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쌀국수 한 그릇이 주는 위로. >
그런 날이 있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낭만적인 나의 호치민 살이에 특별히 따스함이 필요한 날...
타향에서 만나 함께 웃고, 울던 이웃이 한국이나 타국으로 떠나는 날.
우기를 지나며 흐려진 하늘에 마음이 괜히 같이 물들던 날.
괜히 나도 엄마가 보고 싶은 날.
사계절이 여름이지만 나름의 환절기를 겪으며 몸이 으슬으슬해지는 날.
때 맞춰 밥을 잘 먹었음에도 그냥 뭔가 헛헛한 날.
삼 남매를 키우는 현타가 몸소 체험되는 날.
남편과 다툰 날.
멀리 있는 친구가 생각나는 날.
지랄 총량의 법칙을 미처 다 채우지 못한 늦은 사춘기인지, 이른 갱년기인지 모를 이유 없이 마음이 울렁거리는 날.
나 또는 이웃의 사연으로 위로가 필요한 그런 날들.
그래서 특별한 따스함이 필요한 나의 어떤 날들...
어린 시절 그런 날엔 엄마를 찾았다. 엄마 품에 조금 머무르다 보면 왠지 모든 게 나아졌다.
우리 엄마는 성격상 그리 다정한 표현을 잘 하시지는 못하셨지만 자식인 우리는 그냥 알 수 있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엄마와 아빠가 우리를 가장 사랑하되 엄청 사랑한다는 것을.
베트남에 와서 그런 우리 엄마의 위로와 퍽 닮은 그 무엇을 만났다.
위에 기술한 나의 '그런 날' 들에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는 '돌솥 쌀국수'
우리 엄마의 위로는 겉으론 투박하고, 때로는 차갑기도 하지만 그 안에 담겨진 것은 오랜 시간 정성껏 고아진 자식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열정이었다. 그 열정이 가끔 심하게 과열되면 우린 때론 그 뜨거움에 데이기도 하였지만 또 잔열로 남은 사랑에 금방 회복되었다.
이렇게 우리 엄마의 위로와 닮은 돌솥 쌀국수는 베트남 생활에서의 나의 소울푸드다.
뜨겁게 달구어진 돌솥에는 잘 고아진 소고기 국물과 보들보들한 갈비, 얇게 저미어진 싱싱한 양파 그리고 쪽파가 싱그러이 들어있다.
국물은 우리가 한국에서 쉽게 접하는 쌀국수 국물맛이 아니라 조금 더 맑고 깔끔한 갈비탕 국물 비슷한데 여기에 곁들여져 나오는 와규 생고기와 하노이식의 넓은 쌀국수 생면, 숙주, 여러 가지 향채를 넣는다. 그러면 위협적이던 끓는 국물은 어느덧 조금 잔잔해져 있고 나는 조금 더 뜨거워져 보라고 저민 초마늘과 파채를 더 넣고는 조금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와 고추 저민 것은 감히 국물에 '퐁당' 넣지를 못하고 두어 번 흔들어 뺀다.(베트남 고추는 정말 상당히 매워서 마구 투하하다가는 큰일 난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예 시원해지라고 라임을 짜 넣는다.
이렇게 나의 위로에 대한 준비는 다하고 이제 직접 위로를 받을 차례다.
국물을 한번 떠먹고 1차 위로, 잘 풀어진 부드러운 국수와 야채들이 2차 위로, 고기를 건져 칠리소스에 찍어 먹으면 모든 위로 끝!!!!
이렇게 단순하다, 이렇게 충분하다 나의 위로는...
그래도 더 달달한 무언가가 필요할 땐 달콤 시원 향기로운 코코넛 한 모금이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언제나 낭만적인 호치민 풍경은 아름다운 덤이다.
이상 나의 소울푸드 '돌솥 쌀국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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