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보나 Jun 27. 2024

6. 요양원 구직에 실패하다?

돌아다녀야만 하는 게 내 운명이라면

4개월간 진행됐던 수업도 3주간의 실습도 모두 끝이 났다. 처음 호주에 올 때 한국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서 왔던 터라 프로그램과 연계된 호주 내에 있는 한국 사무소에서 취업 가능한 널싱홈/ 홈케어 리스트를 주었다. 친했던 동생들은 우리가 그 당시 지내던 동네에 있는 한국분들이 많이 계신 한국 요양원에 취업을 했다. 나도 그곳에 같이 지원을 했었는데 이상하게 나만 그곳에 취업이 되지 못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라 일하던 그리스 레스토랑도 6개월 계약기간이 끝나가던 시기라 되도록이면 빨리 요양원에 취업을 하는 것이 나의 계획이었지만 취업이 바로 되지 않았음에도 이상하게 내 마음은 생각보다 느긋했다. 단지 동생들이랑 같이 일을 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나는 그곳에서 일할 운명이 아니라고 받아들였다. 호주에 온 이후로 나는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이건 어쩌면 타지에서 예상치 않게 마주하게 되는 일들에 너무 마음 쓰지 않으며 덤덤히 지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느리고 시간이 조금 더 걸려 돌아가게 되더라도 나에게 주어진 길이 있겠지 그리고 거기엔 또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하기도 했다.


가까이에서 보면 처음 시작은 나는 그냥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온 사람이었지만 워킹홀리데이 훨씬 이전으로 돌아가 내가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여러 번 전공을 바꾸어 여기저기로 빠지기도 하고 남들과는 다르게 여러 번 돌아가다 보니 늘 한 발 늦은 출발을 했다. 그럼에도 돌아가야 했던 시간들이 결국에는 하나로 연결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일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을 때에도 좀 더 담담할 수 있었던 거 같다. 그래서 나는 나 혼자만 한인 요양원 구직에 실패했을 때 순간적으로 올라오던 초조한 마음을 나에게 부족한 뭔가를 배우고 경험해서 깨우치라고 하늘이 준 시간이라 생각하며 내 안에 자라나는 불안의 불씨를 조금씩 잠재웠다. 


하지만 워킹홀리데이라는 비자 조건 때문에 오래 일 할 수 있는 정규직 요양보호사를 원하던 요양원들로부터 노라는 답을 듣기 일쑤였다. 특히나 내 비자는 오직 6개월이 남은 상태였기 때문에 6개월만 일을 할 수 있는 요양보호사를 채용하려는 요양원은 거의 없었다. 나중에 학생비자로 전환할 예정이라 일을 오래 할 수 있다고 둘러대라고들 했지만 이 당시에 나는 간호 유학을 생각하지도 않던 시기였고 뭔가 지키지 못할 말을 하는 게 그렇게 내키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에이전시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어느 날 집 근처에 있는 널싱홈 에이전시(시드니 전역에 있는 널싱홈으로 요양보호사 인력을 보내는 에이전시)에 지원 후 인터뷰를 보고 구직에 성공하게 되었다. 운전도 못 하고 차도 없고 시드니 길도 잘 모르던 상태였지만 그런 걸 가릴 입장은 아니었다. 그리고 여러 곳의 요양원을 돌아다니면 요양원마다 다른 점도 볼 수 있고 배울 게 있지 않을까 하며 긍정적인 생각들로 나를 위로했다. 그렇게 나는 메뚜기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돌아다녀야만 하는 고독한 뚜벅이 요양보호사가 되어 에이전시를 통해 호주 첫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하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5. 요양원 실습의 끝, 마지막 인사는 여전히 어렵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