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6

by 오롯

방에서 나왔다. 마스크는 낀 채로. 아이들을 5일 만에 만져보았다. 깊은 감동을 받기엔 너무 익숙한, 아무렇지 않게 넘기기엔 다소 낯선 촉감에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아직까지도 모두 음성이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심장이 쿵쾅쿵쾅 뛰던지. 아직도 식사는 같이 하지 않지만, 식사 준비는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간을 볼 수 없으니 (정 보려면 볼 수도 있겠지만, 너무 많은 노력을 요한다) 어떤 맛으로 음식이 되는지 알 길이 없다. 에헤라 디여라.


방에서 나오자마자 풀가동으로 일했다. 먼저 있었던 방을 닦아내고, 이불을 걷어내고, 청소기를 돌리고, 나머지 방들도 똑같이. 기특하게도 아이들이 많이 도와줬다. 자신들이 정리해서 버린 것들을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우리 집에선 나를 제외한 모든 가족원들이 잘 버리지 못해서 (아예 그런 유전자가 없는 듯한 느낌) 언제나 내가 버림 담당이기에, 어쩌다 자신들이 버리는 일이 있을 때면 나에게 칭찬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참으며 보고만 있던 어질러졌던 것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한가하다. 아파서 격리돼 있던 사람이 청소를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가는 곳마다 오히려 바이러스를 뿌리고 다니는 거 아냐하는 우려도 들지만, 어차피 같이 사는 사람들끼리 누가 하나 그게 그거 아닌가 싶다.


역시 방에서 나오니 일기 쓸 시간이 없다. 생각을 끝맺을 시간도. 그러나 멈추고 기다린다고 다시 시간이 생기리란 보장도 없으니 하루가 끝나기 전에 끝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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