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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is Ku Jun 04. 2024

교토에서 만난 스페인남자

여행에서 만난 남자 교토 편

오월의 교토를 다시 찾았습니다. 이번에 교토에서 만난 동갑내기 스페인 남자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교토그라피라는 사진 축제가 한창인 교토를 찾은 건

축제가 끝나가는 5월의 어느 날입니다.

이번 교토행 전에 앞선 연재의 시작이었던 3개월 여정으로 몸도 마음도 지친 저는 아주 천천히 흐리는

Flow를 따라가는 여행을 하고 싶어서 작년 겨울

두달살기로 익숙한 이곳을 다시 찾은 것입니다.








그러다 날씨가 좋던 어느 주말 무언가에 흘리 듯이

교토그라피 한복판에서 그와 자연스레 마주쳤고

우리는 똑같이 서로를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서로가 감지했습니다.





처음 저 곳에서 마주치기 전에 찍은 사진에 그가 담겨 있는 거 보고 놀란





처음 그와 마주치고 눈길을 피하지 않고 저를 똑바로 한참 바라보던 그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저 역시 피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다가 그에게 물어봅니다.

내가 너를 아니?  Do I know You? 아니 혹시 나를 아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고 저는 거침없이 그냥 흐름대로 그의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 대화가 오래 이어질 것을 이미 알았습니다. 그 대화나 처음의 마주침부터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어떤 위화감이나 어색함이 1도 느껴지지 않고 아주 오래전부터 어쩌면 전생부터 이어져 온 듯한 기분마저 드는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나중에 그는 조그만 강을 건너서 오는 저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해주었고 그때부터 이미 무언가를 느꼈다고 해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약속도 하지 않은 어느 날 교토 한복판에서 마주친





수년 만에 찾은 교토그라피 에서의 낯선 소외감을 그를 만나고서야 제 자리를 찾은 거 마냥 느껴져서 사진

축제의 끝 자락에 이르러 비로소 제 자리를 찾은 듯한 느낌마저 들어 뭔가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스페인 출신이지만 포르투갈에 사는 의사이고

히피 마인드가 충만한 여행자이자 서퍼 그리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무엇보다도 좋아해서 그와 함께 여행하는 동안 때로는 저를 외롭게 만들기도 하는 그이지만 늘 주위의 누구나와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남자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사진을 portrait 찍고 싶어 하는

사진가였습니다.









우리도 처음에 그렇게 만난 거라고 나중에 그는 설명했지만 저는 그가 마주치는 누군가 모두와 어울리고 싶어 하는 어느 순간엔 달갑지 않게 되는 순간들이 있어서 조금 그랬지만 나중에는 그를 이해하게 되었고

제가 자주 마주하게 되는 남자들의 유형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에는 이미 그에게로 저의 마음이 향하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아프기도 하고 그에게 더 이상 마음을 주지 않으려고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거리 두기를 하는 제가 보여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때로는 연인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오누이처럼 때로는 타인처럼 그렇게 따로 또 같이 여행하면서 교토에서 시간을 만끽했습니다.



그가 아니었더라면 절대 만나질 일이 없을지 모를 온몸에 타투가 가득한 남자의 사진을 찍게 된다든지 함께 간 가나자와에서는 평소 좋아하던 모리야마 다이도

사진과 아라키의 사진을 마주쳤고 우리는 사진과 예술을 논하며 긴 대화를 했습니다.









처음 만난 날의 그와의 Flow를 기억합니다.

무엇을 해도 자연스럽고 편의점 맥주 한 캔에도 세상 부러울 게 없던 순간. 그 순간이 있었기에 이어지는

산만한 그를 마주해도 함께 여행하며 그의 본모습을 더 지켜볼 수 있었고 일본어를 어색하게 말하지만 늘 배우고 싶어 하고 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그의 의지를 엿보았습니다. 그렇게 모두와 친해지고 싶어 하고 로컬에 더 다 가고 싶어 하고 자연을 일본식 정원을 사랑하는 하지만 마초 같은 다혈질의 스페인 남자와의 교토에서 시간은 저에겐 때로는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작년 겨울 교토 두달살기를 경험한 저로서 교토는 좋지만 익숙하고 때로는 어쩌면 반복의 여정이기에 얼른

다른 도시로 함께 떠나고 싶었지만 그는 교토에 처음 왔고 도쿄나 홋카이도에서 느끼지 못한 진정한 일본을 만났다며 교토에서 시간을 매일매일 연장하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그러면서 다 가본 곳이지만 그의 가이드를 하는 기분으로 교토의 명소를 함께 했습니다.

금각사, 은각사 보다도 사람이 없던 호젠인을 좋아하던 그를 기억합니다. 보타닉 가든에서 집중하던 그의 모습이나 카모강을 따라서 자전거를 라이딩하면서 함께 본 선셋이나 우리에게 보인 우연의 많은 사인들.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마주치면서 우리는 우리만의 여행 이야기의 시간을 쌓아갔습니다.








아라시야마에 여러 번 갔지만 한 번도 가지 않은 산 중턱에 있는 데라에 가기도 하고 다른 지역으로 여행 가자고 합의하여 가나자와에 함께 가서 며칠을 여행하는 트래블메이트로 재미난 여행의 여정을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다른 백그라운드를 반백 년 가까이 살아온 서로였기에 어느 순간부터 쉬이 부딪히고 함께한 순간에 조차 서로 보다는 다른 이들에게 집중하거나 자신이 더 소중해서 함께하는 서로를 등한시하거나

서로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무시한 채 자꾸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우리가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지나면 서로가 너무 그립고 당장은 미친 듯이 미워서 다시는 안 볼 거처럼 다투다가 몇 시간이 지나면 좋아한다 그립다 사랑한다 말하며 서로를 다시 찾는

애증의 관계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여행에서 만난 이에게 이토록 집중하면서 보낸 시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교토에서 보낸 여정은 그와 함께 한 시간이 대부분이 된 거처럼 거의 3주에 가까운 시간 동안 매일의 시간을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고 함께 마주친 이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가고 이래서 여행을 하는 거지 하는 순간들이 많아서 지겨울 틈이 없었습니다.








서로가 좋아하는 일본 사진가 이야기하며 몰입하기 ,

내가 좋아하던 그들의 전시를 그도 도쿄에서 봤다든지 하는 우연.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책이 그가 제일 좋아하는 사고 싶어 하던 사진집 이라던지 하는 건

소소하지만 아주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했고 그는

인생에서 나 같은 사람은 처음 만났다고 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본사진가들 이야기를 이렇게 다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지만.



저는 그 당시 그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그 우연이 그저 당연한 거처럼 여겨졌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서

저 역시 그런 순간이 어쩌면 여행에서 자주 만날 수 없는 기적의 순간임을 알아차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함께 크리에티브한 무언가를 하고자 했지만 꼭 그때마다 obstacle 이 나타났고 우리는 하고자 했던 미션을  달성하지 못한 채 함께 한 가나자와 여행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고 헤어질 때가 되어서야 마침내 우리는 예전보다 더 다정한 우리가 되어 마지막 포옹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한 모든 시간들은 웃음과 농담, 사진 그리고 사람들이 있었고 그 안에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그걸 뛰어넘는 무언가 예술일지 우리가 더 가까이 가고 싶어 하는 어떤 지점이 있었는데 우리는 미처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건 어떤 여지가 남아서 잠재적 가능성을 기대하고 싶게 합니다. 그렇기에 혹시 만나게 될지 모를 우리의 미래를 꿈꾸게 합니다.


아니 평생 그와 다시 만나게 되지 못한다 해도 아.

어느 아름다운 계절 오월의 교토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지. 그 첫날의 기억 만으로도 그저 감사의 기분 말고는 더할 말이 없을 정도로 충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더 가고자 했던 그 지점에 우리는 다음이라면 끝까지 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또 그때에도 우리는 서로가 아직 헌신할 준비가되지 않은 상대를 탓하며 그저 그 자리에 머무를까요?








자연을 사랑하고 정원 가꾸기에 진심인

오월의 남자 닥터 R!


그를 교토에서 마주친 건 행운이었고 또 그랬기에

저의 오월의 봄 교토행은 이미 충분히 의미 있고

그대 그리고 나


로맨틱,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기에 굳이 이 글을 빌어서 다시금 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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