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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하 Mar 13. 2023

필명이 어떻게 되세요?

멍작가의 탄생

진하. 라고 지었다.

짓고 나니 어쩐지 트로트 가수 이름 같다.

참 진眞, 아래 하下. 진실을 떠받치는 사람.. 이라고 허겁지겁 한자를 붙여 의미부여를 했지만

사실, 줄임말이다.


진돗개, 하나.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도 검색해 보면 쉬이 알 것이다.

진돗개 하나는 주로 군대에서 쓰는 군사용어다. 북한에서 간첩이나 특수부대가 남침을 했거나, 무장한 탈영병이 생겼거나 등등 '국지적' 위협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발령되는 경보로 흔히 국지도발이라고도 부른다. 평시 상황은 진돗개 셋이지만 위협이 커져 최고 비상경계 태세가 발령되면 진돗개 하나가 된다.

대부분의 드라마는 국지적 도발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에 드라마를 쓰는 사람으로서 꽤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시작부터 전면전이 벌어지는 드라마도 있긴 하지만 결국 거슬러 올라가면 극적인 순간의 시작은 늘 국지도발에서 비롯된다. 전면전을 먼저 보여주느냐 국지도발을 먼저 보여주느냐 구성의 차이일 뿐.

인생의 극적인 순간에 어김없이 발령되는 삶의 경보라니.


어떻게든 필명으로 쓰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과,

'안녕하세요. 작가 진돗개 하나입니다.'

'진돗개요?'

'진돗개 하나라고요.'

'진돗개가 한 마리라는 거죠?'

이런 류의 대화를 각오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난 신중한 infj로서 나를 소개할 때마다 그렇게 담대해지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내 필명에 진돗개 하나를 담을 수 있을까. 평소 단막을 쓸 때도 주인공 이름이나 드라마 제목 짓는 것에 꽤나 젬병이었으므로 나의 약점은 필명을 지을 때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작가 교육원을 다니던 시절, 왜 남자 주인공 이름이 '준서'냐고 물으시던 선생님께 '아, 남자 주인공을 박서준이 해줬으면 좋겠어서 서준을 준서라고 거꾸로 썼습니다.'라고 대답했던 게 생각난다.

선생님이 짧게 탄식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진돗개 하나를 요리하지 못해 신음하던 그때,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왔고 나의 고뇌가 무색하게 그녀는 바로 솔루션을 내줬다. '줄여서 써. 진하. 괜찮지 않아?'

진하라니. '진돗개 하나'에서 이렇게 진중하고 문학적이면서 감성적인 이름이 나왔다고? 정말 소설가 같은 이름이야. 대대손손 이어진 조선시대 문인 집안의 재능 있는 막내아들 같은 이름이라고.

그렇게 나의 필명은 '진하'가 되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진작가님' 하고 부르는 건 어쩐지 어감이 이상했다. 진작가. 뭔가 심심하지 않은가? 좀 더 힙하게 날 불러줬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던 찰나, 작명에 재능을 가진 게 틀림없는 여자친구가 한 마디를 더 얹었다.

'진돗개라며. 친한 사람들끼리는 그냥 멍작가라고 부르자. 귀엽지 않아?'

...대략 이런 이유로,



안녕하세요. 멍작가의 브런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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