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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종원 Jul 08. 2022

아침에 왜 드립커피를 마셔요?

쓴 맛과, 귀찮음을 혐오하는 사람이 드립커피를 찾는 이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면, 우리집 주방은 내가 내리는 드립커피향으로 뒤덮인다. 쌉싸름하면서도 깔끔한 그 맛을 사랑해서는 아니고, 아침의 카페인이 두뇌회전에 좋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어서는 더더욱 아니고.

'반쯤 뜬 눈으로 여유롭게 커피를 내려 한 모금 마시고, 남은 커피는 텀블러에 챙겨 차 시동을 거는 것.' 어렸을 적부터 꿈꾸던 어른의 모습이었다. 너무 단순하게도, 나는 그런 로망 때문에 매일 커피를 찾는다.



내게는 이런 로망이 여러  있다. 예를 들면, 일요일 아침마다 에어팟을  한강을 뛰는 , 잠이 안오는 주말이면 혼자 심야영화를 보는 , 바람을 쐬고 싶을 때는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 제주도에 가는 . 모든 로망을 매일 이룰 여유는 없지만, 나를 위해 내가 사랑하는 순간들을 선물해주려 노력한다.



누가 지금 우리 사는 시대를 보고 혐오의 시대라 하던데. 로망에 빠져 사는 삶을 보고서 겉멋충이다, 현실을 모르고 산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맛없다면서 커피를 굳이 마시고, 머신이 있는데도 아침마다 귀찮게 커피를 내리는 나를 이상하게 볼 수도 있겠다.



내가 행복해지는 그 찰나의 순간은 나만이 안다. 현실에 살면서도 무리하지 않고 그런 찰나의 순간들을 내게 선물해 나가는 삶, 커피는 내게 금전적으로나 시간상으로 어렵지 않게 이뤄낼 수 있는 작고 소박한 행복의 순간을 매일 아침 선사한다.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는 행복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를 마무리하는 통화를 나누는 그 순간, 습한 여름 집에 돌아와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에어컨을 트는 그런 순간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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