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인간이 그 흐름을 이해하려고 할 뿐이다.
호흡은 소리이다. 호흡의 숨소리는 공기가 우리의 몸 안에서 이동하며 만들어내는 생명의 소리이다. 숨소리는 새소리나 파도소리처럼 단순히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바람소리나 봄비에 맞아 움터 나는 나뭇잎 소리처럼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모아야 들리는 마음의 소리이다.
호흡은 신비이다. 호흡은 대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해준다. 우주는 150억 년, 지구는 40억 년에 걸쳐 자연의 천기를 형성해왔다. 우리는 이러한 대자연의 천기를 호흡하며 무위자연(無爲自然)의 흐름을 따른다.
걱정과 근심은 불안한 생각과 애태우는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로, "걱정이 많다"나 "근심이 끊이지 않는다" 등의 표현으로 사용된다. 우리는 자녀 걱정, 연로하신 부모님 걱정 등 다양한 걱정과 근심을 가질 수 있지만, 때로는 쓸데없는 걱정과 오만 가지 생각으로 그 정도가 심해지기도 한다.
걱정과 근심은 바늘과 실의 차이와 같아서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걱정이 많으면 근심이 늘어나고, 걱정이 없으면 근심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걱정은 주로 생각에서 비롯되며, 지나치게 많아지면 소화 등 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근심이 늘어나면 마음의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걱정과 근심은 생각에서 비롯되어 마음에 자리 잡는다. 생각을 없애고 마음을 비우면 걱정과 근심은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자연히 사라지게 된다. 마치 배수관을 열 때 고여 있는 물이 소용돌이 치면서 내려가듯이, 마음을 힘들게 하는 걱정과 근심이 생길 때마다 호흡의 문을 열고, 떠오르는 쓸데없는 생각들을 '커'하고 기침하듯이 내쉬는 호흡 소리에 실어 밖으로 날려 보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골프의 황제 타이거 우즈는 많은 일화로 유명하다. 몇 년 전, 타이거 선수는 티 오프 스윙을 할 때 주위 관중석에서 작은 소음이 발생하자, 공을 맞추려고 내려오던 골프채의 스윙을 중간에서 멈췄다. 이 사건은 골프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으며, 많은 이들이 "어떻게 스윙을 중간에서 멈출 수 있나"라고 놀라워했다.
시계가 멈추면 배터리를 교체하여 다시 작동시키고, 자동차는 신호에 따라 정지하며, 수돗물은 잠가서 멈춘다. 높이 자라는 나무는 물이 올라갈 수 있는 최대 높이에서 멈추고, 높이 던진 공은 최고 높이에서 멈춘 후 방향을 바꾸어 내려온다. 우리의 호흡에도 멈춤이 있다. 숨을 들이쉬고, 잠시 멈추고, 내쉬고, 다시 잠시 멈춘다.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멈춤은 우리의 생활과 함께한다. 끝없는 바다의 수평선, 깊은 산속의 적막함 등이 주는 평온한 순간이나 바쁜 생활에서 벗어나 가지는 침묵의 순간은 우리의 마음을 고요함으로 인도한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 확산으로 1년 연기되어 2021년에 개최되었다. 올림픽의 꽃으로 관심을 모은 체조경기에 출전한 미국의 시몬 바일스(Simone Biles)는 2016년 올림픽에서 체조 4관왕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뜻밖에 시몬 바일스는 기계체조 평균대 경기에서 공중에서 회전하고 내려오는 마지막 동작 중 균형을 잃고 첫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채, 정신적 스트레스의 이유로 기권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어서 시몬 바일스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주의력 결핍 과잉 활동 장애(ADHD)"를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였고, 많은 사람들의 격려를 받았다. "주의력 결핍 과잉 활동 장애"가 어떻게 순간적으로 균형감각을 잃게 하는지는 의학의 과제이겠지만, 순간적 망각의 결과는 엄청나다.
"단전호흡(丹田呼吸)"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우리의 선조들은 제하3촌하단전(臍下三寸下丹田), 즉 배꼽에서 3~5㎝ 아래의 하복부 위치에 가상의 지점인 단전(丹田)을 기(氣)의 근원지로 보았다. 이들은 단전을 기의 중심으로 여겨 이에 관한 많은 가르침을 남겼다. 단전호흡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각각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명상법과도 관련이 있다.
단전호흡의 특징 중 하나는 호흡과 호흡 사이의 자연스러운 멈춤, 즉 지식(止息)이다. 이 지식은 "멈춰 쉰다"라는 뜻으로, 숨을 들이키고 멈추어 쉬고, 내쉬고 다시 멈추는 과정이 우리말 표현 속에 깊숙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멈춤은 한 동작에서 다른 동작으로 넘어가기 위한 물리적 현상으로, 마치 공을 위로 던질 때 가장 높은 지점에서 잠시 멈추고 방향을 바꾸어 내려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자연적인 호흡과 호흡 사이의 멈춤은 최근 들어 인위적인 멈춤으로 강조되어, 다양한 호흡법을 통해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뿐만 아니라 출산하는 산모들에게도 소개되고 있다.
진정 우리 생활에서 멈춤의 순간이 없다면 어떨까? 교통신호에서 빨강불이 없고, 수돗물이 멈추지 않으며, 나무가 끝없이 자라기만 한다면,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화가 치밀어 올라 소리지르고 싸우는 순간이나 잘못을 범하는 순간에도, 잠시 멈추는 것이 가능했다면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멈춤이 주는 침묵의 순간은 우리의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안정을 줄 수 있다.
일컨데, 삶은 이러한 순간들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기쁜 일이나 어려운 일 등 모든 사건은 각자 자신의 순간을 전후로 관련된 다른 순간들과 연결되어 있다. 기쁨의 순간은 오래 기억하고 싶고, 어렵고 힘든 순간은 빨리 잊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힘들었던 순간이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게 되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때 그 순간을 멈출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푸념하기도 하고, 형제나 부모와의 다툼에서 한 순간을 참았더라면 하는 후회도 하게 된다.
멈춤의 순간들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호흡이나 심장이 멈추면 생명에 위협을 주지만, 이 멈춤이 단순히 멈추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활동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새로운 시작을 향한 잠시의 죽음일 수 있다. 따라서 순간의 멈춤은 새로운 생명의 길로 거듭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멈춤에서 활동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의 변화를 거치는 과정은 태동의 힘을 지니고 있다. 이 힘은 삶의 중심을 유지하는 생명의 힘이며, 이러한 태동의 힘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주위의 유혹과 인간 관계의 갈등에서 보호하게 된다.
자연계의 모든 물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게 중심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의 몸에도 특정한 무게 중심이 존재한다. 단전의 위치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의학계의 자료에 따르면 인체의 여러 기관 중 하복부가 가장 무겁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전이 우리 몸의 무게 중심과 비슷한 위치에 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현세기 과학은 신비에 싸여 있던 세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거대한 우주의 태양계와 물체를 이루는 가장 작은 입자인 원자의 모형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구성이 놀랍게도 유사하다. 태양계에서는 지구를 비롯한 여러 항성들이 태양의 중력에 끌려 그 주위를 돌고, 원자 모형에서는 전자들이 원자핵의 주위를 빠른 속도로 돌며 감싸고 있다. 이는 우주 속의 물체들이 혼자 스스로 존재하기보다는, 어떠한 중심을 향하여 주위와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마음이나 생각도 생명의 힘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다. 마음이나 생각도 생명의 힘을 공급하는 근원점인 중심을 향하여 존재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만일 마음이나 생각이 제각기 따로 혼자 존재한다면, 자연의 원리를 벗어나게 되고, 그 결과로 마음의 불안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생명의 힘을 공급하는 근원점을 위에서 설명한 대로 모태에서 생명이 시작된 배꼽 지점, 기(氣)의 중심인 단전, 몸의 무게 중심인 하복부 중앙의 지점 등 여러 근원점들의 중앙에 위치한다고 가상하고, 이 글에서는 이러한 생명의 힘을 공급하는 근원점을 편의상 “근원점의 중심”이라 칭하며, 위에 기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위적인 멈춤의 호흡을 “근원점의 중심”과 연결해 보려 한다. 즉 “근원점의 중심”을 중심으로 복부 기관에 해당하는 욕정의 궤도가 자리하고, 그 외곽으로 심장과 가슴을 중심으로 하는 마음의 궤도가 욕정의 궤도를 둘러싸고 있다. 한편, 그 외곽에는 머리를 중심으로 하는 사고의 궤도가 마음의 궤도를 둘러싸게 된다.
이때 바깥쪽 궤도에 자리하는 온갖 생각과 걱정, 불안한 마음, 욕심 등은, 멈춤의 호흡이 반복될 때마다, 마치 햇빛이 렌즈를 통해 한 점에 모이듯이, “근원점의 중심”을 향해 새 생명으로 거듭나는 변화를 이루게 된다. 처음에 희미하기만 하던 “근원점의 중심”은 멈춤의 호흡이 반복될수록 점점 선명해지고 작아지며 밝아지게 된다. 그러나 멈춤의 호흡이 약할 때에는, 온갖 생각과 걱정, 불안한 마음, 욕심 등은 점점 더 커지기만 할 뿐 “근원점의 중심”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약해지게 된다.
이와 같이 멈춤의 호흡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멈춤의 호흡을 도와주는 하복부 근육은 유년 시기를 지나면서 사용하지 않게 되어 점점 굳어지게 된다. 따라서 “근원점의 중심”을 향한 멈춤의 호흡을 하기 위해서 첫 번째로 해야 하는 일은 하복부 및 온몸의 근육 풀기 운동이다. 하복부 근육이 다시 풀리게 되면, 하복부 근육이 호흡에 따라 쉽게 들숨에 오르고 날숨에 내리게 된다. 이때 호흡은 코를 통해 천천히 들이쉬고, 코를 통해 천천히 내쉬거나, 또는 입을 통해 일정한 소리와 함께 내쉴 수 있다. 호흡과 호흡 사이의 자연적인 멈춤도 여건에 따라 인위적으로 길게 할 수 있다. 물론 사람마다 호흡량이 다르고 호흡 횟수가 다르기 때문에, 인위적인 호흡은 각자의 여건에 따라 천천히 또는 길게 조정할 수 있다.
“근원점의 중심”을 향한 인위적인 멈춤의 호흡은 자연적인 호흡의 연장일 뿐, 자연스러운 호흡법이 우선이다. 다만, 인위적인 호흡을 시도할 때는 언제나 어디서나 무엇을 하거나 실행할 수 있으며, 올바른 기립 자세나 바른 앉은 자세가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이 멈춤의 순간 속에 숨어 있는 생명의 힘을 알아차리는 멈춤의 호흡을 통해, 생각의 굴레 속에서 끝없이 떠오르는 번뇌, 마음속에 맺혀 있는 풀어지지 않는 미움, 버리지 못하는 욕심 등이 “근원점의 중심”이라는 티끌만한 초점을 향해 모두 하나될 때, 우리는 온갖 스트레스와 걱정, 불안에서 해방되고, 주어진 건강을 유지하며, 더 나아가 우주의 무한성과도 하나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호흡은 다른 내장 기관과 마찬가지로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호흡이 다른 내장 기관과 다른 점은,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흡은 상황에 따라 길게, 깊게, 빠르게, 느리게 조절할 수 있으며, 이는 의식이 몸의 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대표적인 예다.
이와 같이 호흡을 조절할 수 있는 의식이 호흡을 느끼고, 호흡에 집중할 때, 우리는 호흡하는 현재의 순간과 하나가 된다. 호흡은 이어지는 흐름이지만, 그 흐름은 지극히 짧은 순간순간의 연속이다. 이러한 현재의 순간을 느끼게 하는 의식적 호흡과 연결되는 정신 활동에는 주의(attention), 알아차림(awareness), 집중(concentration) 등이 포함된다.
순간은 영원하다는 말이 있다.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표현일 수 있지만,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우리에게는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새 생명이 태어나는 기쁨의 순간, 기다리던 소식을 받는 환희의 순간, 또는 어려운 고비를 넘겼던 힘든 순간 등, 많은 순간들이 우리의 기억 속에 살아 숨 쉰다.
이러한 영원한 순간들 중 하나는 호흡으로 느끼는 현재의 순간일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시간에서 벗어나고, 공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현재의 순간은 우리가 자연의 흐름을 따르며, 걱정과 근심을 내려놓고 지금의 삶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