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bin crew take your seat for landing'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비행의 착륙 10분 전.
승객분들의 안전벨트 착용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후 마침내 나도 승무원 좌석에 앉아 숨을 돌려본다. 비행을 되감기하며 혹시나 내가 놓친부분은 없는지 되새김질도 한다. 그러다 문에 있는 작은 창이 비추는 노을의 모습으로 부터 얽혀있는 생각들을 비워내고야만다. 착륙의 순간은 언제나 온 몸의 긴장이 풀려 녹아든다.
비행기가 땅에 닿은 후부터 내가 완전한 오프상태로 들어갈때까지는 대략 2시간이 걸린다. 승객분들을 마중하고, 비행기를 마지막으로 점검한 후 가방을 챙겨 이민국을 통과하러 간다. 큰 캐리어까지 챙긴 후 그제야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탄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는 언제나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잠에 든다. 집에 도착한 후 스프레이로 잔뜩 고정시킨 머리를 감는다. 아주 가끔 너무 고된 비행을 끝마친 후에는 씻을 힘도 없지만, 몸에 베인 음식 냄새들과 굳을대로 굳은 머리칼들이 결코 외면할 수 없게 한다. 스프레이를 뿌린 머리를 감지 않고 잠에들면 탈모가 생길게 뻔하기 때문이다.
비행이 새벽 4시쯤에 끝나게되면 새벽 6시에야 잠에든다. 이틀가까이 깨어있었다고 해도 잠에 깊이 들지 않는다. 그렇게 오후12시나 오후1시에 깨면 근육통 가득한 몸을 이끌고 암막커튼을 연다. 밝은 햇빛이 들어오는 집이 나를 반겨주면 그제서야 몸도 완전히 기상한다. 비행을 다녀오면 언제나 배가 고프다. 몸의 움직임이 많지않은 날도 집에 도착하면 허기짐이 심해진다. 새벽에 착륙한 날에는 하루종일 밥을 해먹을 힘이 없다. 그래서 최대한 건강한 음식으로 배달을 시켜먹는다. 이런 날은 운동도 쉬어준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하루종일 뒹굴거리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저녁에 퇴근을 하고 이틀을 정상적인 시간대에서 생활을 할 수 있는 날들도 있다. 그런 날에는 요리, 책읽기, 글쓰기, 미뤄둔 넷플릭스 정주행하기, 일본어 공부하기 그리고 운동하기와 같은 '투두리스트 (To-do-list)' 들을 실천한다. 비행을 시작한 후로 잠을 자야할 그리고 식사를 해야할 때가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내가 비행을 위해 일어나는 시간이 결국 기상시간이고, 밤 비행이 있는 날에는 새벽이 나의 식사 시간이 되는것이다. 그래서인지 건강한 시간대로 생활할 수 있는 '쉬는 날'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런 날에 유일하게 나의 건강을 챙길 수 있다.
덕분에 나는 승무원으로서 비행을 하는 4년간 아픈적이 오직 두번있었다. 그 두번 조차도 하루 이틀이면 다 나았기때문에 '병가'를 내본적이 없다. 승무원으로 롱런을 하기 위해서는 '체력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기내식을 보관하는 카트는 대략 100kg이고 머리보다 위에 있는 컨테이너들은 15kg이 넘어가는 것들도 꽤 있다. 도구의 도움없이 오로지 나의 근력으로 버텨내는 무게들이기에 더더욱 운동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이제는 남자 승무원의 도움 없이도 거뜬히 무게를 들어올린다.
승무원의 매력은 '스케줄'이라고 다들 말한다. 하나의 비행을 끝내면 이틀을 쉬고 운이 좋으면 5일을 연속으로 쉴때가 있다. 처음에는 쉬는 날을 많이 주는 직업이라고 단순하게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승무원이 되고나니 알게된건, 그렇게 쉬어야 몸이 회복한다는 것이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극과극인것 같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지 않을까.
스리랑카 비행을 끝마친 후 한국으로 휴가를 가는 비행기 안, 이 글을 쓰고있다.
지독하게 지겹다고 말 하는 비행기 이지만, 이제는 나의 직장이자 고요한 쉼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