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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열 Nov 25. 2023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여행, 그래서 떠난 경주 여행 3

 불국사에서 석굴암으로 가는 도로의 단풍이 좋다는데, 불행히도 시기가 조금 이른 것 같다. 드문드문 물들인 나무들이 보이나 탄성을 자아낼만한 풍광은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냥 명산인 토함산을 드라이브하는 것으로 만족하자.     


 석굴암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이 차분하게 펼쳐져 있다.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잘 다져진 흙길이 반갑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도착한다. 보존, 또는 훼손 방지 등의 이유로 석불은 유리를 통해서만이 볼 수 있다. 보이는 건 똑같은데 유리를 통해서 보니 살짝은 미진한 느낌이다. 2% 부족한 것 같은 그런.     


 한 달 전쯤에도 경주엘 다녀갔는데 그땐 황룡원이 숙소였다. 황룡원은 소실된 황룡사 9층 목탑의 모습으로 지어진 건물인데, 보문단지에 들어서면 멀리서도 보이는 우뚝 선 건축물이다. 잔디와 조경도 좋아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데 한 편에 석조건물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가보니 석굴암의 석불을 재현해 놓은 것이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천년의 세월을 지내온 석불을 보며,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황룡원의 석불을 떠올려본다. 경외감이 느껴지는 건 당연히 천년을 어깨에 지고 있는 석굴암의 석불이다.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석탑이 있단다. 사람들의 출입을 막는 것도 아니지만, 굳이 보라고 안내도 하지 않는 자그마한 삼 층 석탑이다. 얼핏 보기엔 석가탑의 축소판인 것 같다. 옹기종기 둘러서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길을 나선다. 다들 소원을 빌었으려나?     


 경주를 떠나 예약한 횟집에 도착한다. 나름 맛집으로 소문이 난 곳이다. 접시에 담겨 나온 회는… 맛있다. 회를 먹을 때마다 드는 의문인데, 같은 어종의 회임에도 맛있는 집은 맛있고, 맛이 없는 집은 왜 맛이 없을까? 신선도, 회의 두께, 뭐 그런 것들의 차이이려나?     


 몇 번 와보신 분이 이 집에 후식으로 나오는 감자가 맛있다고 칭찬하며 빨리 달라고 한다. 포슬포슬하게 삶은 감자가 맛있다. 칭찬할만하다. 그런데 횟집에서 회를 칭찬해야지 감자를 칭찬? 아무렴 어떠랴 즐거우면 됐지.

 

 매운탕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고, 회장님의 마무리 말씀을 끝으로 작별을 고한다.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여행’이라고 누군가 말했단다. 맞는 말이다. 인생은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같은 장소에서, 같은 곳을 보며, 같은 시간을 보내는 여행 같은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여행처럼 유유자적하게 살아서도 안 되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는 토끼처럼 살아서도 안 될 것이다. 때로는 경주하듯이 치열하게, 때로는 여행하듯이 여유롭게,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 잘 사는 삶이 그런 것 아닐까?     


 그래서 이번의 경주 여행도 인생이라는 제목의 책 속에 한 페이지를 차지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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