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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말초 Nov 03. 2024

반복하다 가끔 만난다

마그리트 뒤라스에게 ‘쓰기’란 ‘말하지 않기’ 다. 침묵이 그녀를 쓰게 했다.

지난날의 나는 이런 마음으로 ‘쓰기’를 시작했다.

어떤 행복은 소리치고 싶다가도 숨죽이게 만든다. 나만 아는 행복은 고요하고 진하다. 동시에 어딘가 아쉽다. 결국 소리친다. 그 작은 외침을 모아 글을 적는다. 순간 작아지고 멀어진다. 행복은 날아간다. 떠나간대도 좋다. 떠나가는 행복만이 다른 행복을 불러올 수 있다. 내 손을 떠나는 이야기만이 돌아올 수 있다.

떠나보내는 일에 집중했다. 마음껏 보내고 나니 다시 침묵을 원한다. (원한다기보다도 불가피하게 느껴진다) 내 손을 떠나가는 이야기 없이 돌아오는 이야기만 가득하다. 그것들을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그 형태를 따라 비스듬히 자라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침묵하기만 하는 사람도, 떠나보내기만 하는 사람도 없다는 자명한 사실 앞에서 능숙하고 노련한 척 행동하고 싶다. 이야기가 흩어지거나 머무름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두려워해야 할 것을 제대로 두려워하면서.


나와 당신은 침묵하고 떠나보내기를 반복하다 가끔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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