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결혼식에 바치는 시
어쩌면 난
끊임없이 포기하면서
살아왔는지 모른다.
때로는 어려워서
때로는 다른 이를 위한다는
변명을 하면서
그래서 넌
힘듦을 참아 낼 줄 아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난
두 얼굴을 가지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밖에서는
합리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관대한 얼굴로
집에서는
엄격함으로 포장한
냉정한 얼굴로
그래서 넌
밖에서나 집에서나
한결같은 얼굴을 가진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난
하기 싫은 설거지를 하고
대충대충 청소기를 돌리고
세상에서 옷을 제일 잘 갠다는 말에 속아서
옷가지를 개키는
억지로 가정적인
남자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넌
집 안 일은 도와주는 게 아닌
함께 하는 것임을 아는
멋진 남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난
벙어리였는지도 모르겠다.
옷 한 벌 내 손으로 사 본 적 없고
밥 한 끼 내 손으로 하지 않음에도
네 엄마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였으니
그래서 넌
사랑할 줄 알고
고맙다는 말을 할 줄 아는
달변가였으면 좋겠다.
어쩌면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인지 모른다.
이런 나를 사랑해주고
챙겨주는 네 엄마가 있기에
그러나 너는
나보다 더 행복한
남자가 될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
네 옆자리에
지현이가 서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